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마음감옥’에서 벗어나자

2012.10.15 10:49:53 호수 0호

나는 왜 내 편이 아닌가 / 브레네 브라운저 / 북하이브 / 1만5000원



우리는 우리 머릿속에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렌즈를 넣어두고 나의 일거수일투족, 가족, 배우자, 자녀의 모든 것을 그 렌즈를 통해 바라본다. ‘이건 틀렸고, 이건 괜찮고’ 그렇게 품질확인증을 받듯 내 인생을 점수 매기는 동안, ‘진짜 나’는 점점 더 연약해지고 도움을 필요로 하고 대화에 목말라 하며 서서히 말라간다. 만족시키려 해도 절대 만족시킬 수 없는 바로 그 대상을. 그렇게 내 안에 내가 만든 ‘마음감옥’을 지어놓고 그 안에 갇혀 아무도 보지 않을 ‘트루먼 쇼’를 찍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브레네 브라운 박사는 12년에 걸쳐 수천 명의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 하면서 이러한 ‘내 안의 마음감옥’의 정체를 밝혀낸다. 사실 브라운 박사가 말하는 ‘내 안의 마음감옥’의 실체는 ‘수치심(shame)’이다. 수치심이란 내가 갖고 있는 무언가를 남이 알게 되거나 밝혀지면, 내가 가치 없어지거나 사랑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여기는 감정이다.

극단의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매일의 좌절, 절대기준과의 끊임없는 비교,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벽을 쌓고 남과 나를 분리하는 모든 ‘단절’의 이유는 사실, 이 수치심으로부터 비롯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버려질 것이 두려워, 다른 사람과 단절한다. 뚱뚱해지면, 못생겨지면, 돈이 없어지면, 지위를 잃으면, 똑똑하지 못하면, 리더십이 없으면 버려질까봐 애써 괜찮은 척한다. 그리고 그런 서로를 보면서 ‘내가 저 사람보다 더 부족하다’는 생각에 또 다시 자기 자신을 닦달한다.

이 감정이 쌓이고 쌓여서 안으로 침잠하면 우울로 나타나고 곪고 곪아서 밖으로 폭발하면 분노, 비난, 책임전가, 폭력으로 드러난다. 브라운 박사는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빨라지고 숨고 싶고 달아나고 싶고 화나게 하고 심지어 파괴적인 행동으로 나를 끌고 가는 이 ‘마음의 메커니즘’을 실제 사례에 근거해 누구보다 명쾌하게 풀어내고 나를 괴롭혀온 그 오랜 해묵은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을 알려준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처음엔 동병상련의 놀라움이, 그 다음엔 너무도 사실적인 다른 이들의 고백에 당혹감이, 그리고 이윽고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똑같으며 분명히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에 안도감이 느껴진다. 평범한, 그리고 그래서 인간다운 우리 모두를 괴롭히는 이 마음감옥의 실체에 들어가 보고 싶지 않은가. 더군다나 브라운 박사의 친절한 손을 잡고 함께 떠날 수 있다면, 더없이 편안한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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