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승자의 저주설, 왜?

2020.12.28 09:55:36 호수 1302호

너무 급히 먹었나 ‘체할라’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에 이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목전에 두고 있다. 시너지에 대한 기대 이면에 재무 부담 가중을 우려하는 시선도 목격된다.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12월10일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보고했다.

덩치 키운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계기로 현대중공업은 국내 건설기계 부문의 최강자로 우뚝 설 수 있게 됐다. 그룹의 건설기계 부문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는 국내 시장에서 두산인프라코어에 이은 2위 사업자이고, 인수가 이뤄지면 글로벌 건설기계분야 선두권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이 경우 현대중공업그룹은 재계 순위 7위로의 도약이 확실시된다. 조선업 빅딜과 건설기계 빅딜로 시장을 재편하고 그룹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는 물론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그룹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은 재계 후계자들 간 경쟁구도로 눈길을 끌었다.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GS건설은 허창수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사장이, 본입찰까지 이름을 올렸던 유진기업은 유경선 회장의 장남인 유석훈 상무가 인수전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부사장이 인수 관련 업무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계기로 정 부사장은 역량을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 

정 부사장은 두산인프라코어 비조선사업인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와 함께 그룹의 신사업을 발굴하는 미래위원회의 이사장 자리를 맡으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래위원회는 약 20명의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만든 주니어 보드 형태의 태스크포스(TF)다.

그룹의 주력 업종이 저성장 국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 부사장이 지휘하는 미래위원회의 중요도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등 친환경 사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지만, 코로나19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수주 상황은 녹록지 않다.

M&A 큰손 급부상
늘어난 재무 부담 어쩌나?

다만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매물의 가치를 냉정히 평가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할 경우 자칫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단 연이은 인수합병을 거치며 막대한 재무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1월 대우조선해양 최종 인수자로 낙점됐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투입되는 자금은 6000억원 내외지만, 필요시 1조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재무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할 경우 재무부담은 배가 된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연간 차입금 규모는 약 2조8000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두산인프라코어의 단기성차입금은 1조9818억원, 장기차입금은 8941억원이다. 차입금에 따른 두산인프라코어의 연간 이자는 1200억원 안팎이다. 대우조선해양과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한 데 따른 부채만 5조원을 훌쩍 넘긴다.
 

▲ ▲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현대중공업

불안요소

두산인프라코어의 핵심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이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분 51.05%(152만1502주)를 보유한 두산밥캣의 최대주주다. 두산밥캣은 두산인프라코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두산밥캣의 지난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638억원, 643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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