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증오범죄’는 왜?

  • 이윤호 교수
2023.07.29 00:00:00 호수 1439호

증오범죄는 편견의 범죄, 편견이 동기인 범죄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의 FBI는 편견(Bias)이라는 추가적인 요소를 갖는 살인, 방화, 기물파손과 같은 전통적 범행으로 규정한다. 증오 그 자체는 당연히 범죄가 아니지만, 편견으로 동기가 지어진 범죄를 범하는 것을 증오범죄라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증오범죄는 인종, 종교, 정치적 집단에 속한 구성원들을 표적으로 하는 범죄가 대부분이었다. 서구인들의 동양인에 대한 범죄, 나치의 유태인 학살 등이 증오범죄의 틀에 부합한다.

일반적 범죄는 피해자가 소유한 뭔가가 범법자에게 범죄를 범하게 하는 동기로 작용한다. 그러나 증오범죄는 피해자가 어떤 사람인지가 범죄를 범하는 동기가 되곤 한다. 그래서 증오범죄는 개인의 인종이나 민족, 종교, 성적 지향성, 무능력함 등에 기초한 적대감이나 편견으로 동기 지어지는 것으로 인식되는 모든 범죄라고 한다.

당연히 증오범죄는 신체적 폭력, 언어적 학대, 증오의 선동 등이 가장 보편적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증오범죄가 특별하게 더 중요한 것은 심각하고 광범위한 범위의 영향을 그 피해 당사자는 물론이고 피해자가 속한 집단이나 사회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증오범죄의 피해자는 심각한 심리적, 정서적 장애를 겪기 마련이고, 피해 당사자 개인뿐 아니라 그가 속한 집단, 즉 표적 집단에도 일반화된 공포를 불러일으켜서 언젠가는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집단 구성원들에게 자신이 취약하다는 느낌과 두려움을 심어주고, 가정, 지역사회나 다른 취약한 집단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이나 나라 전체에도 유사한 영향을 미치고,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에 불신, 공포 등의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언제, 어디서, 누가, 누구에게, 무슨 짓을 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이 같은 이유로 예방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 이처럼 증오범죄는 다른 대부분의 범죄보다 광범위하고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 미국은 ‘증오범죄법(Hate Crime Act)’이라는 특별법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서도 미국의 증오범죄에 가까운, 유사한 개념의 범죄가 있는데 ‘묻지마 범죄’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증오범죄와 우리의 묻지마 범죄가 다른 점이 있다면, 미국의 증오범죄가 인종, 종교, 정치적 편견이 동기인 반면에 우리의 묻지마 범죄는 사회에 대한 증오를 바탕으로 한 사회에 대한 분노 표출이 주요 동기라는 점이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개인적 관계나 특별한 동기가 아니라 사회와 불특정 다수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저변의 동기라는 점에서 최근에는 ‘이상 동기 범죄’로 고쳐 부르기로 했다. 동기가 없는 무동기 범죄가 아니라 그 동기가 일반적 범죄와 다른 동기라는 점에서 이상 동기 범죄로 칭하는 것이다.

마치 ‘피해자 없는 범죄’가 피해자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 피해자와 다름을 강조하기 위한 것처럼 말이다. 한 때는 국내서도 특정한 지반에 대한 증오의 표출이 동기가 됐던 묻지마 범죄가 있었다. ‘여성 혐오’ 같은 범죄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왜 지극히 일부지만 이런 증오범죄를 감행하는 것일까? 그들은 어떤 동기에서 그런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일까?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알려지고 있는 것은 대부분의 ‘묻지마’ 또는 ‘증오’범죄자들이 심각한 상대적 박탈에 빠진 사회적 낙오 또는 소외자라는 특징을 보였다는 것이다.

상대적 박탈로 인한 심각한 사회적 좌절로 인한 자신의 신세를 자기 탓이 아니라 타인과 사회의 탓으로 돌리고, 그런 사회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보편적인 동기라고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의 사회적 분노와 증오심에 불을 지필 일종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황, 사건, 계기가 발생할 때 그 분노와 증오가 폭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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