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시장을 노려라”

2009.05.26 14:08:55 호수 0호

장애인 위한 전문 여행사

독일의 그라보투어-맞춤형 도우미서비스로 만족도 높여

틈새 전략은 보통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창업 아이템을 고급화하거나 고객을 세분화하는 과정에서 개발된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업체들이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고객의 불만을 해결해주는 것으로 차별화를 이룬다.

많은 장애인들이 경제활동이 마비되면서 가난에 직면하지만 장애인 중에도 충분한 구매력을 갖춘 이들이 있다. 이처럼 구매력을 갖춘 장애인의 경우 일반인들보다 소비에 대한 욕구는 더 강하다. 이들만을 위한 서비스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1978년부터 운영돼온 독일의 한 여행사는 장애인들만을 위한 여행상품을 운영해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그라보투어(Grabo-tours, www.grabo-tours.de)에서는 장애인일수록 여행에 대한 갈증이 심한 점을 고려해 휠체어를 타고 도우미를 동반한 여행 상품을 내놨다.
볼프강 그라보브스키가 장애인을 위한 여행사를 설립한 것은 개인적인 경험이 배경이 됐다. 하반신 마비를 겪고 있는 형을 통해 이들만을 위한 사업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음을 알았고, 자신 스스로 병원 근무경력을 갖고 있어 누구보다 환자, 장애인들의 소비심리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

사업초기에는 홍보비용을 지출하지 않고도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환자, 병원 근무자들을 통해 장애인 고객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창업 30년이 넘은 현재 그라보투어에서는 서유럽, 불가리아, 루마니아, 이집트, 나미비아, 호주, 뉴질랜드, 미국, 쿠바, 미얀마, 스리랑카, 북극, 남극 등지까지 여행 지역을 확대해 운영중이다.

장애인 여행의 경우 일반 여행객보다 운영시 비용부담이 크다. 가이드 외에도 장애인들을 돌볼 도우미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휠체어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차량을 여행지에서 구하는 데도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라보투어에서는 이런 어려움을 그룹투어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20명의 장애인 고객과 관련 가족 등 동행객 10명, 도우미 4명으로 여행객을 구성한다. 무엇보다 4명의 도우미는 현지인으로 구성하는 데 이들을 통해 육체적인 어려움과 비자발급, 의료사고 등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었다.

그라보투어가 창업기업으로 이룬 성과중 가장 주목할 점은 장애인들에게 이처럼 도우미를 활용한 여행 상품이 가치를 인정받은 점이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한 여행 상품은 창업초기에는 신뢰를 얻기 어려운 서비스였지만 지금은 종합서비스를 통해 오히려 일반인을 위한 여행보다 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다는 고객신뢰가 쌓이고 있다.
여기에는 여행 상품을 체험한 장애인들이 자발적으로 올리는 여행사진과 후기가 큰 힘이 됐다.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세심한 만족감을 장애인의 시각에서 명쾌하게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전문 여행사 그라보투어의 성공사례는 여가와 복지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엿보인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인 제반 시설이 부족한 만큼 국내여행에서는 오히려 한계가 더 클 수도 있다. 하지만 고령 사회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장애를 겪는 노령자 소비자를 대상으로 효도여행 상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때 충분히 감안할 점은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이들의 의견을 세심하게 상품개발에 반영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점이다.

또한 여행을 즐길 수 있을 만큼 구매력을 갖춘 장애인 소비자들이 고소득자, 부유층이라는 점을 감안해 노인요양 서비스 업체와 제휴상품을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고객명단을 확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에 더해 서비스의 품질을 최고급으로 유지하고 그에 합당한 서비스 판매가격을 책정해 소비자로부터 상품이 가치를 인정받는 것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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