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경찰 검찰개혁 우려, 왜?

2026.02.24 12:58:00 호수 1572호

수사 우선권 두고 잇단 충돌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에 대한 타 수사기관의 우려가 거세지고 있다. 중수청의 ‘수사 우선권’을 두고 선거범죄 중립성과 공정성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이는 경찰에 국한되지 않았다.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행정안전부에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중수청 출범 전부터 법안에 대한 수정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은 오는 10월2일 출범한다. 보완수사권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와 경찰의 우려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직접 행정안전부에 중수청의 ‘수사 우선권’에 대한 문제 제기에 나섰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관련 법안 수정이 반영되면 검찰개혁 속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례적
견해 전달

공수처와 경찰은 지난달 12∼26일 중수청법 제정안 입법 예고 기간 동안 소관 부처인 행안부에 각 4쪽, 7쪽 분량의 의견서를 냈다.

경찰청은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중수청에 우선적 수사권을 부여하기보다 사건 경합 시 영장을 먼저 신청한 기관에 우선권을 인정하는 것이 국민 권익 보호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형사소송법 197조의4엔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기 전 동일한 범죄 사실에 관해 사법경찰관이 영장을 신청한 경우엔 해당 영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을 계속 수사할 수 있다’고 돼있다.

경찰청은 중수청의 수사 범위인 ‘9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마약·국가 보호·사이버 범죄)’를 두고는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인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를 중심으로,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수사가 필요한 범죄 유형을 일부 추가하는 게 중수청의 설립 취지에 부합할 것”이라며 ‘선거·마약·사이버 범죄’를 짚었다.


선거·마약범죄는 “전국적으로 발생하며 즉각적 대응이 필요한 특성상 현장 수사가 핵심인데, 일부 지방 거점에만 설치될 중수청이 수사하기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사이버 범죄에 대해선 “개념이 모호해 일반 국민이 중수청 직무 범위를 알기 어렵고, 향후 시행령 개정으로 범위가 무한히 확장될 우려도 있다”고 짚었다.

경찰청은 특히 “선거 관리의 주무 장관인 행안부 장관이 선거범죄 수사까지 지휘한다면 선거의 중립성·공정성 시비를 야기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중수청 법안 59조 ‘검사와의 관계’ 중 수사 개시 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통한 검사 통보 의무, 검사의 입건 요청권에 대해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수청이 공소청의 영향 아래 있게 된다면 중수청의 독립성과 수사 밀행성 약화가 우려되고, 수사 기밀이 외부에 유출될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경찰부터 문제 제기 “영장으로 판단해야”
9대 범죄 아닌 부패·경제에 집중 의견도

경찰청과 공수처는 공통적으로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를 규정한 중수청 법안 58조 2항과 3항을 문제 삼았다. 2항은 ‘다른 수사기관은 중대범죄를 인지한 즉시 중수청장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인지 통보 의무, 3항은 ‘중수청장이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에 대해 중수청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면 해당 기관은 응해야 한다’는 수사 우선권에 대한 내용이다.

경찰청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수사기관 간 통보·이첩 등 이른바 ‘핑퐁’으로 시일이 추가로 소요되면 범죄 피해가 확산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행안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의견서에서 “중수청은 다른 기관이 수사하던 사건을 가져간 뒤(이첩 요청), 다시 원래의 기관에 재이첩(임의적 이첩)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사건이 핑퐁 될 경우 사건 관계인의 혼란과 권익침해가 예상되는데, 중수청은 공수처보다 직무 범위가 매우 광범위해 핑퐁 되는 사건도 대폭 증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중수청이 직접 수사 여부를 검토하는 동안엔 수사가 사실상 어려워 사건 처리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공수처가 우려하는 방향도 경찰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수처는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에 관해 중수청에 우선적 지위를 갖는다”며 중수청 법안 58조 2·3항에 ‘(공수처는 제외한다)’를 추가할 것을 주장했다. 공수처와 중수청 간 수사 범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의 관계를 못 박은 공수처법 24조 1·2항과 유사해 보이는 대목이다.


공수처는 “접수되는 사건 대부분이 공직자 범죄인 공수처는 민원성 고발을 포함한 모든 사건을 중수청에 인지 통보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인지 통보 제도 취지에도 반한다”고 우려했다.

수사 기밀
유출 우려

단, 공수처는 중수청 법안 58조 3항 중 ‘공수처법이 적용되는 범죄 수사에 대해 공수처에 이첩을 요청한 경우엔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삭제’하자면서 “공수처와 중수청 간 사건 이첩 처리는 중수청장의 일반적인 수사 협조 요청과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규정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엔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해당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돼있다.

