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천하! “이대로 끝?”

2009.06.16 09:46:20 호수 0호

어준선 제약협회 회장 좌초설 내막

한국제약협회 ‘어준선호’가 암초를 만났다. 최근 불거진 제약업계 리베이트 파문에 회장사인 안국약품도 거론되고 있는 탓이다. 업계에선 이에 따라 안국약품 회장 겸 한국제약협회장을 맡고 있는 어준선 회장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취임 초부터 업계의 고질적 병폐인 ‘리베이트’ 문제를 뿌리 뽑겠다고 자신했던 만큼 이번 파문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목소리도 들린다. 실제 업계 안팎에선 어 회장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선 이번 파문으로 어 회장이 더 이상 협회 내에서 힘을 쓰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다른 일각에선 사실 여부를 떠나 협회 회장사로서 대외적 이미지를 실추시킨 책임을 지게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과연 암초를 만난 어 회장의 결단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어 회장의 향후 행보를 좇아봤다.

석면사태, 리베이트 암초 이어 골프접대 파문까지 
도덕성 논란에 ‘회장직 내놓나?’…사후 처리 주목


어준선 회장은 지난 2월27일 협회원들의 만장일치로 제 19대 한국제약협회장에 추대되며 당당하게 등장했다. 어 회장은 당시 제약업계의 발전을 위해서 자신이 악역을 맡겠다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어 회장의 적극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협회 수장으로서의 자질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기도 했다.

협회가 두 손 놓고 바라봤다?



업계의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 석면의약품 파동 때부터다. 업계 관계자들은 어 회장 취임 초기 터진 석면의약품 파동에 대해 협회의 안일한 대응을 문제 삼았다.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협회가 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시 식약청은 석면 오염 우려가 있는 120개 제약회사의 리스트를 공개하고 1122개 의약품에 대해 판매금지와 회수조치를 내렸다.

제약사들은 식약청의 갑작스런 발표에 당황했다. 특히 동국제약은 이 파문으로 씻지 못할 오명을 남기게 됐다. 동국제약의 대표상품인 인사돌이 식약청에 의해 석면 탈크 제품으로 잘못 분류된 탓이다. 억울한 동국제약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고 식약청도 뒤늦게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으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식약청 발표 후 제약사들이 신속하게 안전한 원료로 바꿔 제품을 재생산 했으나 상당 기간 병원과 약국에 판매가 되지 못했던 것이다. 안전한 원료로 생산된 것인지와 상관없이 식약청 발표 명단에 이름이 들어있는 의약품 전체가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서다.

제약사들은 식약청이 무책임하게 리스트만 발표하고 후속조치는 늦어 피해를 배가 시켰다고 비판했다. 협회를 향한 쓴소리도 쏟아졌다. 업계가 수천억원의 피해를 입는 상황에도 협회가 두 손 놓고 바라만 봤다는 게 이유다. 사건이 커지자 제약사들과의 공동 소송을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업계 일각에선 이와 관련 제약협회가 식약청의 발표보다 하루 앞서 석면 함유 탈크 의약품을 폐기 조치하겠다고 나서면서 식양청의 행보에 힘을 실어 준 것이 분란을 일으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 제약사의 회장이 협회장이 되면서 그만큼 업계의 소리를 대변하고 정부를 대상으로 강하게 의견을 피력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협회의 이번 행보는 실망스런 모습이다”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터진 병의원 리베이트 파문은 협회 수장인 어 회장의 자격 논란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논란이 되고 있는 리베이트 파문은 지난달 26일, KBS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쌈>을 통해 시작됐다.

이날 방송에선 그동안 전국 1700여 곳의 병의원에 수억원대의 리베이트 비용을 지불해온 K제약사의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방송은 제약업계의 고질적 병폐인 리베이트 문제가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며 제약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꼬집었다.
소식이 알려지자 업계 관계자들은 “석면파동도 이제 겨우 진정됐는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연이은 구설수로 제약업계 전체의 이미지가 추락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새어나왔다.

이번 파문에는 또 회장사인 안국약품도 관련된 것이 밝혀져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직 간부에 의해 안국약품이 최근 제주도에서 개최된 학술행사에서 의사들에게 리베이트성 골프접대를 했다는 제보가 확인된 것이다.

‘불난 집 기름 붓는 격’

논란이 커지자 어 회장은 “골프접대는 기획사들에 의해 제공된 것으로 관례적인 행사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골프접대를 누가했던 회장사가 리베이트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도덕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특히 취임 직후부터 업계의 리베이트 척결을 외쳤던 어 회장이기에 이번 파문을 향한 질타는 더 거셌다. “집안 단속도 못하는 회장이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를 이끌 수는 있겠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들렸다. 

현재 업계는 사태의 후속 조치에 주목하고 있다.
안국약품의 골프대접 파문으로 어 회장의 도덕성마저 도마 위에 오른 상태에서 회장사에 대한 진실이 어디까지 밝혀질 것인가 하는 것이 궁금증의 핵심이다. 만에 하나 회장사라는 이유로 사건이 축소되거나 솜방망이 처벌로 결론이 난다면 이는 또다시 업계에 리베이트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어 회장은 협회측에 ‘이번 사안을 철저하고 공정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부터 예외가 없다고 했기 때문에 결론이 나면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제약협회 한 관계자도 “협회는 정확한 사실규명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 회장  “철저한 조사 지시”

하지만 업계 안팎의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하다. 업계 일각에선 사실여부를 떠나 어 회장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의견이 여전히 화두로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일각에선 ‘어 회장의 자진사퇴’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회장으로서의 도덕성에 의문이 제기된 이상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같은 분위기에 안국약품 관계자는 “아직 사실 관계가 밝혀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섣부른 것이라 생각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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