<단독> '정신나간 국회' 화장실 몰카범 정규임용

2013.06.10 12:10:05 호수 0호

"관대하다 못해 수상한 제 식구 감싸기"


[일요시사=정치팀] 국회가 여자화장실에서 몰카를 촬영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5급 행정사무관 시보 오모씨(31)를 지난 6일 행정사무관으로 정규 임용한 사실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확인했다. 
(※시보. 어떤 관직에 정식으로 임명되기 전에 실제로 그 일에 종사하며 익히는  직책)



경찰에 따르면 오씨는 지난 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건물 1층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소변을 보고 있던 A씨(19)를 30여 초간 자신의 휴대폰으로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오씨는 당시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옆 칸에 있던 A씨를 몰래 촬영하던 중 A씨의 신고로 현행범으로 검거됐다. 그러나 오씨는 만취한 상태로 체포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난동을 벌였고, 경찰조사과정에서 촬영된 동영상이 발견됐음에도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다.

한편 오씨는 경찰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10년 5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 외에도 같은 해 26회 입법고시 법제직을 수석으로 합격했고, 54회 행정고시 법무행정직을 차석으로 합격한 고시계의 '전설'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회 측은 오씨가 현행범으로 검거된데다가 확실한 동영상 증거까지 확보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오씨에 대해 아무런 징계절차도 밟지 않았다. 오씨는 그동안 여느 때와 다름없이 국회에 정상출근하다 지난 6일 행정사무관으로 정규 임용된 것이다.

이에 대해 국회 측은 "행정사무관 시보로 일정기간 근무하고 나면 행정사무관으로 정규 임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절차"라며 "오씨가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이라 자체적으로 검토를 해봤지만 공무원법상 이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국회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일례로 최근 동료 여직원을 성추행해 경찰의 조사를 받는 등 파문을 일으킨 전남 순천시 공무원 박모씨는 바로 다음 날 직위해제 됐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으로 공직자의 기강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의 대응은 국민들의 법 감정을 완전히 무시한 행태라는 지적이다.

방미기간 성추행 의혹에 휘말린 윤 전 대변인의 경우는 피해여성의 진술 외에 특별한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사건이 불거진 후 바로 경질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국회 내에서도 일단 대기발령 등의 조치는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영등포 경찰서는 최근 오씨가 촬영했던 동영상을 분실한 것으로 밝혀져 부실수사 논란까지 겹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누군가가 인터넷으로 휴대전화에 접속해 동영상을 삭제한 것 같다"며 "하지만 경찰관 여러 명이 이미 동영상을 본 상태이기 때문에 혐의 입증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오씨가 꾸준히 "동영상 같은 것은 없다"고 주장해온 만큼 쉽게 해결될 수 있었던 사건이 경찰의 실수로 어렵게 꼬이게 된 것만은 확실하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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