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지난해 전인미답의 길을 걸으며 오스카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의 현지 스태프들은 영화가 미국배우조합상 SAG 후보로 지명되자 엄청나게 큰 반응을 일으켰다. 당시 오스카 레이스에 참여했던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바른손이엔티의 곽신애 대표는 현지 스태프들의 뜨거운 반응에 되려 어리둥절했다.
<기생충>이 미국 내 비평가 시상식을 휩쓸던 중에도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인 미국 내 배급사가 SAG에 노미네이트된 이후 오스카 레이스 예산을 큰 폭으로 늘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현지 스태프들이 이런 반응을 보인 이유는 SAG에 소속한 사람들이 오스카 투표권을 대거 갖고 있기 때문이다. SAG는 미국 배우 조합이 주최하며 영화와 TV에서 활약하고 있는 미국 내 모든 배우가 동료 배우들을 대상으로 상을 주는 시상식이다.
특히 수상작 선정에서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와 유사성이 높다. 골든 글로브를 비롯해 여타 시상식보다 훨씬 더 높은 확률로 오스카 연기상 수상자와 일치하고 있어 ‘미리 보는 오스카’로 불린다.
SAG를 포함해 감독조합상(DGA), 프로듀서 조합상(PGA), 작가조합상(WGA)을 두고 ‘오스카 바로미터’라고 하는데, 이 중에서도 SAG에는 오스카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많다.
지난해 <기생충>에 이어 국내 영화계에 또 한 번의 거대한 소동이 벌어질 전망이다. 배우 한예리와 스티븐 연, 윤여정이 출연한 영화 <미나리>가 ‘미리 보는 오스카’라고 불리는 제27회 미국배우조합상 SAG에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5일 <미나리>의 국내 배급사 판시네마에 따르면 이 영화는 지난 4일(현지시각) SAG 앙상블상, 여우조연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앙상블상은 여타 시상식의 작품상에 해당하는 최고상이며, 여우조연상에는 윤여정, 남우주연상에는 스티븐 연이 이름을 올렸다.
<미나리>가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영화 제작사 플랜B가 제작한 미국 영화다.
하지만 국내 배우들이 대거 출연할 뿐 아니라 영화 내 대사 50% 이상이 한국어로 나온다. 미국의 시골로 간 한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국 영화의 틀을 갖고 있지만, 한국 문화의 향기가 진한 작품이다. <미나리>는 2021년 영화 산업의 심장부로 돌진하는 국가대표의 색채를 띤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엄청난 연기를 펼쳐온 배우 윤여정이 미국 내 비평가 시상식에서 평론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수상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윤여정과 스티븐 연이 SAG에서 수상한다면, 한국 배우가 한국어 작품으로 할리우드 배우들로부터 인정을 받을만한 연기를 펼쳤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수상 여부에 따라 또 한 번 기적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희망이 맴돈다.
<미나리>의 국내 배급사 판시네마의 이재빈 과장은 “<미나리>의 SAG 3개 부문 노미네이트 소식은 <미나리> 관계자들에 있어 큰 축복이다. 작품상은 말하기 어렵지만, 배우상 부문은 오스카에 분명히 가까워졌다고 바라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