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하우만 ‘노출’ 죽 쒀서 개 줬다

2009.06.09 10:25:14 호수 0호

베트남 진출 ‘본죽’ 남몰래 속앓이 하는 내막

국내 대표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본죽이 지난해 야심차게 진출했던 베트남 시장의 성과가 절망적인 것으로 드러나 속을 태우고 있다. 본죽은 지난해 4월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으로 베트남에 첫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현재 유일하게 운영 중인 호치민시 푸미흥 매장의 수익마저 ‘본전치기’가 어려운 것으로 밝혀졌다. 업계 일각에선 이에 대해 해외 진출이라는 명목에만 집중한 나머지 해외 현지 사업의 기본인 파트너 선정부터 신중치 못한 탓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본죽은 대대적 언론 홍보로 베트남 시장 진출을 알렸던 것과 달리 사업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쉬쉬하는 모습이다.

야심 차게 ‘한식 최초 베트남 진출’…명분마저 잃고 표류 중
파트너 선정 잘못해 속만 끙끙, 업계 시각 “철수할 수밖에”

 
본죽은 죽 전문 프랜차이즈로 중견외식기업 (주)본아이에프의 대표 브랜드다. 이미 국내 10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본죽은 죽 전문점이라는 외식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발해 많은 인기를 얻어 왔다. 최근에는 드라마 PPL 홍보에 집중, 브랜드가치를 높여 고객들에게 국민 브랜드라는 인식을 자리 잡게 했다.
국내에선 이렇듯 호황을 누리며 달려온 본죽이 유독 해외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에서 문을 닫는 매장이 나오는가 하면 말레이시아 매장도 지난해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지난해 처음 자신있게 진출한 베트남 시장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본전도 못 찾는 1호점



본죽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것은 지난해 4월이다. 당시 본죽은 (주)득영과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본죽은 이 계약으로 득영이 점포 하나를 개설할 때마다 5000달러의 가맹비와 매년 매출액의 3%에 해당하는 ‘러닝로열티’를 지불받기로 했다. 대신 본죽은 득영에게 해외 현지사업권을 넘겼다. 
본죽은 이와 동시에 베트남 호치민시 푸미흥에 40평 규모의 ‘본죽 베트남 1호점’을 오픈했다. 당시 본죽은 언론보도를 통해 푸미흥은 베트남에서도 소득수준이 가장 높기로 유명한 신도시로 현지인을 비롯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라고 선전했다.

또한 수차례 테스팅한 결과 맛에 대한 현지인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며 한류의 영향으로 매장을 찾는 고객 수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본죽은 이후에도 꾸준히 언론을 통해 베트남 등 해외 매장이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해외 시장 진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본사측 홍보가 실제의 현지 사정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현재 베트남 내 유일한 매장인 푸미흥점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상황은 베트남 진출을 위해 현지를 찾은 업계 관계자들을 통해 보다 자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관계자는 “현지 본죽 1호점이 위치한 호치민시 푸미흥 근처는 홍보와는 달리 부유한 동네도 아니고 지역의 한인들만을 상대로 겨우 장사를 꾸려가는 상황이라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베트남 현지에서는 본죽이 현지인들에게 외면 받아 해외 진출에 실패한 케이스 중 하나로 정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득영도 “매장 운영이 어려워 본전을 건지기도 힘든 상황이라 본죽에 매년 매출액의 3%씩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을 통한 매장 개설 역시 성과가 없다. 지난해 4월 1호점 매장을 오픈한 이후 지금까지 추가적인 매장 개설이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해외 사업권을 맡은 득영은 “지난해 7월 현지 롯데마트 내 입점이 확정됐으나 이후 국제 경기가 나빠지면서 모두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후 하노이점, 떤번점 등도 입점 예정이었으나 결국 불발됐고 현재도 추가적인 개설 문의가 없다는 게 실상이다.
득영은 “베트남 경기가 나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득영의 이러한 해명은 1호점인 푸미흥점의 실제 주인이 드러나면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푸미흥점의 실제 주인은 다른 현지인이 아닌 득영 바로 자신들인 것이다. 결국 자신들의 이름으로 문을 연 1호점 이외에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 이후 개설한 가맹점수가 제로인 셈이다.

이렇듯 득영의 개설 및 경영 능력의 한계로 인한 베트남 사업의 마이너스 성과가 하나둘 드러나자 본죽이 해외진출이라는 명목에 들떠 성급한 파트너 선정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득영의 경우 해외 사업권을 맡길 만큼의 외식사업 노하우가 없고 해외비즈니스의 경험도 부족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실제 득영은 지난 2007년 8월에 설립된 법인회사로 그동안 오피스텔 등을 건축하는 중소 건축 사업을 해왔으며 외식사업의 경험은 전무했다.

본죽 역시 득영 쪽에서 먼저 베트남 사업 진출을 하고 싶다고 찾아와서 계약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베트남 사업 진출을 위해 고심한 파트너 선택은 아니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 볼 때  본죽의 이번 베트남 해외 사업은 실패로 봐야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관계자는 본죽의 이번 상황을 빗대어 ‘죽 쒀서 개 준 꼴’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미 해외 매장으로 노하우는 모두 노출시킨 채 현지 매장의 수익은 전무해 로열티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밑지는 장사한 본죽

뿐만 아니다. 베트남 현지 매장 직원들의 기술 전수 및 현지 사전 조사 등을 위해 소요된 제반 비용의 지출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본죽은 한식 브랜드로는 최초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는 명분마저 잃게 돼 결국 밑지는 장사를 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같은 분석에 대해 본죽은 “회사에게는 우선순위라는 게 있고 현재 베트남 시장은 우선적인 대상이 아닐 뿐”이라며 추가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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