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프로젝트스페이스 우민’ 박윤지

2021.03.29 11:02:39 호수 1316호

빛이 머물다 간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1년 9월 개관한 우민아트센터는 ‘프로젝트스페이스 우민’을 통해 신진작가들의 전시를 지원하고 있다. 우민아트센터 내 카페우민 공간을 활용해 한국현대미술의 풍부한 확장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단순한 공간 지원을 넘어 유망한 신진작가들의 다양한 창작 매개를 위한 실험과 소통의 장으로 꾸미겠다는 계획이다. 
 

▲ 4_22pm, 2021, 종이에 채색, 80.3x80.3cm


충북 청주시 소재 우민아트센터에서 ‘2021 프로젝트스페이스 우민’의 두 번째 전시로 박윤지 작가의 ‘날과 날’을 준비했다. 박윤지는 빛이 만들어내는 풍경의 순간에서 느껴지는 인상적인 감각들을 회화로 표현해왔다. 

매번 다른

박윤지는 창문을 통해 바라본 풍경을 기록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경들은 창문 밖에 존재하는 본래 대상의 형태가 아닌, 작가가 내면화한 인상적 순간의 기억과 감각들로 변화한다. 무심히 빠져나가는 일상의 기억들을 포착해 감각적 심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박윤지는 지난 2019년 아트플러스 갤러리에서 진행한 개인전 ‘지나가는 것들’ 전시에서 “작품에 등장하는 빛이나 그림자는 공간에 따라 형태가 변화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잠시 머물다 사라진다는 특성이 있어서 지나가는 것들을 표현하기에 좋은 소재였다”고 말했다. 

카페 공간서 신진작가 지원
실험과 소통의 장으로 삼아


이어 “일상에서 매일 마주치는 풍경들은 매일 같은 것이 아니고 그 순간의 시간이나 온도, 바람 또는 주체의 감정에 따라 매번 다르게 느껴진다. 그 순간들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지 않게 기록하듯이 담아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서도 박윤지는 빛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에 천착한다. 그의 작업은 빛을 만들어내는 순간들을 수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어느 날 마주하게 되는 빛의 풍경들은 그곳이 평소와 다른 곳인 듯 낯설게 느끼도록 만든다.

그에게 풍경은 매일 같은 것이 아니다.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 떨어진 빛의 색상, 바람의 세기와 방향, 그것으로 인해 흔들리는 나무와 같은 물체들, 살갗에 닿는 온도 등 변수들과 그 순간 느끼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서도 매번 다르게 느껴진다. 
 

▲ 날과날7, 2020, 종이에 채색, 34.8x27.3cm

이번 전시에서 박윤지는 일상에서 순간순간 변화하는 창문의 풍경을 기록하고, 시각적 경험을 토대로 조형적으로 재현했다. 그는 “네모난 틀 안에는 순간 지나가는 빛 덩어리, 창 건너편에 흔들리는 나뭇잎, 녹색 빛이 나는 유리, 기울어진 그림자들이 한데 모여 있다가 몇 걸음 자리를 옮기면서 금세 모양을 달리한다”고 전했다.

창문을 통해 바라본
잔상의 감각과 기억

창문 너머 잠시 지나가는 풍경을 보고 잔상처럼 남겨진 감각에 집중하는 것. 

순간의 감각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대부분 희미해지거나 사라진다. 하지만 어떤 인상적인 감각들은 흰 종이에 도장을 찍어 놓은 것처럼 뇌리에 박혀 사라지지 않고 기억에 남는다. 박윤지는 사물에 대해 느낀 감각의 도장을 찍어 몸속으로 들어온 순간들에 대해 그와 유사한 방식으로 화면에 저장하고자 했다.

그림 안에는 어떤 사물의 그림자들만 부각돼있고 본래 대상으로서의 사물은 보조적으로 보이거나 아예 보이지 않기도 한다. 그것은 물질로서의 어떤 사물이 아니라 그 어떤 사물을 보게 됐을 때 잔상처럼 남겨지는 순간에 대한 감각과 기억이 어떠한 것인가를 보여주고자 함이다. 

시각적 경험

박윤지는 “전시는 창문을 보던 시각적 경험을 옮겨와 창문의 형태를 빌려 설치된다. 작업은 잡히지 않는 무형의 것들이 한데 모여 곧 사라지는 풍경이 된다”며 “종이에 물감이 스며들고 마르는 과정이 반복되는 작업 방식은 매일 반복되지만 매일 같지 않은 일상의 감각들이 스며들어 기억 속에 남게 되는 것과 같다. 우리가 흘려보내곤 하는 순간의 감각과 기억들을 종이에 흡인시켜 담는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5월1일까지.



<jsjang@ilyosisa.co.kr>

 

[박윤지는?]

▲학력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졸업(2019)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 졸업(2014)

▲개인전

‘날과 날’ 프로젝트스페이스 우민(2021)
‘바람이 머물던 자리’ 사이아트스페이스(2021)
‘At the Corner’ 룬트갤러리(2021)
‘지나가는 것들’ 아트플러스갤러리(2019)

▲수상

아시아프 프라이즈(2018)
후소회 청년작가상(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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