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 범죄학> 또 촉법소년 논쟁인가?

  • 이윤호 교수
2025.12.29 10:45:38 호수 1564호

성인 범죄자와는 달리 미성년 범죄자는 형사처벌이 아니라 소년보호처분을 한다. 이처럼 미성년 범죄자, 비행소년들에게 형벌이 아닌 보호적 접근을 강조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형벌 철학에 따르면,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고, 범죄 행위를 포함한 자신의 행위를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이성적,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선택한다는 인간의 본성을 토대로 스스로 자유의지대로 선택한 범죄 행위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미성년자는 스스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고 선택할 정도로 아직은 충분히 성숙되지 않았고, 따라서 미성숙한 그들의 행위는 합리적, 이성적 선택의 결과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처벌이라는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보호를 우선하는 소년 사법을 성안 사법과 분리해서 따로 두고 있다.

설사 이런 비행이나 범죄가 소년의 자유의지에 따른 이성적 선택이고, 따라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해도, 어린 소년들에게 형벌이라는 낙인은 지나치다. 소년들은 아직 인성 등이 고착되지 않아서 적정한 교육이나 치료 등 보호를 통해서, 그것도 국가가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제공한다면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르지만, 모든 소년들은 우리 사회가 보호하고 양육하고 교육할 책임이 있다. 가정, 학교, 사회가 제대로 양육·보호했다면 일탈하고 범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이들 범죄 소년이나 비행소년은 가해자이지만 동시에 피해자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아직도 촉법소년에 대한 논쟁을 끝내지 못하고 계속하고 있을까? 가시적이고, 그래서 대중들의 불편한 관심과 촉법소년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바로 소년 범죄가 흉포화하고 있으며, 소년범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범죄는 점점 더 흉포화하지만 그런 범행의 범법자는 나이가 점점 낮아져서 촉법소년의 소행인 경우가 빈번해지지만,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적절한 처분이나 처벌도 할 수 없다는 점이 이해되지 않는 측면과 그럼에도 소년은 처벌이 아니라 보호의 대상이라는 소년사법의 근본적인 이념 갈등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미성년자들, 특히 아주 어린 나이에 범죄나 일탈행위를 한 촉법소년들이지만 성인을 능가하는 흉포한 범행을 하고, 자신이 촉법소년이라 처벌받지 않는다는 소년사법제도의 원칙을 악용해 반복적으로 범행하기까지 함에도 처분도 처벌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촉법소년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것이고, 그 논란의 핵심은 대체로 촉법소년의 연령 기준을 낮추자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단순히 촉법소년의 연령만 하향 조정하는 것은 더 큰 논란만 일으키게 된다. 지금도 소년은 보호의 대상이라고 하는데, 나이를 더 낮춰서 처분 및 처벌한다면 보호의 대상인지 처벌의 대상인지에 대한 논란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런 논쟁의 불씨는 아마도 나이라는 단순한 기준 하나로만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규칙하에 획일적, 그것도 아무런 예외 규정도 전혀 없이 강제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촉법소년은 보호를 원칙으로 하되, 필요하다면 처벌할 수도 있다는 예외도 둬야 한다. 처벌될 수도 있다는 예외 규정이 있다면 지금처럼 벌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하고 비웃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적어도 심리적 억제라도 작동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세계적으로 소년 범죄와 그에 대응하는 소년사법의 변화 추세도 감안할 필요도 있다. 바로 최소 강제 양형과 점진적 양형이다.

최소 강제 양형은 특정한 강력 범죄에 대해서는 범인의 연령에 관계없이 양형 기준이 정하는 최소 수준의 형을 선고하도록 판사에게 강제하는 것이고, 점진적 양형은 처음부터 응보적 형벌을 가하기보다 점차적으로 처벌의 수준을 높혀가는 방법이다.

나이가 적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훈육하고 초호하고 처벌할 수 있고, 나이가 어려도 때에 따라서는 최소한의 책임이라도 물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소년의 기준 연령을 낮춤과 동시에 유연성 있고 다양성이 고려되는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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