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테크 전쟁

2023.12.12 08:24:23 호수 1457호

류현정 / 리더스북 / 1만9000원

‘광고는 금기’라던 넷플릭스는 지난해 광고 요금제를 도입하며 구독과 광고, 2가지 수익 모델을 확보했으며 아마존과 쿠팡은 콘텐츠로 회원을 묶어두는 공격적인 번들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는 광고를 없애는 ‘애드프리’(ad-free) 전략만으로 수천만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했다.



이에 위기를 맞은 디즈니, 워너 브라더스 등 전통 미디어 기업들은 대규모 인수 합병 전략으로 대응하는 중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K 모델은 1억개가 넘는 압도적인 콘텐츠 생태계를 기반으로 다채로운 IP 비즈니스를 구사하고 있다. 그야말로 ‘만인에 의한 만인의 스토리테크 전쟁’ 중이다. 저자는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현대 스토리 비즈니스의 지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3가지 분석 틀을 제시한다.

할리우드 모델, 실리콘밸리 모델, K 모델이 그것이다.

100년 넘게 영화 산업을 지배했던 전통의 스토리 강자 할리우드 모델은 기술 기업의 대공세로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디즈니는 픽사, 21세기폭스 등을 인수하고 워너 미디어와 디스커버리는 대규모 합병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하지만 디즈니는 2019년 이후 스트리밍 사업서만 최소 100억달러(약 12조원)가 넘는 손실을 기록했으며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는 뉴스 스트리밍 서비스 CNN+를 중단하고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을 백지화하는 등 스트리밍 서비스가 ‘돈 먹는 하마’라는 사실을 절감하는 중이다.


실리콘밸리 모델로 대표되는 애플, 아마존, 쿠팡은 스토리로 즉각적인 수익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위협적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핵심 사업을 성장시키는 플라이휠(flywheel·‘떠 있는 바퀴’라는 뜻으로 성장을 만드는 선순환의 수레바퀴를 의미) 수단으로 스토리를 선택했다. 

애플은 서비스와 콘텐츠를 판매해 압도적인 하드웨어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이고, 아마존과 쿠팡은 플랫폼 내 리텐션(기존 고객 유지)을 높이기 위해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중이다. 한편 유튜브와 틱톡은 알고리즘이라는 독보적인 무기로 사용자의 시간을 무섭게 장악해나가고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 〈지옥〉 〈무빙〉 등 글로벌 히트작을 성공시킨 K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웹툰, 웹소설 등 풍부한 원천 스토리 생태계를 보유했다는 것이다. 네이버, 카카오에 누적된 콘텐츠가 10억개 이상으로, 원 소스 멀티유즈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단행본 펀딩 프로젝트에 12억원이 넘게 모인 네이버 무협 웹소설 〈화산귀환〉은 오디오 드라마, 향수, 신용카드 등이 잇따라 출시되며 IP(지식재산권) 비즈니스의 훌륭한 사례가 되고 있다.

AI의 등장으로 스토리 비즈니스는 또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만이 창조할 수 있는 창작물은 무엇인지, 인간성(Humanity)을 어떻게 보존하고 사수할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 이 책은 스토리 산업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태동부터 현재까지 미디어 산업의 역사와 진화상을 망라하면서 AI의 출현 이후 호모 나랜스(Homo Narrans, 이야기하는 사람)를 탐구하는 새 여정의 첫 페이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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