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창업 트렌드 - 생맥 대신 소주다!

2022.10.11 10:02:58 호수 1396호

서울 지하철 이수역 주변 먹자골목에 있는 해산물요리 전문점 ‘어사출또’ 매장은 저녁 6시가 되면 만석이다. 그 시간부터 약 2시간 동안 165㎡(약 50평) 규모 매장은 소주와 회를 즐기는 고객으로 북적인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하모(57)씨는 “해산물 요리 메뉴도 저렴해 친구와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서 자주 들르게 되는 것 같다”며 “최근 경기가 나빠지면서 생맥주만 해도 여러 잔 마셔야 되는 부담감이 있어 소주를 자주 찾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소주 안주로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저렴한 곳이 인기가 높아지는 느낌”이라고 주당으로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소주가 뜨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특징 중 하나는 소주를 찾는 고객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치킨 호프집이나 생맥주집에도 생맥주 대신 소주를 찾는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 생맥주는 여러 잔 마셔도 배만 부르고 잘 취하지 않아 젊은 층에서는 적은 양으로도 알딸딸하게 취할 수 있어 소주를 많이 찾고 있다.  

한두 잔만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창업 전문가들은 “치킨 호프나 생맥주집에서 소주를 더 많이 먹는 경향이 젊은 층의 음주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며 “이는 극심한 불황에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심리와 함께 배가 부른 호프보다 소주가 간단하게 술잔을 기울일 수 있어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소주를 찾는 고객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사례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울 도곡동에 자리한 숯불치킨 전문점도 소주 손님이 많은 편이다. 숯불양념치킨에는 호프가 더 어울릴 것 같지만 소주를 마시는 손님이 더 많다고 점포 점주는 밝혔다.

점주 장모씨는 “배달 주문도 치킨에 생맥주를 시키는 고객은 별로 없다. 치킨만 시키든지, 간혹 소주와 생맥주를 시키는 고객이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리고 “홀에서는 칵테일의 일종인 하이볼도 잘 나간다. 배가 많이 차는 호프보다 간단하게 즐기는 음주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호프 대신 수제 생맥주를 찾는 고객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서울 신논현역 근처 골목상권의 유명 브랜드 치킨 호프집은 수제 생맥주를 두 종류 판매하고 있는데, 고객들이 호프 대신 수제 생맥주를 많이 찾고 있다고 한다. 대신 과거처럼 호프를 여러 잔 마시지 않고, 수제 생맥주를 한두 잔 마시거나 소주를 함께 먹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음주 문화 변화는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는 것이 창업 시장의 전언이다. 

이 같은 소주 문화 확산은 이미 수년 전부터 그 기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살얼음 생맥주로 돌풍을 일으키다 최근 사모펀드에 1000억원대 가치로 매각된 역전할머니맥주도 매장에서 소주를 마시는 고객이 더 많다고 전했다.

역전할머니맥주는 ‘가격은 낮추고, 메뉴는 쪼개는’ 전략으로 성공했다. 살얼음 맥주로 젊은 층을 점포로 유인한 다음 안주 메뉴 쪼개기로 가격을 대폭 낮춰 고객만족도를 높인 것이 성공요인이다. 다양한 소주 안주 메뉴를 선보인 것은 젊은 층 고정 고객을 확보하게 된 최상의 전략이었다. 

‘고물가 시대’ 저용량 음주문화 확산
배부른 호프보다 간단하게 한잔 선호

안주 메뉴 단가를 낮춰서 다양한 안주 메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인기 비결이다. 오징어입, 먹태 등 막 구워낸 마른안주와 소시지, 튀김류, 라면 등 30여 가지 안주 메뉴를 갖췄다. 500cc 호프 가격은 3500원, 안주류 가격 또한 평균 7000~8000원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고객은 안주를 두세 개 시켜도 저렴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은 기존의 치킨 호프집은 안주 가격의 객단가가 높아서 추가 안주를 주문하기가 부담스러웠던 고객의 마음을 잘 간파한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려면 안주 메뉴 모두 맛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역전할머니맥주는 그런 맛 경쟁력을 확보했다. 특히 역전할머니맥주는 소주 안주 메뉴도 인기가 높아 소주 판매량도 꽤 많은 편이다. 이런 메뉴 구성은 남성보다 더 섬세하고 개성이 강한 여성 고객에게 어필해 고객의 60%를 여성이 차지할 정도로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러한 역전할머니맥주의 인기를 이어서 ‘인쌩맥주’도 최근 인기몰이 중이다. 이수역 역전할머니맥주 맞은편 매장은 역전할머니맥주 못지않게 손님으로 가득 찬다. 특히 인테리어가 좋아 여성 고객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점포가 200여개 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인쌩맥주는 이리저리 생활에 찌든 MZ세대들이 현실 도피처로 부담 없이 자주 찾을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인쌩맥주는 많은 젊은 층 마음을 사로잡아 창업시장에 돌풍을 일으켜 초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엔데믹 시대를 맞아 중저가 와인카페 ‘오늘 와인한잔’도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다. 이는 맛과 안주 메뉴의 다양성, 그리고 인테리어 분위기까지 젊은 층 여성 고객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와인 한 병의 가격은 1만8000원에서 4만~5만원대까지 저렴한 편이다.

와인의 대표 안주인 ‘모든치즈&크래커’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수제맥주 역시 3900~5900원으로 여성 고객들이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오늘 와인한잔은 와라와라의 창업주 유재용 대표가 야심차게 추진한 브랜드로 알려지면서 와인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브랜드이다. 젊은 층과 특히 여성 고객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누리고 있고, 가격 또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서 당분간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저가

이같이 최근 주점의 경우 소주, 칵테일, 와인 같은 저용량의 술이 잘 팔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독특한 칵테일이나 지방 특산물 주류를 저렴한 가격에 선보인다면 의외의 성과를 낼 수도 있는 게 지금 트렌드다. 배달 문화가 빠르게 확산된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마찬가지로 소주, 칵테일, 저가 와인 등 저용량 음주 문화도 극심한 경기침체 분위기와 함께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그 징조가 시장에서는 이미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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