공수처는 중수청법 제정과 맞물려 관련 법령들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전제로 한 현행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의 검토 및 정비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해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고, 각 기관 수사 범위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불필요한 경쟁이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대상 범위에 관한 규정 등 통일적·체계적 정비가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3급 이상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 범위에, 4급 이하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경찰법상 국가수사본부 수사 범위로 명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입법 예고를 통해 수렴한 의견 검토 등을 거쳐 조만간 최종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회 제출 시기는 미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타 수사기관의 의견 표명은 단순한 권한 조정이 아니라 형사사법 구조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성격이 짙다.


본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중심으로 시작된 검찰개혁 논의는 세 갈래가 핵심이었다.

구조 자체
재설계해야

첫째,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추가로 축소할 것인가. 둘째,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는 구조로 갈 것인가. 셋째, 권한 이관 이후 통제와 책임 구조를 어떻게 재정비할 것인가다. 표면적으로는 ‘권한 분산’이라는 명분이 앞선다. 그러나 실제로는 권력기관 간 권한 배분을 다시 짜는 작업이다.

수사권은 단순 행정 권한이 아니다. 범죄 혐의를 인지하고 압수수색과 체포 등 강제수사를 개시하며,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은 국가 권력이 가장 직접적으로 행사되는 영역이다. 그 권한의 배분은 민주주의 권력구조의 문제와 직결된다. 검찰의 권한을 줄인다는 것은 곧 다른 기관의 권한을 늘린다는 의미다.

이미 한 차례 대대적 수사권 조정이 있었다. 경찰은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확보했고, 검찰은 직접수사 범위가 대폭 축소됐다. 공수처도 출범해 고위공직자 범죄를 담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다시 개편을 논의하는 배경에는 ‘구조적 미완성’이라는 인식이 자리한다.

여권에서는 검찰이 여전히 기소권과 보완수사 요구권을 통해 실질적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본다. 반면 검찰은 “이미 상당한 권한을 이양했고, 국가 범죄 대응 체계의 균형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맞선다.

공수처는 애초 검찰개혁의 상징적 산물이었다. 고위공직자 범죄를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일부 사건에 대해 기소권까지 행사하는 구조는 검찰 권한 분산의 핵심 장치였다. 하지만 기대한 만큼 실망은 컸다. 정치적 논란과 실적 평가라는 이중의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개편이 현실화될 경우 공수처는 더 많은 사건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권력형 비리 수사에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줄어들면 공수처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확대된다. 이는 조직 위상 강화로 해석될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부담이 적지 않다.

공수처도 범위 두고 ‘교통정리’ 필요 의견
보완수사권 문제 해결 안 됐는데 갈팡질팡

첫째는 인력과 전문성 문제다. 대형 경제범죄나 금융범죄, 복합적 권력형 사건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현재 조직 규모와 경험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수사관 증원과 예산 확보가 병행되지 않으면 권한 확대는 과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는 정치적 독립성 문제다.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는 기관은 항상 정치적 해석의 중심에 선다. 권한이 커질수록 외부 압력도 커진다.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제도 신뢰는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

셋째는 기소권 구조다. 공수처는 일부 범죄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갖는다. 수사·기소 완전 분리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이 구조를 어떻게 재설계할지 명확하지 않다. 자칫 사건 처리 과정에서 권한 충돌과 지연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권한 확대 이전에 제도적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는 신중론이 적지 않다. 단기간 내 급격한 기능 확대는 오히려 조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부담을 느끼는 건 공수처만이 아니다. 경찰이 맡아야 할 경제·금융범죄, 대형 부패 사건 등 고난도 영역이 추가될 수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책임은 늘어나는데 통제 구조는 그대로”라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과 기소 통제권이 유지되는 한, 책임과 권한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완전 분리가 아니라면 이중 통제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디지털 포렌식, 국제 공조 수사, 회계 분석 등 전문 분야 역량 강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제도는 선언에 그칠 수 있다. 국가수사본부 체제가 안착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대형 사건 대응 능력은 여전히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개혁 논의가 감정적·정치적 프레임을 넘어설 수 있으려면 결국 법리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구상은 직관적으로는 단순해 보인다. 수사는 경찰이나 독립 수사기관이 맡고,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에 집중한다는 구조다.

커지는
부담감

공수처와 경찰은 공식적으로는 ‘입법 사항’이라는 입장을 유지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계산이 복잡하다. 권한 확대는 위상 상승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실패의 책임도 커진다. 특히 대형 정치 사건에서 판단이 엇갈릴 경우 기관 신뢰는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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