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⑯박정권 이후 일어난 이상한 전개

  • 김영권 작가
2023.01.10 13:27:28 호수 1409호

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노인은 강철과 유리로 조성된 새 역사와 역사 박물관인지 뭔지로 변모한 옛 일제[日製] 역사를 향해 두 팔을 뻗어 올렸다. 

“만세! 자유대한 자본민국 만세!”

그러곤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공산독재 인민공화국도 안녕히! 빨갱이 혐오에 대한 중화작용 또한 필요해. 흐흐….” 

내가 얼굴을 돌려 무슨 말인가 대꾸하려는데 붉은 노인네는 재빨리 사라져 버렸다. 유령을 만난 듯한 느낌이었다. 


변화의 폭풍

격변시대였다. 변화의 폭풍은 항상 현실에서 불고 있지만, 권력을 잡은 지배자들은 사리사욕을 중심 삼아 현재를 미래나 과거로 억지스레 끌고 가려 한다.

왜?

대체 왜 현실에서 아름다운 행복 꽃을 피우려 하지 않고 미래나 과거에 집착하는지 모를 노릇이었다. 국리민복보다는 뭔가 자기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현실을 조작 왜곡하는 바이러스 같은 자들…. 

과거주의자나 미래주의자는 좀 거칠게 말해 현실을 방관 무시하고 넘어가려는 일종의 정신병자와 같다. 그들은 국민(인민)을 인간이 아니라 자기네의 야욕을 위해 이용할 한갓 물건으로 본다.

그들이 사리사욕으로 물든 노선을 고집하는 동안 국민들의 삶은 현실에서 점점 피폐해진다. 

정권을 잡은 근혜 여왕이 중국을 순방하며 대륙적 목표를 조금씩 밝힐 때만 해도 국민들(하숙생 포함)은 그럭저럭 약간 희망을 품었던 성싶다.

일부 극우 극좌(양극단은 서로 통한다지만) 민족주의자 흉내꾼들의 포부처럼 잃어버린 민주 대륙 고토를 되찾진 못할지언정 우선 올바른 교류의 길로…. 그런데 얼마 후부터 일반 국민들로선 납득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권력 잡은 지배자들은 사리사욕의 길로
밀실서 자행된 위안부 문제 야합적 무화

일반인뿐 아니라 관련자(생존 피해자)들과 전문 분석가들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밀실 속에서 일본에 훨씬 유리하게 처리돼 버렸던 것이다. 마치 60여 년 반세기 전에 아버지 박통께서 그랬던 걸 모방하는 것처럼….


당연히 잘 알고 있었을 텐데도 모른 척 웃으며 유럽 여행을 뻔질나게 다닌 꼴은 아버지와 달리 사기꾼과 가깝다. 측근의 최순실 따위 협잡꾼에게 속았다고 변명한다면 아마 부친 박통께서도 호통치시리라.

물론 그 자신도 말년엔 차지철 등등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지만….

부친으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았으되 지혜롭게 정치[政治]한 진짜 선덕여왕과 가짜 자칭 선덕여왕의 차이는 산딸기와 뱀딸기만큼 나지 않을까?

물론 아마 스스로 그랬기보다 측근의 여우 같은 연놈들이 지어낸 짓거리겠지만. 지금은 풀려났지만 감옥에 갇힌 신세인 그녀.

만약 아버지보다 어머니의 목련 같은 순수와 자애로움을 지향해 성심껏 살았다면 얼마나 좋았으리오만, 쌍년 쌍놈들의 감언이설을 분별해낼 지혜가 모자랐으니 누굴 탓하랴.

무명 무지의 감옥. 그때 깜방에 앉아 영어사전 따위나 뒤적이기보다(대체 왜 그럴까 몰라) 한마음 회심하여 인간(혹은 여인)의 길로 달아간다면 국민들은 흔쾌해 용서할 수도 있으련만…. 

