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의료계의 빗나간 동일체 원칙

2020.09.21 10:35:31 호수 12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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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부통령 저격사건 재판 과정서의 일이다. 2심 재판 검사가 1심 재판 검사와 상반된 논고를 내놓자 1심 재판 논고를 맡았던 검사가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거론하며 반박하고 나섰다.



이로부터 공식적으로 등장했던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사전적으로 ‘검사는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전국적으로 통일적인 조직체의 일원으로서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관계에서 직무를 수행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상당히 난해하다. 동일체와 상명하복은 전혀 상반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동일체는 말 그대로 한 몸으로 수평적 관계를, 상명하복은 수직적 관계를 의미한다. 그런데 동일체와 상명하복을 같은 의미로 나열했으니 황당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실상은 어떨까. 검찰청법을 인용해 이야기를 풀어보자.

먼저 검찰청법 제4조(검사의 직무)를 살피면 1항은 검사의 직무와 권한에 대해 규정하고 있고, 2항은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있다.


4조만을 살피면 검사는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 즉 독립된 기관으로 모든 검사는 동일체라 지칭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검찰총장과 일반 검사 모두 수평적 관계로 총장은 그저 허울만 뒤집어 쓴 관리자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데 기막힌 조항이 뒤를 잇는다. 바로 제7조다.

검찰 사무에 관한 지휘·감독을 규정한 동 조항을 살피면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해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로 규정하고 있어 철저한 상명하복, 즉 군대식으로 표현하면 일선검사는 검찰총장이 ‘까라면 까야하는’ 관계를 지니고 있다.

이 모두를 종합해 보면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말장난에 불과할 뿐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를 지니고 있으면서 영어로는 기소만을 전담한다는 의미로 ‘prosecution service’라 지칭하는 일과 다를 바 없다.

이를 염두에 두고 최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 정책에 반대했던 의료계의 행태를 살펴보자.

의사들이 파업을 선언하자 의대생들은 예과 1학년부터 본과 3학년까지는 동맹 휴학을, 본과 4학년은 의사 국가고시 응시 거부를 천명했다.

그들의 철저하게 단결된 행태를 살피면 흡사 동일체, 즉 한 몸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료계 안에서도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인해 단결된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왜 그럴까.

의사들은 권력을 쫓는 검찰과는 달리 돈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적지 않은 허점이 드러난다.

가령 파업을 철회한 의사들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그들은 본과 4년생들의 국가고시 거부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까.

겉으로는 애처롭게 바라보겠지만, 속으로는 당연히 쾌재를 부를 테다.

본과 4년생들이 고시를 거부함으로써 의사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하게 되니, 즉 의원으로서의 자격을 얻을 수 없게 되기에, 잠재적 경쟁자들의 축소로 그들에게 돌아갈 돈이 자연스레 자신들의 수중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민들도 그렇지만, 다수의 의사 지망자들의 생각을 엿봐야 한다.

그들의 경우 시대변화와는 무관하게 자신들이 의사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의대정원 확대를 열망할 것이다.


결국 의료계의, 특히 의대생들의 의식이 아닌 물질을 목표로 한 빗나간 집단행동은 자충수로 끝날 수밖에 없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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