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트럼프, ‘2심법원의 관세정책 위법 판결’ 의미 되새겨야

2025.08.31 08:41:25 호수 1547호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29일(미국 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비상사태를 근거로 전 세계 교역국에 부과한 ‘상호 관세’와 중국·캐나다·멕시코 등에 매긴 ‘펜타닐 관세’가 위법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연방항소법원은 관세를 즉시 폐지하진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대법원 상고를 준비할 수 있도록 오는 10월14일까지 시간을 줬다.

이번 판결은 지난 5월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당시 연방항소법원은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지만 관세 부과 권한까지 포함한다고 볼 수 없다”며 ‘비상권한법을 근거로 한 관세정책은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하며,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이때도 연방항소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1심의 판단에 항소하며 집행정지를 신청하자 1심의 효력을 일시 중단하고, 항소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상호 관세가 당분간 유지될 수 있게 했다.

트럼프는 무역적자가 미국 제조업과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상호 관세 협상 카드로 전 세계를 압박했다.

그에 반해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부적절한 행정권 남용’이라며 소를 제기한 미국의 5개 자영업체와 오리건주를 비롯한 12개 주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이례적이거나 비상한 위협이 아니고, 긴급 상황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미국의 1심과 2심 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비상권한법 남용에 이어 미국의 무역적자를 긴급사태로 보지 않고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우리나라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국가가 긴급 상황에 처했다고 생각해 비상계엄을 선언한 이후 탄핵까지 당하고 현재 재판 중에 있다. 우리나라 법원도 당시 위기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원고(국회) 측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지도자는 국정을 운영하다가 국가가 위기에 빠졌다고 판단될 때, 비상권한법을 발동해 국가를 위기에서 구해야 한다.

그런데 국가가 무너질 정도의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자기의 공약이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트럼프처럼 긴급사태를 선언하거나, 자신의 불법과 가족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윤 전 대통령처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 안 된다. 대통령일지라도 위법에 대해 사법부의 심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미국에서 트럼프에 대한 탄핵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 상고심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 관세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온다면 미국도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무효화되면 전 세계의 무역 혼란은 물론 미국의 정치도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항소법원이 전 세계 교역국에 부과한 상호 관세와 ‘펜타닐 관세’가 위법이라고 판단하자, 즉각 반발하면서 이번 판결에 대해 "미국 연방대법원의 도움으로 우리는 관세를 국가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며 연방대법원 상고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이고, 7월부터 9월까지 휴정 기간이어서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언제 3심 판결을 받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보수 성향 6명과 진보 성향 3명으로 구성돼있다.

앞선 2심서 트럼프 관세정책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린 연방항소법원은 11명의 판사 중 8명은 민주당 소속 대통령이, 3명은 공화당 소속 대통령이 임명한 자로 구성돼있다. 연방항소법원의 이번 판결은 판사 11명이 참여해 7대 4로 나왔다. 보수 성향의 트럼프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보수 성향이 다수인 연방대법원에선 트럼프가 유리해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지 않으리라 예상된다. 그러나 만약 연방대법원이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위법으로 판단할 경우, 미국이 각 나라에 부과했던 상호 관세가 모두 취소되면서 미국의 무역정책은 큰 역풍을 맞게 되고, 글로벌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이다.

이런 상황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법원의 1,2심 위법 판결을 잘 되새겨봐야 한다. 3심 결과에 상관없이 트럼프의 글로벌 관세정책이 자국의 법원에서 위법이라는 판결을 받았다는 자체가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판결로 미국의 교역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강경 관세정책에 반발할 것이다. 미국이 글로벌 교역 질서와 미·중 무역 분쟁에서 불리한 상황이 올수도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을 단순히 관세 부과의 위법성을 넘어, 대통령의 권한과 사법부의 역할, 그리고 무역정책의 방향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도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에 의한 탄핵 사태를 위법이나 내란 사태를 넘어, 대통령의 권한과 사법부의 역할, 그리고 국민주권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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