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미녀 큐레이터' 박혜림

2013.05.07 08:57:13 호수 0호

갤러리의 꽃…"얼굴로 먹고 산다고요?"

[일요시사=사회팀] 미술품 시장이 불황을 맞았다고는 하지만 갤러리에는 여전히 사람이 넘친다. 갤러리의 꽃인 '큐레이터'도 마찬가지. 유학파 일색인 큐레이터 업계에서 국내파 출신으로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알리고 있는 신진 큐레이터가 있다. 바로 박혜림씨. 크림처럼 달달하면서도 때론 맥주처럼 시원한 구석이 있는 매력적인 큐레이터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759개 직업 중 큐레이터의 직업 만족도는 6위다. 이는 전체 7위를 기록한 대학교수보다 높은 순위며, 예술 계통 직업군 가운데서는 두 번째다.

지난 1999년 서울 인사동에 개관한 '갤러리룩스'는 10여년 동안 '사진전문갤러리'로서의 입지를 차곡차곡 다져왔다. 큐레이터 4년차를 맞고 있는 박혜림씨도 마찬가지. 갤러리룩스 큐레이터로서 박씨는 큰 자부심과 함께 자신의 목표를 하나 둘 이뤄가고 있었다.

남들이 모두 선망하는 직업

"성격이 그래서인지 힘든 걸 잘 모르겠더라고요. 관장님이 휴가도 많이 주시고(웃음). 누가 보면 내숭이라고 하지만 저는 제가 하는 일이 재밌어요. 아직 업계 선배에게 배워야 할 부분도 많고 다뤄보고 싶은 전시도 많은데 사실 직업의 어려움보다는 배움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큰 것 같아요."

홍익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한 그는 우연한 계기로 큐레이터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됐다. 일찍이 그를 눈여겨보고 있던 심혜인 관장이 박씨의 전공 교수를 통해 큐레이터직을 제안한 것. 박씨는 사진을 찍는 일보다 전시를 기획하는 일에 더 큰 흥미를 느끼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여자분들 중에서 미술이나 사진을 전공하신 분들이 많은데 전업 작가가 아니라면 큐레이터에 대한 직업적 선호가 높은 게 사실이죠. 어떤 분은 큐레이터를 방송국의 PD로 비유하시기도 하던데…. 일단 큐레이터는 전시회 주제를 선정하는 일부터 작가 섭외, 작품 배송 등 실무적인 일을 많이 해요."

"작가를 대신해서 컬렉터에게 작품을 판매하는 일도 하구요. 일이 적은 편이 아니라 큰 규모의 프로젝트에서는 5∼6명의 큐레이터가 한꺼번에 작업하기도 해요. 하지만 저희 갤러리는 큰 규모가 아니라 제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하는 편이죠(웃음)."

큐레이터는 그 수요에 비해 지원하는 인원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유학파나 석·박사 출신의 고학력자가 많다. 하지만 그에 비해 급여 수준은 낮은 편이다.

"직업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힘들 걸 알고 시작했거든요.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하얀 벽에 걸린 미술 작품을 관객들에게 설명하는 상상만을 하죠."

"때에 따라서는 벽에 작품도 걸어야 하고, 남자들처럼 힘쓰는 일도 해야 하고 그러거든요. 정말 유명한 큐레이터라면 모르겠지만 그렇게 화려하지만은 않아요. 전 그래도 털털해서 그런지 오히려 그런 과정이 재밌어요."

갤러리룩스 관장이 직접 픽업…벌써 4년차
작가-관객 가교 역할 "아직 배울게 많다"

큐레이터는 이직률이 꽤 높은 직업에 속한다. 큐레이터를 시작했다가도 막상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면 그만 두는 일이 다반사. 박씨는 지난 4년 동안 미술계를 떠난 동료 큐레이터를 많이 봤다.

"사실 큐레이터를 시작하기 전 포털사이트에서 잠시 회사 생활을 했었어요. 그런데 저랑은 잘 맞지 않더라고요. 매일 반복되는 업무가 많았고…. 그에 비해 큐레이터는 프로젝트에 따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으니까 좋았어요. 다만 생활 리듬이 조금 불안정한 건 있죠. 전시회가 잡히면 며칠 밤을 새야하는 경우가 있고."

그는 큐레이터로서 작가와 관객 나아가 컬렉터를 연결시키는 가교 역할을 한다. "상이한 이들의 '취향'을 파악해 적절히 연결시키는 것도 큐레이터가 가져야 할 덕목"이라고 박씨는 말한다.

"전체적으로 미술 시장이 어렵지만 작가들의 자존심까지 건드려서는 안 되죠. 또 컬렉터 입장에서는 작품을 꾸준히 구매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고요. 그런 면에서 거래가 이뤄질 때 겪는 스트레스가 있긴 해요. 하지만 좋은 작가의 작품이 팔릴 때면 저도 기분이 좋아지고 그런답니다."


밤새우기 일쑤

큐레이터도 결국은 사람을 만나는 일. 그러나 박씨는 큐레이터를 하는데 "외모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외모보다는 작가를 잘 이해하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결국 큐레이터가 할 수 있는 일은 작가를 발굴하는 것과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소개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언젠가는 해외에 나가 유능한 국내 작가를 알리는 일에 모든 힘을 쏟고 싶어요."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박혜림 큐레이터는?]

박혜림씨는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 석사과정을 졸업했으며, 2010년부터 인사동의 사진전문갤러리인 '갤러리룩스'에서 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갤러리룩스의 연례기획전인 Flux전 <SPACE.SCAPE>와 <In steps>, <Draw-in> 및 GERHARD GROSS <Appreciating the detail. 4 stories.>, 이주은 <Monologue S#>, 이길렬 <경사-35도> 등 30여회 이상의 국내 전시를 기획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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