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31일 오전, 위급재난 문자메시지 발송에 대해 “많은 분들에게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오 시장은 이날 직접 서울시청 브리핑실을 찾아 “(경계경보 발송)경위를 파악해보니 북한이 우주 발사체를 발사한 급박한 상황서 행정안전부 지령 방송 수신으로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민방위 통제소 담당자가 상황의 긴박성을 고려해 경계경보를 보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번 긴급 문자는 현장 실무자의 과잉대응일 수는 있지만 오발령은 아니다. 안전에 타협이 있을 수 없다. 과잉이라고 싶을 정도로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시민 혼선을 막고 신속하게 정확하게 알리기 위해 경보체계 등을 더 다듬어 발전시켜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이날 오전 6시38분께 서울 시민들은 북한의 우주 발사체로 추정되는 비행체가 발사됐다는 언론 보도와 함께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의 재난 문자를 받았다.
또 서울 일부 지역에선 1분 동안 경계경보 사이렌이 울려 퍼지면서 출근을 준비 중이던 시민들이 불안에 떨기도 했다.
해당 경계경보 발송된 후 20분쯤 후인 7시께 행정안전부가 “서울특별시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이라는 재난 문자를 발송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시와 국가 부처 간 소통이 되지 않으면서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경계경보는 적의 공격이 예상될 때 발령되며, 이날 오전 서울시는 경계경보 지역에 해당되지 않는 지역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국방부(합참)는 “북한의 발사체는 서해상을 비상해 수도권 지역과 무관하다”고 발표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번 수도권 지역 경계경보 문자 오발령과 관련해 경위 파악 후 책임 소재를 따져 보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자칫 양치기 소년으로 변질돼 정작 실제로 급한 상황에선 안일한 대처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방송인 허지웅은 이날 자신의 SNS에 “전역한 이후로 정말 오랜만이다. 다들 대피는 잘하셨는지요?”라며 “이미 며칠 전, 이례적으로 시간까지 구체적으로 통보됐고 지속적으로 뉴스를 통해 알려졌던 예정된 일이 굳이 새벽에 위급재난문자를 통해 알려야 할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허씨는 “게다가 이건 일본 오키나와 주민들이 받아야지, 서울시민들이 받을 게 아니잖나. 결국 30분도 안 돼서 오발령이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며 “오발령이었다는 행안부의 공지조차 위급재난문자로 왔다는 대목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크게 웃고 시작하는 게 건강에 좋다는 깊은 뜻이 느껴진다”고 비꽜다.
그러면서 “우리가 위급 시에 어떻게 허둥대는지 지켜본 북쪽의 정신 나간 사람들에게만 좋은 일이었다”며 “이러다가는 진짜 위급상황이 닥쳤을 때 시민들이 안일하게 생각하고 대처에 게으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