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연구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소년원 아이들과의 동물원 소풍에 동행해 줄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실험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세 그룹으로 나누어 A 그룹에는 두 시간짜리 동물원 봉사 참여를 곧이곧대로 제안했다. B 그룹에는 매주 두 시간씩, 최소 2년간 아이들을 돌봐 달라는 무리한 부탁을 먼저 던진 뒤 거절하자, 그제야 한 차례 동물원 봉사를 요청했다.
C 그룹에는 매주 동물원에 동행하는 장기 봉사와 한번만 가는 단기 봉사,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처음부터 가벼운 부탁을 받은 A 그룹과 선택지가 주어진 C 그룹보다, 무리한 요청을 한번 거절한 뒤 다시 부탁받은 B 그룹에서 참여율이 세 배 이상 높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우리는 설득에서 가장 피해야 할 것이 상대방의 “No(아니요)”라고 배워왔다. 대화 중에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기색이 비칠까 조심하며, 어떻게든 ‘Yes(네)’를 끌어내려 애쓴다. 그러나 이 실험은 그런 통념이 얼마나 자주 빗나가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No”를 막으려 하지만, 마음은 오히려 그 뒤에 움직였다. ‘No’에서 ‘Yes’를 끌어내는 이 전략을 심리학에서는 ‘면전에서 문 닫기 효과’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면전에서 문을 닫아 문전박대당하는 심정을 맛보게 하고 그다음에 원래 의도했던 문을 여는 방식이다. 부담스러운 부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훨씬 작은 요청을 하면, 상대는 이를 배려로 받아들이고 상호성의 원리에 따라 균형을 맞추려 한다.
그 결과, 처음보다 훨씬 수월하게 두 번째 부탁을 받아들이게 된다.
비슷한 역전은 인간관계에서도 나타난다. 미국의 정치가 벤저민 프랭클린은 자신이 어떻게 정치적 적수의 호감을 얻었는지를 회고한 적이 있다. 그는 정적이 희귀한 판본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 책을 빌려 달라고 여러 차례 정중히 요청했다. 상대는 결국 그 부탁을 들어줬고, 이후 두 사람은 적대 관계를 넘어 평생 우정을 나누는 사이로 바뀌었다. 프랭클린은 이 경험을 이렇게 정리했다.
“당신에게 한 번 호의를 베푼 사람은, 당신이 호의를 베푼 사람보다 더 쉽고 자연스럽게 당신에게 계속 호의를 보인다.” 이 일화는 이후 과학 실험으로도 입증되었고, ‘벤저민 프랭클린 효과’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흔히 누군가를 좋아해서 돕는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돕고 나서야 마음이 그 방향으로 기울어진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과 실제 마음의 반응은 이처럼 다르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이 차이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마음의 작동 원리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은 같은 말, 같은 행동을 해도 전혀 다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모르면 끌려가고, 알면 이끌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심리 법칙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마음을 조종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정확히 이해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줄이고, 원하는 결과에 더 수월하게 도달하는 법을 알려 준다. 보이지 않는 심리의 법칙을 해독하는 순간, 삶은 훨씬 단순해지고, 그만큼 더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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