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한전 삼중고

2023.08.31 10:10:43 호수 1442호

자고 일어나면 느는 빚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전기공급을 담당하는 한국전력의 빚이 200조원을 돌파했다. 한전채 발행 한도는 반 토막 위기다. 전기값을 올려 서민들의 허리띠를 졸라도 올해 수조원대 영업손실이 관측된다. 무더위 속 에어컨 바람도 부담스러운 요즘, 한전 직원들은 내부정보를 통해 ‘태양광 장사’에 나섰다가 감사원 조사를 받고 있다.



최근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이 공시한 ‘반기 보고서’를 보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부채 총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201조4000억원이다. 지난해 말(192조8000억원)에 견줘 8조5000억원이 늘었다. 2021년 말(145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늘어난 부채만 약 56조원에 이른다. 이대로라면 한전채를 찍어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조

한전의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올해 6월 말 기준 574.1%다. 이는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을 한전이 판매하는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않으면서 발생한 손실이다. 한전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5회 연속 전기요금을 올려 전기를 원가보다 싸게 파는 역마진 구조서 벗어난 상태다.

다만, 안심하긴 이르다. 증권가에 따르면 4분기에는 약 50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바라봤다. 

올해 연간으로는 약 7조원의 영업손실이 예측된다. 문제는 실적 회복이 늦어지면 외부자금으로 ‘빚 돌려막기’조차 어렵다. 


한전이 발행하는 회사채인 한전채 발행액은 2020년 4조1000억원서 2021년 12조2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에는 37조2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올해도 상반기(1∼6월)에만 11조4000억원어치를 신규 발행했다. 한전채 누적 발행 잔액은 78조9000억원이다.

이는 현행 한국전력공사법상 한전채 발행 한도(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인 104조6000억원에 못 미친다. 다만, 올해 영업손실 7조원이 추가되면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액이 지난해 말 기준 약 21조원서 약 14조원으로 쪼그라든다. 덩달아 발행 한도도 기존 발행 잔액보다 적은 70조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대로라면 내년 신규 한전채 발행 등이 제한돼 자금 조달에 난항이 예상된다. 올해 적자가 추가 발생할 경우, 내년 한전채 발행 한도는 더욱 줄어든다. 이에 따라 사업 운영조차 힘들어질 수 있다. 

적자 증가에 한전채 한도 ‘턱밑’
내부 정보로 태양광 손댄 직원들

벼랑 끝에 몰린 한전은 25조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 관련 자구책을 지난 5월 마련했다. 2021년 이후 44조원의 누적적자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뼈를 깎는 개혁으로 전기요금 정상화에 따른 국민 부담과 불편을 조금이나마 경감한다는 취지였다.

다만, 올해도 한전은 한전채 11조4000억원을 발행해 전기 구매 대금과 시설 유지보수 및 투자비용 등으로 썼다.
앞서 한전은 ‘22~26년 재정건전화 목표’로 ▲자산 매각 2조9000억원 ▲사업 조정 5조6000억원 ▲비용 절감 3조원 ▲수익 확대 1조1000억원 ▲자본 확충 7조4000억원 등 20조원의 재무구조 개선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7조원 규모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자본 확충은 자산 재평가 과정을 뜻한다. 한전은 전국적으로 250여개의 지역본부, 지사 등을 보유하고 있다. 보유 건물과 토지 등에 부동산 가격 상승분 등을 반영하면 재무제표상 자산의 가치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목적일 뿐,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중론이다.

한전 영업비용의 90%를 차지하는 전력구입비 절감 대책도 내놨다. 비싼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보다 저렴한 석탄 발전소를 돌려 전력구입비를 낮추겠다는 의미다. 이는 탄소중립 및 저감정책에 반할 수 있어 일부 반발이 우려된다.

더 아쉬운 점은 일부 직원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태양광사업체 등을 운영했다는 사실이다. 2018년 감사원은 한전 일부 직원이 직위를 이용해 태양광발전소 사업허가 및 기술검토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하거나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들 중 일부는 가족 명의로 태양광발전소를 구매해 수익활동에 나섰고 시세보다 싼 가격으로 발전소를 인수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한전서 불거진 태양광사업 비리 의혹은 전국으로 번졌다. 논란의 중심은 서울시였다. 감사원은 2019년 감사를 통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재임 당시 추진한 ‘서울시 베란다형 태양광 미니 발전소 보급사업’서 일부 업체가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을 적발했다.

그래도 방만 경영
유명무실 자구책

구체적으로는 녹색드림협동조합,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해드림협동조합 등으로 각각 허인회씨, 박승옥씨, 박승록씨 등의 친여 인사가 소속된 업체들이었다.

한전 내부 비리는 현재진행형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한전 직원 최소 180여명을 대상으로 불법 태양광 사업 실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감사 대상이 된 이들은 태양광 사업 참여를 금지하고 있는 내부 규정을 위반했다. 특히, 겸직 허가를 받지 않고 가족 등 명의로 태양광 사업을 벌인 의혹을 받고 있다.

한전은 지난 5월30일부터 2주 동안 직원 2만3000여명으로부터 “태양광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았다. 감사원은 태양광 사업에 참여한 한전 직원들에 대해 수사 요청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감사원은 올 6월 태양광 사업서 특정 민간업체의 편의를 봐준 혐의로 산업통상자원부 전직 서기관 2명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임준 군산시장 등 총 13명에 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당시 감사원 관계자는 “이해충돌 가능성이 높은 8개 기관에 소속된 임직원 250명이 태양광 사업을 부당하게 영위하는 사례를 확인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공기업 32곳(시장형·준시장형)의 징계처분 결과를 전수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 공기업 징계 건수가 두 번째로 많은 기업은 한전(63건)인 것으로 드러났다. 1위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 94건이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한전의 징계처분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기밀을 누설하거나 규율·질서 문란’이 16건으로 드러났다. 개인정보가 포함된 자세한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한전 직원의 태양광 사업과 연관성이 있다.

카르텔


한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해당 징계 사유는 포괄적인 의미로 볼 수 있지만, 아마 일부 직원이 태양광 사업체를 운영한 것과 관련된 징계일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향후 한전의 방만 경영 백태는 적당한 핑계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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