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만남의 기술이다. 설득과 타협, 긴장과 협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정치의 본령이다. 특히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회동은 단순한 식사 자리가 아니라, 국정의 방향과 협치의 의지를 상징하는 정치적 행위다. 그런 점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과의 여야 대표 오찬에 불참한 결정은 여러 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물론 야당 대표가 대통령의 초청을 무조건 수용해야 할 의무는 없다. 명분이 분명하다면 불참 역시 정치적 메시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메시지가 과연 국민에게 설득력을 갖느냐는 것이다.
장 대표는 “혹시 대통령을 만나는 기회가 있다면 요즘 너무 살기 힘들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는 시민들의 말이 무겁게 남아 있어서 오찬 회동에서 그런 목소리를 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회동에 응했다”고 했다. 그랬던 그가, 오찬 회동을 불과 1시간 앞둔 시점에서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가 불참을 밝힌 배경에는 전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대법관증원법, 재판소원법 단독 처리에 따른 항의 차원 때문인 것이라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민주당의 단독 처리가 불편부당함을 느꼈다면, 오히려 회동 자리에서 해당 의제에 대해 얼마든지 거론할 수 있었으나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
작금의 정치 상황에서 국민 다수는 ‘강한 대립’보다 ‘책임 있는 협치’를 원하고 있다. 민생, 경제, 외교, 안보 어느 하나 가볍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대표가 마주 앉는 자리조차 거부하는 모습은 대안 정치보다는 고립 전략에 가깝게 보일 수 있다.
정치는 싸움이 아니라 경쟁이다. 경쟁은 상대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대통령을 비판하더라도, 국정의 책임을 공유하는 제1·제2 정당 지도자라면 공식 회동에서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국민 앞에서 당당히 입장을 밝히는 것이 오히려 더 강한 정치적 행위일 수 있다.
불참은 강경해 보일 수 있지만, 동시에 회피로 해석될 위험도 크다.
더욱이 오찬은 공개 토론이 아니라 대화의 출발점이다. 거기서 합의가 나오지 않더라도, 만남 자체가 “우리는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정치적 시그널이 된다. 장 대표가 진정으로 정부 정책에 문제를 느낀다면, 그 자리에서 조목조목 비판하고 수정 요구를 하는 것이 야당 지도자의 책무에 더 가깝다.
밖에서의 비판은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지만, 안에서의 문제 제기는 실제 변화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은 정치적 상징성이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한 테이블에 앉는 장면은 그 자체로 국민에게 안정감을 준다. 극한 대치 속에서도 최소한의 소통 창구는 열려 있다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장 대표의 회동 불참은 그 상징을 약화시켰고, 결과적으로 정치 불신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정치는 원칙과 전략의 균형이다. 강경한 태도는 단기적으로 명확한 메시지를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협상의 공간을 스스로 좁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특히 여야가 첨예하게 갈린 시기일수록 지도자의 선택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지지층의 박수를 받는 결정과, 국민 전체의 신뢰를 얻는 결정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장 대표의 오찬 불참이 단순한 정치적 제스처에 그칠지, 아니면 장기적 대립구도의 출발점이 될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치의 문을 닫는 선택은 언제나 마지막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은 대립의 기술보다 문제 해결의 능력을 더 높이 평가한다.
정치 지도자의 힘은 상대를 만나지 않는 데서가 아니라, 만나서도 흔들리지 않는 데서 나온다. 이번 결정이 과연 어떤 정치적 유산으로 남을지, 그 평가는 결국 국민의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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