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새 대통령에 바란다 -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운 안전한 세상

  • 이윤호 교수
2022.03.29 10:21:39 호수 1371호

일찍이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우(Maslow, A. H.)는 인간의 ‘욕구 단계설’을 설파한 바 있다. 그는 ‘생리적 욕구’를 가장 기본적인 1차 단계의 욕구로 보고, ‘자기실현의 욕구’를 가장 높은 단계로 봤다.



여기서 그는 ‘안전의 욕구’를 2단계 인간 욕구로 가정하면서 안전의 욕구가 중요함을 지적했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이 무언가 부족하고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단계의 자기실현 욕구는 물론이고, 1차 단계인 생리적 욕구마저도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안전하지 못하면 그 어떤 인간의 욕구도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이다.

감히 주장하건데 인간에게는 안전은 두 번째 단계의 욕구가 아니라 모든 인간 욕구의 전제조건, 그것도 필수조건이다. 안전이 담보돼야 생리적 욕구부터 자기실현의 욕구에 이르는 어떠한 욕구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먹고 살기 넉넉하고, 그래서 가진 것이 많아지고 풍요로운 사회일수록 안전에 대한 욕구는 더 커지기 마련이다. 풍요로운 사회에서는 누구나 건강하고 안전하게 삶을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안전이란 무엇일까. 안전은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이자 해방(Freedom from Fear)’이다.

두려움은 또 무엇이고 어디서 오는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원천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두 가지 큰 원천으로 분류한다.

하나는 자연(Mother nature)이 주는 불안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으로 인한 불안이다. 자연으로 인한 불안에는 자연재해와 재난이 있고, 인간으로 인한 불안요인은 산업재해와 같은 인재로 인한 불안과 범죄에 대한 두려움, 또는 범죄로 인한 불안 등이다.

이 가운데 범죄로 인한 불안이 가장 심각한 불안일 것이다.

새 정부, 새 대통령은 온 국민이 홍수와 가뭄과 지진이나 지구온난화 등 자연이 주는 불안과 공포, 즉 자연재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코로나와 같은 질병의 두려움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으며, 산업현장에서의 사건, 사고와 같은 산업재해의 두려움에서 자유롭고, 부실공사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 속까지 침투하는 각종 사건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자, 세계가 인정한 선진사회의 선진국민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것들이니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여기서 인간의 모든 불안, 재난, 재해, 그리고 그 결과적인 불안과 두려움을 모두 논하긴 힘들다. 범죄학을 공부하는 필자에게는 그럴 능력도 없고, 온당치도 않은 일이다. 

다만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에게 국민 모두가 범죄의 두려움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해주십사 하는 고언을 드리는 바이다. 범죄의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한다면, 그래서 언제 어디서 누구나 불안에 떨게 된다면 우리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날 것이다.

신체적 손상,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고 부수적인 비용 또한 천문학적이라는 걸 수많은 연구결과가 증명하고 있다.

직접적인 범죄 피해와 비용 말고도 더 큰 비용이 있다면 바로 범죄에 대한 두려움, 공포일 것이다.


범죄의 두려움과 공포로 사람들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 싶은 시간에 가지 못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시간에 하고 싶은 곳에서 할 수 없다.

이 얼마나 불행한 현실인가. 이 모든 현실이 곧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삶의 질에 직결되는 것이다. 이런 현실 앞에 놓인 국민의 삶의 질은 형편없이 떨어지고 말 것이다.

이뿐이랴. 성범죄, 특히 연쇄 성범죄가 발생하면 모든 여성들을 불안케 하고 어쩌면 거의 모든 남성들을 의심할지도 모른다. 세상에 믿을 사람 아무도 없는 불신 풍조가 가득한 사회가 되고 말 것이다.

국민 모두가 재난과 재해와 사고와 범죄의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운, 그래서 이 모든 것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는 진정 이상향이고 이룰 수 없는 꿈인가. 비단 그것이 꿈이라고 할지라도 온 국민이 두려움 없는 삶,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운 안전한 삶을 영위한다면 그 만큼 우리의 삶의 질은 높아질 것이다.

물론 범죄 없는 사회는 있을 수도 없고, 재난과 재해는 자연의 섭리 앞에 작아질 수밖에 없다지만, 의지에 따라 범죄와 사고뿐 아니라 재난과 재해마저도 상당 수준으로 줄일 수 있기에 새 대통령과 새 정부에 기대를 걸어본다.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와 해방, 안전이 희망이 아니라 권리가 되게 해주소서!

 

[이윤호는?]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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