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자동차 정비 시 필수적인 ‘사전 고지 의무’가 지켜지지 않아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또다시 발생했다.
5만원 내외로 안내받았던 점검비가 차주의 동의 절차도 없이 10배 가까이 부풀려 청구된 것.
지난 3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차량 점검비 분쟁…점검비 5만원이라더니 49만원내라면 내실 건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 A씨 주장에 따르면, 사건은 그의 차량인 미니쿠퍼 컨트리맨의 시동 불량 문제에서 시작됐다.
A씨는 지난 1월15일경 동네 단골 카센터(이하 1차 카센터)에서 점화플러그를 교환했으나 증상이 개선되지 않았고, 결국 1차 카센터 사장의 소개로 경기 하남시에 위치한 수입차 전문 정비업체(이하 2차 카센터)인 B사로 차량을 견인 입고했다.
문제는 B사로부터 견적서를 받은 직후 발생했다. 입고 하루 뒤인 21일, B사가 A씨에게 청구한 견적서에는 순수 ‘점검비(검사·진단 기술료)’ 명목으로만 49만원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A씨가 받은 점검 내역 및 기술료는 ▲DME 상태 진단(22만5000원) ▲엔진 와이어링 하니스 점검(11만원) ▲연료 시스템, 점화 시스템, 센서 및 액츄에이터 점검(15만5000원) 등이다.
A씨가 “차주에게 사전 안내나 동의 없이 임의로 점검하고 고액을 청구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하자, B사 측은 “원래 수십만원에서 100만원 이상 나오기도 한다. 1차 카센터에서 점검을 요청했기에 진행한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하지만 A씨가 1차 카센터 사장에게 확인한 결과 내용은 달랐다. 1차 카센터 사장은 “B사 직원과 통화 당시 점검비가 3만원에서 5만원 정도 나온다고 안내받아 이를 믿고 입고를 권유했다”며 통화 녹취 내용까지 확인해 줬다.
A씨는 “안내받은 금액인 5만원은 낼 의향이 있으니 차를 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B사는 “49만원 전액을 결제하지 않으면 차량을 인도할 수 없다”며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A씨는 하남시청에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현행법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정비 전 비용 안내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자동차관리법 제58조 및 동법 시행규칙 제134조에 따르면, 자동차 정비업자는 점검·정비를 의뢰받은 경우, 정비를 하기 전에 수리 비용 등을 기재한 ‘견적서’를 발급하고 소비자에게 내용을 안내해야 한다. 이는 수리뿐만 아니라 비용이 발생하는 점검 행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역시 ‘사업자가 소비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정비하거나 부품을 교환해 발생한 비용은 소비자가 부담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A씨가 사전에 49만원이라는 금액에 대해 안내받거나 동의한 사실이 없다면, 업체 측의 청구는 절차적 정당성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청구된 항목인 DME 진단, 배선 점검 등은 단순 점검이 아니라 엔진 제어 컴퓨터의 회로를 하나하나 찍어보거나 부품을 들어내야 하는 고난도 정밀 진단 영역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번 사례처럼 육안 점검이나 스캐너 진단(통상 3~5만원 선)을 넘어, 엔진 부품을 뜯어내야 하는(탈부착) ‘정밀 점검’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부품 탈거는 그 자체로 상당한 공임(노동력)이 발생하는 ‘정비 행위’의 일종으로 간주되는 탓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당 작업들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트러블 슈팅’ 과정이라 비용 자체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이는 기본 진료가 아닌 ‘정밀 검사’에 해당하므로, 수십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차주에게 알리지 않고 임의로 진행한 것은 명백한 절차 무시이자 과잉 정비로 볼 소지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당장 차를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A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법조계에선 B사가 주장하는 ‘유치권(물건에 관해 생긴 채권이 변제될 때까지 그 물건을 점유할 권리)’ 행사 때문에 당장 경찰 신고 등으로 차를 빼오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업체 측이 점검 행위를 근거로 유치권을 주장하고 있어, 당장 차량을 운행해야 하는 차주 입장에서는 억울하더라도 비용을 먼저 지불하고 차량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때 중요한 것은 ‘이의 유보부 지급’ 의사를 밝히는 것이다. 비용을 지불할 때 “비용을 인정해서 주는 것이 아니라, 차를 찾기 위해 부득이하게 내는 것”이라는 의사를 녹취나 문자로 명확히 남긴 뒤, 추후 법원에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이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이다.
만약 이 같은 소송이 부담스럽다면 ‘사전 고지 의무 위반’을 근거로 업체와 강력하게 협의를 시도하는 방법도 있다.
<일요시사>는 4일 A씨에게 ▲B사와 부당 요금 조율 여부 ▲시청 민원 답변 내용 ▲고지된 청구비 납부 여부 등을 질의하기 위해 취재를 시도했으나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jungwon933@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