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빨간책

2023.04.03 08:43:32 호수 1421호

백욱인 / 휴머니스트 / 1만5000원

인터넷 이용자 4000만명 시대, 3300만명의 스마트폰 이용자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인터넷에 접속해 정보들 사이를 부유한다. 1986년 데이콤에서 PC통신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1994년 코넷(kornet)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상용화가 된 지 20년, 평등한 정보 접근과 새로운 민주주의 시대의 도래라는 꿈은 과연 실현되었는가? 하루에도 몇 번씩 악성 댓글 고소를 다룬 기사가 뜨고, 은행 등 공기업에서 개인 정보가 심심찮게 유출되며, 보고 싶지 않은 광고들이 온종일 모니터 화면을 따라다니는 게 인터넷 현실이다.



인터넷과 관련된 디지털 기술은 혁신적 발전을 이뤘으나, 후진적인 이용자 문화나 서비스 기업의 윤리는 좀체 변화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정보의 바다라 불리던 인터넷은 온갖 잡스러운 정보와 외설이 판치는 ‘똥바다’가 되어 버렸다. 이에 <인터넷 빨간책>은 인터넷이 가져올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놓지 않기 위해 지금이 바로 인터넷 세상의 현실을 직시하고 나아갈 길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인터넷 빨간책>에는 디지털 문화를 읽는 날카로운 풍자와 패러디로 가득하다. 한국의 기술 경제 그리고 한국적 주체들이 만든 아수라장인 인터넷 사회를 중첩적으로 읽기 위해, 현실로 진입하는 우회로로서 각종 패러디를 활용한 글을 엮었다. 다른 시대, 다른 나라의 시인, 소설가, 평론가, 학자들을 만나 그들의 시, 소설, 희곡, 평론, 논문을 섞어 오늘날 인터넷을 풀어헤쳐 놓고 있다. 보르헤스· 베냐민·엘리엇·매클루언·푸코·잡스·루쉰·오웰 등 선인을 불러와 그들의 목소리로 말하고, 현실과 가상을 엮고, 소설과 희곡과 심포지엄과 평론을 뒤섞은 지적인 패러디를 통해 허구와 현실의 접점을 만듦으로써 인터넷을 읽는 방식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 책을 구성하는 스물세 편의 글은 서로 얽히고 견주면서 과거와 현재, 현실과 몽상이 하나 되는 ‘이상한 세상’을 그린다. 바로 그 이상한 세상은 우리가 대면한 인터넷 세상의 현실이자, 더 이상 특수한 가상세계가 아닌, 사회의 주체들을 형성하고 만드는 한국 사회 그 자체이다.

<인터넷 빨간책>은 일방적인 설명 방식에서 벗어나 문학의 다양한 형식을 빌려 인터넷을 자유롭게 그려낸다. 각각의 글이 화자와 장르가 서로 달라서 기존의 책읽기 방식을 그대로 따른다면 길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인터넷 환경의 ‘링크’가 이용자의 사고를 확장하도록 고안된 데 착안해 이 책은 인터넷의 링크를 책으로 가져와 독자가 자신만의 읽기를 주도하도록 돕는다.

본문에 링크(?)를 달아 관련 내용이 담긴 장을 넘나들 수 있도록 구성하고, 패러디의 원문 출처와 바탕에 깔린 저자의 생각을 자세하게 주로 담아 본문의 흐름과 더불어 주를 참조하면서 현실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수많은 단어와 개념을 서로 엮어 별자리를 만들고, 개성 있는 각각의 글을 독자 스스로 배치하고 배열하길 바라는 의도에서다.


그 밖에 부록으로 구성한 인터넷 사전은 인터넷 세상을 구성하는 회사, 이용자 유형, 사물과 법 등을 재치 있게 풍자하여 정리했으며, 인터넷 연표는 지난 20년 인터넷사를 한눈에 그려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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