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의 재발견

2024.01.22 10:02:29 호수 1463호

글로리아 마크 / 위즈덤하우스 / 2만2000원

무거운 몸을 이끌고 사무실에 출근한 당신. 컴퓨터를 켜고 브라우저에 접속하자 읽지 않은 이메일이 산처럼 쌓여 있는 장면을 마주한다. 자, 이건 지금 당장 답장을 보내야겠고, 이건 이따 오후에… 일단 오늘 꼭 넘겨야 하는 보고서부터 마무리하려고 문서 프로그램을 연 순간, 메신저 알림이 울린다. 문의에 답하고 왔더니 회의 시간이라는 캘린더 알림 메시지가 뜬다. 이제 겨우 10시밖에 안 됐는데 벌써부터 피곤하다.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는 주의집중을 통제할 수 없다고 절실하게 느낀다. 기술은 우리 역량을 강화하고 더 많은 정보를 생산하는 데 도움을 주도록 고안되었으나, 그 대신 우리는 산만하고 피곤해졌다. 인터넷의 노드와 링크 구조는 우리가 디지털 세상을 한없이 돌아다니도록 유도한다. 실제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쓰는 동안 우리의 주의집중 시간이 평균 47초 정도로 미친 듯이 짧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현상에 관해 대중적 논의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인간과 컴퓨터 사용 기술의 관계에 대한 네 가지 근거 없는 오해가 생겨났다. 첫 번째 오해는 컴퓨터를 사용할 때 늘 집중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그래야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집중하지 못하면 죄책감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장시간 동안, 특히 휴식하지 않고 집중하는 것이 대부분 사람에게 부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인간의 하루 중 집중력은 자연스레 오르락내리락하며, 온종일 고도의 정신적 과제에 집중하기는 힘들다.

두 번째 오해는 ‘몰입’이야말로 기술을 활용할 때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이상적 상태라는 것이다. 어떤 경험에 완전히 몰두하는 최적의 주의집중 상태인 몰입은 훌륭한 야망의 대상이지만, 매일매일 일상에서 디지털 정보를 주로 다루는 지식노동자에게는 요원한 목표에 가깝다. 

세 번째 오해는 우리가 기기를 사용하는 동안 경험하는 주의산만, 방해, 멀티태스킹이 주로 휴대폰 알림이나 절제력 부족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진공상태에서 기술을 쓰는 것이 아니기에 디지털 세상에서의 행동도 환경적, 사회적, 그 외 기술적 힘의 영향을 받는다. 인터넷은 사람들이 정보를 손쉽게 찾고 그 행위를 멈추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사람마다 성격 특성이 달라서 알림이 뜰 때마다 유독 참지 못하고 기어코 확인해야 하는 유형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또한 타인의 사회적 영향력 때문에 끊임없이 이메일과 소셜 미디어를 확인할 수밖에 없는 환경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네 번째 오해는 머리 쓰지 않고 컴퓨터와 휴대폰으로 하는 활동이 가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퍼즐 게임, 소셜 미디어 검색, 인터넷 서핑 같은 무의미한 행위를 중단하고 생산적인 행동에 몰입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을 받는다. 그런데 과연 이런 활동이 무의미하기만 할까? 이 책에서 저자는 무의미해 보이는 무심한 기계적 활동이 긴장 해소에 도움을 주며 이를 통해 인지 자원을 보충함으로써 집중력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음을 밝힌다.

 


<webmaster@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