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달과 달항아리’ 강익중

2022.11.17 10:39:07 호수 1401호

연결하고 공존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강익중 작가의 개인전 ‘달이 뜬다’가 갤러리현대 신관과 갤러리현대 두가헌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강익중은 서로 다른 문화, 언어, 환경 등을 하나로 모으고 연결해 가까운 미래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작품으로 담아왔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모여 하나의 음절을 이루듯, 강익중의 작품세계에서는 대립관계에 놓인 모든 것이 모여 작은 우주를 형성한다. 그의 작품은 이종의 언어, 순수의 세계가 포착된 그림과 사물이 상호보완적인 관계에서 ‘공존’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유쾌한 웃음

‘달이 뜬다’ 전시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을 펼쳐온 강익중이 12년 만에 진행하는 국내 갤러리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을 비롯해 주요 연작 200여점과 12년간 세계 곳곳에서 공개한 대형 공공 프로젝트의 스케치와 아카이브, 작가가 직접 쓴 시가 소개된다. 

1층 전시장과 두가헌 갤러리의 테마는 ‘달’과 ‘달항아리’다. 강익중에게 달과 달항아리는 가장 한국적인 문화와 정서, 미적 가치를 품은 대상이다. 2004년 일산 호수공원에 거대한 원형 구조물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작품 일부가 손상되면서 기울어진 형상을 보고 어린 시절 매혹적인 달항아리를 떠올렸다고 한다. 

상부와 하부를 합쳐 그 사이를 손으로 잇고 가마에서 하나의 몸체로 완성되는 달항아리는 제작 방식과 형상에서 그가 평생에 걸쳐 몰두한 ‘연결’의 사상을 내포하고 있다. 이후 강익중은 달항아리를 통해 ‘남과 북’ ‘동양과 서양’ ‘인간과 자연’ 등의 조화와 융합 그리고 풍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12년 만에 국내 전시
1980년부터 지금까지

자연과 시간의 흔적을 머금은 유백색의 은은한 색감과 불완전한 비례의 풍만한 곡선, 거칠고 매끄러운 표면의 촉각적 질감을 동시에 지닌 달항아리 연작은 고즈넉하게 세상을 비추는 밤하늘의 달을 닮았다. 새로운 연작 ‘달이 뜬다’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지러지는 달과 달에서 반사된 태양빛에 의해 달 주변부에 나타나는 형형색색의 달 무지개를 떠올리며 완성한 작업이다. 

2층 전시장에는 산과 자연을 테마로 한 작품이 놓였다. 인간과 자연의 화합을 중시하는 강익중의 생각이 내포된 작품이다. 수평으로 나란히 걸린 30여점의 드로잉 연작 ‘달이 뜬다’는 전통 산수화를 강익중의 시선에서 재해석한 신작이다. 

화면의 여백과 획의 비중을 6대 4로 채우는 동양화의 기본원리를 바탕에 두고 먹을 사용해 산과 들, 달과 폭포, 달항아리, 사람과 집, 새와 강아지 등을 함께 그려넣고 그 바탕을 다채로운 색의 오일 파스텔로 칠했다. 경쾌한 색의 조화와 자유로운 획의 흐름이 강조된 드로잉 연작에는 즐거운 태도로 작업에 임하는 강익중의 예술가적 태도와 정서가 담겼다. 

48×48㎝의 개별 작품이 군집을 이뤄 약 4.5m 높이로 설치된 산 연작은 수묵 산수화를 보는 듯 장엄한 풍경을 연출한다. 높이가 다른 작은 나무 조각에 아크릴 물감으로 산의 곡선을 그리고, 48×48㎝ 화면에 높이를 다르게 모아 붙인 뒤 표면을 불로 태우거나 그을려 산세를 형상화하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손상된 작품, 기울어진 형상
조화와 융합, 풍요의 메시지

패널의 사이드에 칠해진 산은 산에서 맞는 사계절의 흐름을 시각화한다. 산 연작과 한 공간에 놓인 ‘우리는 한 식구’ 작품은 전시장 구석에 낡은 밥그릇 500개를 뒤집어 산처럼 쌓고, 그 사이로 DMZ(비무장지대) 지역에서 녹취한 새 소리가 흘러나와 전시장에 울려 퍼지는 설치 작품이다.

강익중은 마치 밥을 함께 먹듯이 일상에서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우리를 식구라고 칭하면서 남과 북, 가족과 민족의 의미를 환기한다. 

지하 전시장은 강익중의 언어 감각과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채웠다. ‘내가 아는 것’ 연작은 강익중이 일상에서 체득한 지혜가 담긴 짧은 문장을 한글과 영어로 적어 유쾌한 웃음과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서로 다른 문화를 한데 모아 집약해 시공간을 초월하는 집단적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강익중의 핵심 연작 중 하나다. 

전시장 벽면을 가득 메운 작품은 여러 개의 픽셀로 채운 거대한 조각처럼 보이지만 3인치 나무 패널에는 색색의 알파벳과 달항아리가 그려져 있다. 알파벳 하나하나가 모여 단어를 만들고 뜻을 이루는 문장이 되는 이 작업은 개인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우리가 모여 세계를 이루는 연결성을 함축한다. 


잔잔한 울림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강익중은 만물을 하나로 연결하고 응집하고자 한다. 그가 전시장 벽면에 남긴 시처럼 그의 작품은 하나의 의미로 수렴되는 것을 거부한다. 각기 다른 존재를 연결하고 이들의 조화를 통해 순환을 지향한다”며 “그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세계를 연결 짓는 중”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다음 달 11일까지. 


<jsjang@ilyosisa.co.kr>

 

[강익중은?]

▲학력
프랫 인스티튜트 졸업 (1987)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1984)

▲개인전
‘달이 뜬다’ 갤러리현대(2022)
‘꿈의 다리’ 경기문화재단(2021)
‘부산 아리랑’ 부산박물관(2020)
‘광화문 아리랑’ 광화문 광장(2020)
‘달항아리/고향에 대한 그리움’(2020) 외 다수

▲수상
대한민국 문화포장(2021)
대한민국 문화예술상(2012)
엘리스아일랜드상(2007)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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