그런데 그 당시 그녀는 자기 아버지가 그랬듯 권력 맛에 취해 무지몽매의 결말을 예상하지 않았다. 좀 상스러운 비유일지 모르지만, 여느 여자가 좆맛에 취하고 여느 남자가 보지 맛에 빠져 몸을 망치듯, 그들 부녀는 성욕보다 강한 권력욕에 희롱당해 참 생명력을 잃고 말았다.

그리하여 국리민복보다는 사리사욕의 순간적 쾌락을 향해 유턴해 갔다. 그네들이 나라를 사랑했다고 하나마 그건 대한민국을 자기네의 사유물로 생각한 독재자 근성의 발로일 뿐이었다. 당연히 국민은 그네들의 신민 혹은 노예…. 

이명박근혜는 두 명이자 한 명으로 보이게끔 하는 비유다. 대선 당시 명박이의 국정원이 댓글 공작을 펼쳐 그네를 푸른 하늘 궁전으로 밀어올렸다는 얘기다.


사실이든 조작이든 이미 선거는 끝나고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 버린 상황…. 억울해 울음을 터트리는 사람까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그네들은 샴페인 터트려 올리며 환호작약했겠지.

하지만 어쨌든 그 후 좋은 정치가 펼쳐졌더라면 뉴 선덕 진덕으로까지 추앙받을 기회가 있었으리라. 

그녀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대박론을 꺼냈다. 나름 그럴듯했건만 속임수와 언행 불일치가 문제였다. 아버지와 같은 듯 다른 듯.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밀실에서 자행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야합적 무화[無化]는 온 국민이 울분을 터트렸으나 여통령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마치 1965년의 한일 밀실 회담에서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또한 한발 더 나아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사드 배치를 강행하고 급기야 개성공단마저 폐쇄해 버렸다. 그 후유증은 지금도 남아 있고 앞으로도 고름 나는 상처로서 계속 한국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사리사욕에 눈알이 벌건 쥐박이도 아니고, 나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애국심을 몸속 어딘가에 조금쯤 지닌 듯싶은 엘리트 여성으로서는 할 수 없는 너무나 황당무계한 짓이었다. 더구다나 남북한 한반도 통일대박론을 광포[狂布]한 대통령이지 않은가. 

하숙생들 사이에도 논란이 많았다. 

“흥, 대박이 아니라 쪽박을 차려고 아주 작정했나 보구먼. 꼭 필요한 일이라면 충분한 토의와 국민적 공감을 거친 후 국제 상황을 봐 가며 아주 천천히 진행했어도 될 텐데…. 그게 합리적이기도 하구 외교술이기도 한데 말씀이야. 도대체 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도둑년 담 넘듯 대변 마려운 놈 라면 끓이듯 해치워 버렸을까, 응?” 

“우리가 모를 급한 일이 있었겠지. 청와대에서 살며 생각하는 분들과 이런 하숙집에 기거하는 하숙생들의 생각이 같을 수야 없지 뭘.” 

“헐, 우리가 낸 세금으로 지어 놓은 청와대고 우리가 뽑아 먹여 주는 공무원인데 너무 높여 생각하면 안 되지.”

언행 불일치
 
“하하 현실과 이상 혹은 꿈을 혼동하면 자신만 손해일 뿐인걸.” 

“사실인데 뭘 그래. 오히려 특정 파벌 지지자들이야말로 눈 뜨고 몽상하는 청맹과니들이더만. 한마디로 말해, 만약 국민 세금이 없다면 청와대도 미국에 팔아야 되고, 대통령이나 비서들 그리구 국회의원들도 무급 자원봉사자나 휴직자가 되겠지. 하긴 물론 뭐 그들이야 떼돈을 벌어 처쟁여 놓았을 테니 아쉬울 게 없겠지.” 

“자기 주관을 섞지 말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좀 보자구. 성철 선사님도 설법하셨듯, 산은 산 물은 물…. 흐르는 대로 좀 놔둬 보자니깐.” 

“4대강 공사를 비자연적으로 강행한 놈들인걸.”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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