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강동희 승부조작 의혹

2013.03.11 14:20:02 호수 0호

전설의 농구스타 ‘나락으로’


[일요시사=사회팀] 지난 7일, 국내 프로농구계의 스타플레이어 강동희(47) 원주 동부 감독이 승부조작의혹으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강 감독은 약 12시간의 긴 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으며 “충분히 소명했다”는 결백의지를 밝혔다.



검찰은 강 감독 소환을 위해 브로커 최모(37)씨가 돈을 전달한 시기, 특히 2011년 3월 해당 구단의 경기 영상을 확보, 승부조작 여부 등을 분석했다. 또한 현금 인출 내역 등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지난 8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강 감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강 감독을 선수시절부터 동부의 수장이 된 지금까지 꾸준히 응원해온 수많은 프로농구 팬들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강 감독은 지난 2011년 2∼3월 열린 정규리그 4경기를 구속된 브로커 최씨 등으로부터 4000여만원을 받고 후보 선수들을 대신 내세우는 수법으로 승부를 지도록 유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동부가 2011년 2월26일 정규리그 4위를 확정한 뒤 치른 8경기 중 패배한 4경기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동부가 지난 2011년 3월11일 당시 최하위였던 오리온스에게 72대93으로 크게 진 경기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강 감독은 김주성과 윤호영 등 주축 선수들을 빼고 돌연 신인 선수들을 대거 기용해 경기를 치른 바 있다. 또 이틀 뒤 KT에게 67대87로 대패한 경기도 승부조작 의혹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최씨 등이 강 감독에게 승부조작 대가로 돈을 전달한 진술과 정황을 확보했다. 또 강 감독에게 승부조작 대가로 돈을 준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조모(39)씨를 추가로 구속했다. 조씨는 최씨와 함께 강 감독에게 4000여만원을 주고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지난달 28일 조씨와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 최씨는 강 감독에게 돈을 전달하고 ‘사설스포츠토토’ 사이트에서 승부조작을 하기로 한 경기들에 배팅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검찰조사에서 “강 감독에게 승부조작 대가로 돈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은 강동희 감독이 처음에는 최씨 등의 승부조작 제안을 거절했으나 계속되는 부탁을 뿌리치지 못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지만 강 감독으로부터 이렇다 할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감독은 절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그는 검찰 조사에 앞서 “최씨와 10여 년 넘게 알고 지낸 후배라 예전부터 금전 관계는 있었지만 승부조작 대가로 돈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대질조사에도 응할 생각이 있다”고 당당한 기색을 보였다.


4000만원 받고 패전유도 혐의
돈 내역 등 브로커 진술 확보

사실 많은 팬들과 농구인들이 이 같은 승부조작 의혹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선수 시절 한국 농구계 전설로 불릴 만큼 강 감독의 굳건하고 한결같은 플레이 때문. 강 감독은 한국 농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은 인물 중 1명이었다. 그의 타고난 재능과 성실함은 선수시절 뿐 아니라 감독으로 역임하는 지금까지도 팬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었기에 불미스러운 소식에 안타까움과 실망감을 표하는 건 어쩌면 농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같은 마음일 것이다. 실제 강 감독의 주변 지인들은 언론을 통해 “그가 조폭들에게 협박을 받았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강 감독은 선수 시절 황홀한 테크닉과 날렵하고 정확한 슛, 경기조율능력, 허를 찌르는 패스, 오랑우탄을 연상케 하는 특유의 긴팔을 이용한 가로채기 등 모든 것을 갖춘 선수였다. 송도고-중앙대를 거쳐 실업 무대에 뛰어든 그는 기아자동차 소속으로 1988년부터 1992년까지 5년 연속 우승의 환희를 맛보기도 했다.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했고 강 감독은 원년 시즌에 정규시즌 1위를 이끌고 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1997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된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한국은 28년 만에 정상에 올랐는데, 이 대회의 숨은 MVP 역시 강 감독이었다.

이후 프로농구에서 수차례 베스트5와 도움왕에 선정되며 영광의 시대를 누렸다. 2002년 기아를 떠난 강 감독은 2004년 LG에서 은퇴하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해 LG 코치를 거쳐 2005년부터 동부로 옮겨 2008-2009 시즌까지 코치를 역임하며 전창진 감독(현 부산KT 감독)을 보좌했다. 2009년 정식 감독으로 임명된 강 감독은 2010-11, 2011-12 두 시즌 연속 동부를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며 명장의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시즌에는 역대 KBL 최다승(44승)과 최다 연승(16승) 등 각종 기록도 갈아치우며 동부를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끌었고 생애 첫 감독상도 받았다.

그러나 강 감독은 선수와 감독으로 승승장구하던 시기 중에도 몇 차례 자신의 명성에 흠집을 남겼다. 강 감독은 동부 코치 시절인 2006년 불법 도박장 출입으로 약식기소 된 바 있어 한때 카지노 빚에 시달린다는 루머가 떠돌기도 했다. 비록 마지막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긴 했지만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또 올해 초 사망한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의 빈소에 조화를 보내 조폭과의 유대관계와 관련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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