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없는’ 유화증권 쏠리는 경영권 방향

2023.08.31 16:49:21 호수 1442호

부친 빈자리 채우는 황태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유화증권이 오너 공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직원을 동원해 통정매매한 혐의로 회장이 법정 구속된 탓이다. 이런 와중에 후계자는 지분매입에 적극 나서자 눈길을 끌고 있다. 자리를 비운 아버지를 대신해 장남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순으로 읽힌다.



유화증권은 윤장섭 명예회장이 1962년 설립한 회사다. 윤 명예회장의 뒤를 이은 윤경립 회장은 1997년 경영 일선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윤 회장은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선임되면서 전권을 쥐었고, 무리한 사업확장을 지양했던 윤 명예회장의 경영 방침을 물려받아 내실 위주의 운영을 추구했다.

상속세
뭐라고…

이후 윤 회장은 25년간 경영 일선에서 활약했다. 지금껏 수차례 대표이사 연임이 이뤄졌고 이 자리를 놓지 않았다.

확고한 지배력은 윤 회장이 오랜 기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윤 회장은 2008년 무렵 유화증권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당시 윤 회장은 윤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 일부를 넘겨받으면서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지금껏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윤 회장의 지분율은 22.12%이다.

다만 윤 회장은 2025년 3월까지 대표이사 자리가 보장됐음에도 앞날을 예견하기 힘들어진 상태다. 상속세 부담을 피해 경영권을 승계할 목적으로 직원들을 동원해 통장매매한 행위가 본인의 족쇄를 채운 형국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명재권)는 지난 8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회장에게 징역 1년6개월에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유화증권 법인에는 벌금 5억원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자기주식을 적법하게 취득할 것처럼 공시한 뒤 실제로는 통장매매를 통해 부친(고 윤 명예회장)의 주식을 매수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하는 등 기망적 방법을 사용해 부당한 사적 이득을 취득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주식시장에서 이런 부정거래 행위는 시장 참여자의 신뢰를 무너트린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더욱이 피고인은 증권사의 대표이사로서 이 범행이 증권시장의 공정성과 투자자의 신뢰를 침해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직업윤리를 저버리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꼬리 잡힌 통장매매 행위
이참에 부각된 장남 행보

윤 회장은 사전 협의한 자사 임직원들을 동원해 2015년 1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창업주이자 부친인 윤 명예회장이 가진 주식 약 80만주(120억원 상당)를 자사주로 먼저 매수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윤 명예회장이 소유한 유화증권 주식 68만주를 두 차례에 걸쳐 먼저 매수했고, 유진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이 소유한 주식 11만6000여주를 추가로 우선해 자기 주식으로 매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윤 회장이 당시 90세가 넘는 고령인 윤 명예회장의 건강이 악화되자 상속세 부담은 줄이고 회사 지배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통정매매를 한 것으로 봤다. 윤 회장이 부친의 주식을 그냥 상속할 경우 2개월간 주가의 30%를 할증해 평가한 금액을 토대로 상속세를 내야 했다.

현재 윤 회장은 법정 구속된 상태다. 윤 회장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건강상의 문제를 참작해 구속은 면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회장 측 변호인은 1심 선고 사흘 뒤인 지난 10일, 사건을 심리한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명재권)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도 같은 날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공교롭게도 윤 회장이 통장매매 혐의로 구속된 와중에 오너 일가 내부에서는 경영권 승계 절차를 떠올리게 하는 움직임이 표면화된 양상이다. 윤 대표의 아들이 부각되는 사안이라 세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꼬리 밟힌
부정거래

윤 회장의 장남인 윤승현씨는 17세였던 2006년에 유화증권 지분 3.01%를 보유한 주주였다. 당시 승현씨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5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후 지분율을 조금씩 끌어올렸던 승현씨는 최근 들어 주식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화증권은 지난달부터 이달 5일까지 4차례에 걸쳐 2만2000여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고, 이에 따라 승현씨의 보유 지분은 기존 5.36%에서 5.42%로 상승했다.

현 시점에서 유화증권 최대주주는 윤 회장이고, 다음으로 지분을 많이 보유한 특수관계인은 승현씨다. 윤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47.90%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아버지가 한창 재판을 받던 시기에 승현씨가 지분을 확대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윤 회장의 법정 구속이 표면화된 시점과 승현씨의 주식 매입 시기가 맞물린 걸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최근 대표이사에 복귀한 고 부사장의 존재는 승현씨를 축으로 하는 승계 절차가 가동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에 힘을 싣게 하는 요소다. 지난해 9월 유화증권은 윤 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에서 윤경립·고승일 각자 대표이사로 회귀했다. 

후계자
급부상

이렇게 되자 관련업계에서는 승현씨가 어느 시점에 경영 일선에 모습을 드러낼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1989년생인 승현씨는 현재 유화증권 회계팀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조만간 승진을 거치며 보다 큰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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