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폭발’ 이천 화장터 소문과 진실

2020.09.07 13:07:56 호수 1287호

펜션 짓는다고 해서 서명?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화장터 등 장사시설은 필요한 시설이면서도 혐오 시설로 인식되는 시설 중 한 곳이다.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동네에 들어오는 건 반기지 않는 것이다. 경기도 이천서 화장터 건립을 두고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이천화장터집회 갖는 여주·이천합동화장장반대 비대위 회원들 ⓒ여주·이천합동화장장반대 비대위


오늘날 한국의 장례 및 장묘 문화는 대부분 일제강점기 이후에 전수된 전통이다. 최근 10∼20년 사이 한국의 장례문화는 토장이 급격히 쇠락했고 화장이 대폭 느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화장하면 90%는 뼛가루를 산이나 강에 뿌렸다. 매장서 화장으로 장례문화가 바뀐 것은 비좁은 국토와 생활양식의 변화 때문이다.

오염

화장장서 나는 매연으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겪기 때문에 화장장은 대표적인 기피 시설로 꼽힌다. 실제로 화장 작업 중 특정 시점에선 최소 150ppm서 최대 200ppm의 일산화탄소 오염 물질이 방출된다는 조사도 있다.

이 때문에 화장장 건립을 두고 인근 지역 주민들은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2018년부터 경기도 이천 시민들은 화장터가 하나도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당시 시민들은 지역 내 화장시설이 없어 인근 지역인 수원, 성남, 청주 등으로 원정 화장을 해야 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이후 100억원의 인센티브를 내걸고 화장장 건립을 재추진했다. 결국 지난해 이천시는 시립화장장 후보지 공모에 나서 여섯 군데로부터 응모를 받았다. 율면 월포1리, 호법면 안평2리, 장호원읍 어석리, 부발읍 죽당1리, 부발읍 수정리, 부발읍 고백1리 등 6곳이 주민 50% 이상의 동의를 받아 화장장 후보지에 응모했다.


공사비 95억원이 투입되는 화장장은 부지 4500㎡에 건물 연면적 3000㎡(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화장로 4기가 설치된다.

이천시가 공모한 시립화장시설 후보지 6개 마을 중 부발읍서만 죽당1리(산71-9), 수정리(11-1 외), 고백1리(257-6 외)의 3개 마을이 응모했다. 해당 부지들은 여주시 능서면 매화리, 용은2리, 양거리 마을회관서 2㎞ 이내에 있다. 

7000명 반대 서명하고 집회
4개월 미뤄지다…수정리 선정

이 때문에 인근 지역 여주 주민과 연대해 이천시립화장시설 유치를 반대하는 ‘여주·이천 화장장반대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구성됐다. 이후 지난 3월부터 이천시청과 여주시청서 반대 집회를 지속해서 열었다. 해당 지역 맘카페서도 노인들에게 펜션이 들어온다고 속인 뒤 찬성 서명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글이 등장했다. 

비대위 측은 “여섯 군데가 응모했지만, ‘화장장은 수정리로 내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주민들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인근 지역에 자연 장지를 미리 깔아놨다. 화장터는 혐오 시설이기 때문에 자연 장지 설치작업을 미리 한 것처럼 보인다. 또 화장터의 접근성 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3년 전부터 도로를 만들고 공동묘지를 개발해서 2020년도 4월부터 자연 장지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후보지들은 다 들러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지난달 24일 이천시립화장장이 부발읍 수정리 산11-1번지(이하 수정리)로 결정됐다. 이 지역은 사회적·지리적·경제적 요건이 반영된 일곱 가지 항목(정량평가, 정성평가)서 최고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 ⓒ이천시

최종 후보지로 결정된 수정리는 주 간선도로 3번 국도와 근거리에 위치하며 현재 이천시립 자연장지와 인접해 있다. 또 도로 확장공사의 필요가 크게 없으며 평균 경사도가 4도로, 경사가 완만해 추가적인 절성토 등 개발비가 많이 절약되는 게 큰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요시사>가 입수한 타당성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개발비서 수정리(24억원)는 장호원읍 어석리(10억원)와 부발읍 죽당1리(7억원)보다 비쌌다. 게다가 수정리는 ▲인접된 여주시 주민 반발 예상 ▲부지 매입 비용의 과다 발생 예상 등 두 가지지만, 죽당1리는 ▲인접된 여주시 주민의 반발 예상 한 가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6개 후보지 중 5곳 들러리?
이미 정해놓고 형식적으로?


이에 대해 지자체 관계자는 “일곱 가지 평가 항목 중 지리적, 사회적, 경제적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경제적인 상황에 주안점을 둔 것이 아니라 주민 동의와 집단 민원 부분이 반영된 사회적인 점수도 균등하게 배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 반발 같은 경우에는 후보지 6곳 모두 있다. 하지만 이천시 화장시설건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판단했을 때 주민들의 반발 강도도 평가 항목에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종합적인 평가다 보니 점수 배점을 통해 선정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자연장지 설치 의혹에 대해서는 “2012년도에 국가적인 차원서 공동묘지를 자연장지하는 사업이 있었다. 당시 도로가 없어 최근까지 그대로 방치됐다. 계속 방치가 되다 보니 길이 없었다. 결국 예산을 받아서 길을 만든 것”이라며 “일각에선 이미 내정된 곳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말도 안 된다. 내정된 것이었으면 이천시 부발읍 죽당1리가 선정돼야 하는 거 아니냐. 자연장지 한 곳은 죽당1리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시민단체, 장사 전문가, 교수, 시의원 등 13명으로 이뤄진 추진위서 공정하게 평가했을 것이라는 게 지자체 관계자의 입장이다. 비대위 측은 죽당1리를 후보지로 선정한 것조차 의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자연장지로 쓰는 곳을 화장터로 개발한다는 계획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화장터 건립 관계자는 “수정리가 선정된 가장 큰 이유는 확장성이라고 본다. 타지역과 달리 먼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수정리는 죽당1리나 어석리와 비교했을 때 넓은 부지를 확보할 수 있어 확장성 면에서 큰 점수를 받지 않았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공방

이어 “죽당1리는 철도가 지나가기 때문에 더 이상 확장하기가 어렵다. 또 장호원 지역은 컨설팅하는 분들이 말하길, 새로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지리적으로 봐도 죽당1리는 북쪽 방향이라 확장성 면에서 부족한 반면, 수정리는 남쪽 방향이다 보니 몇만평을 갈 수 있다. 광주시, 양평군에도 화장시설이 없기 때문에 큰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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