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배경은 1947년 9월16일의 하루, 부산이다. 동이 튼 때부터 일몰 후까지 단 하루의 일들이 원고지 1880장에 달하는 긴 분량 속에 담겼다. 그 시절 부산에는 돌아온 사람들, 돌아가다 그대로 머문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들은 중국에서, 만주에서, 일본에서 해방됐다는 소식을 듣고 조선으로 돌아왔다. 이른바 귀환 동포들이다. 그들은 거지 떼처럼 들어와 눌러앉아 골치를 썩이는 존재들로 취급받는다. 이 소설은 그들 온갖 귀향자들이 품고 있는 슬픔과 고통의 주름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슬프고도 처연한, 처연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