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코앞 ‘규모 난제’ 넘을까?

2025.07.30 14:06:46 호수 0호

경제 수뇌부 워싱턴 집결
재계 총수들도 ‘지원 사격’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한국 정부가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 시한을 이틀 앞두고 협상 타결을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현지시각) 미국 수도 워싱턴DC에 도착하자마자 상무부로 직행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 장관과 2시간에 걸쳐 집중 협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함께해 한국의 통상 라인이 총출동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워싱턴DC 인근 델레스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31일 스콧 베선트 재무 장관과의 핵심 면담에서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장기적 협력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윌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최근 스코틀랜드에서 한국 협상단에게 “최종 제안서에 가능한 모든 것을 담아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새로운 무역 협정 필요성을 확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러트닉 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무역 협정은 8월1일까지 완료될 것”이라며 “이는 연기될 수 없는 확정 기한이며, 이때부터 새로운 관세가 일괄 적용된다”고 못 박았다.


한국이 협상 테이블에 올린 핵심 카드는 ‘한미 조선업 협력’이다. 정부는 ‘마스가(MASGA, 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라는 슬로건 아래 미국 조선 산업 부활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현재 미국 조선업은 동아시아 3국(한국, 중국 일본)에 밀려 사실상 붕괴된 상태다. 한국은 이런 미국의 약점을 파고들어 상선은 물론 군함 건조까지 지원함으로써 경제적 이익과 안보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정부의 협상을 측면 지원하기 위해 재계 거물들도 속속 워싱턴으로 향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 28일 미국에 입국해 정부 협상단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한화는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인수·운영하고 있어 마스가 프로젝트의 실질적 주체로 주목받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이날 워싱턴DC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미국 내 반도체 투자 확대와 인공지능(AI) 칩 기술 협력 방안 등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관이 합심해 막판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협상의 가장 큰 장애물로 ‘투자 규모’를 둘러싼 양측의 현격한 입장 차가 존재해 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 만은 않다.

한국은 ‘1000달러+α’ 수준의 투자 계획을 마련했지만, 미국 측은 이의 4배에 달하는 4000억달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앞서 일본이 5500억달러, 유럽연합(EU)이 60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면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기대치가 크게 높아졌다. 일본과 EU는 이미 각각 15%의 관세율로 합의를 마쳤는데, 이는 기존 관세율(일본 25%, EU 30%)에서 대폭 인하된 수준이다.

다만 협상 시한을 넘기더라도 완전히 문이 닫히는 것은 아니라는 신호도 감지된다.

베선트 재무 장관은 <CNBC>와 인터뷰에서 “관세가 며칠이나 몇 주 동안 유지된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며 “각국이 성실하게 협상에 임한다면 이번 조치는 일시적일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 아래 진행되는 이번 협상에서 한국이 15% 이하의 관세율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가진 우리로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자동차와 반도체 등 주력 수출 품목에서 일본, EU와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구 부총리는 “미국 상무부가 한국과의 협력이 미국에도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점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며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나 최종 결정권을 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 경제의 향방을 결정할 운명의 48시간이 시작됐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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