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예능 덕후 김지헌 “‘덕업일치’가 제 꿈이에요”

2020.04.06 13:56:08 호수 1265호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26세 예능 덕후가 사는 법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매일 오전 7시30분에 시청률을 확인해요.” 국민MC 유재석이 혀를 내두른 ‘예능 덕후’가 tvN 예능 <유퀴즈온더블럭>에 등장했다. 그동안 유재석의 수상 횟수와 타깃 시청률을 언급하며 제작진을 놀라게 한 주인공인 김지헌씨를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 예능 덕후 김지헌씨가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예능PD들이 울상이다. 해가 지날때마다 예능프로그램 시청률이 갈수록 하락 중이기 때문이다. 젊은층이 TV를 외면하고 있는 가운데, 예능을 매우 사랑하는 한 대학생이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한 공원서 예능 덕후 김지헌씨를 만났다. 

<무도>부터…

김씨는 언제부터 예능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체크하게 된 것일까. “2007년부터 MBC <무한도전>에 빠졌다. <무한도전>이란 키워드로 기사를 검색하다가 ‘시청률’이란 걸 알았다. 평소 수치, 순위 등 숫자를 좋아하던 나에게 시청률은 신비한 단어였다. <무한도전>을 비롯해 다른 예능프로그램을 매일 찾아본 게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서 김씨는 ‘타깃 시청률’을 언급하며 유재석을 놀라게 만들었다. 시청률과 관련해 김씨는 “2049 시청률이 광고주들과 방송국서 신경쓰는 것이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건 한국갤럽이라는 여론조사기관서 매달 발표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이다. 매달 뽑히는 프로그램들이 체감 인기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2007년은 예능 춘추전국시대였다. MBC <무한도전>을 필두로 KBS <해피선데이-1박 2일>, MBC <황금어장>, SBS <이경규·김용만의 라인업> 등의 프로그램들을 양산했다. 김씨는 인기 예능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비교하며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과거보다 현재의 예능 시청률은 전체적으로 낮아졌다. 이에 대해 김씨는 “전체적인 시청률 하락은 파이가 줄어든 것이라고 본다. 일각에선 케이블의 약진, 유튜브의 등장을 원인이라고 보지만 오로지 그것 때문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 전부터 시청률은 점점 하락세였다”고 분석했다.

매일 시청률 확인하고 분석
해당 방송 제작진도 ‘깜놀’

작품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대중성의 지표인 시청률이 낮아 오래 살아남지 못한 여러 프로그램이 있다. 그중에 아쉬운 프로그램을 꼽아달라는 말에 “최근 프로그램 tvN <플레이어 시즌2>가 조기종영됐다. 처음부터 8부작이라고 했지만 출연자 중 한 명이 타 방송서 ‘조기종영’이라는 말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버라이어티 장르인 이 프로그램이 시청률이 1%가 넘지 않았기 때문에 종영한 것으로 보인다. tvN서 편성한 프로그램을 보면 2%가 마지노선이다. 1% 미만은 가차 없이 종영시키고 1∼2%대는 좀 지켜보다가 종영한다. (시청률이)1%대임에도 유지하는 tvN <문제적 남자>가 있긴 하지만 그 외에는 없다. 또 MBC서 방영하는 <끼리끼리>라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일요일 오후 5시 황금시간대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1%대에 머물러 있다. 버라이어티라는 장르는 시청자들에게 먹히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예능 트렌드가 생기면 비슷한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겼다가 금방 사라진다. 김씨에게 2000년대 중반 예능 트렌드를 선도한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모든 트렌드는 한 프로그램부터 시작한다. 2006년 첫 방영한 <무한도전>이 2007년부터 인기를 얻어,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장르를 인기를 끌었다. 후발주자로 KBS <1박2일>과 SBS <패밀리가 떴다>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 예능 덕후 김지헌씨 ⓒtvN

이어 “이후 2009년 Mnet의 <슈퍼스타K>가 시작됐지만 존박과 허각이 나온 2010년 <슈퍼스타K2>부터 오디션 예능이라는 장르가 유행했다. 1년 뒤 MBC의 <나는 가수다>로 음악 경연프로로 다시 불이 붙었고 2013년 MBC <아빠어디가>로 육아예능과 관찰 예능이 붐을 일으켰다. 이후 tvN <오마이베이비>,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이 론칭됐다. 3달 뒤 MBC <진짜 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이 나온 뒤 경찰 체험, 소방관 체험 등을 하는 예능이 나왔지만 오래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14년 JTBC의 <비정상회담>이 외국인이 나오는 예능으로 인기를 끌어 MBC <헬로 이방인>,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MBCevery1 <대한외국인>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등이 나왔다. 2015년에는 특이한 현상이 발생했는데 JTBC <냉장고를 부탁해>, tvN <삼시세끼-어촌편>,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세 요리 프로그램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오면서 쿡방송이 대세가 됐다. 그 이후로 음식이 TV에 많이 출연했다”고 분석했다.

“트렌드는 한 프로그램이 주도”
관심과 열정 갖고 예능PD 도전

또 “2017년에는 SBS <미운 우리 새끼>가 관찰 예능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같은 해 MBC <나 혼자 산다>서도 <미운우리새끼>의 방식을 차용하며 멤버들 간의 케미로 시너지효과가 났다. 이후 SBS <동상이몽2>, MBC <전지적 참견시점>, TV조선<아내의 맛>,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귀> 등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관찰 예능이라는 장르가 대세가 됐다. 최근에 막을 내린 TV조선 <미스터트롯>도 트로트 장르의 인기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JTBC의 간판 예능 <뭉쳐야 찬다>는 고공행진 중이다. 후발주자로 SBS Plus <다함께 차차차>, SBS <진짜 농구 핸섬타이거즈>, KBS <날아라 슛돌이2>가 론칭되며 스포츠예능 트렌드를 만들려고는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다함께 차차차>는 9부작으로 <진짜 농구 핸섬타이거즈>는 12부작으로 종영했다.

김씨는 “<뭉쳐야 찬다>가 스포츠예능으로 큰 인기를 끈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인기 요인은 스포츠가 아니라 전설들을 데려다 놓고 케미를 발산한 것이 주효했다. 스포츠예능이라고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 KBS <우리 동네 예체능>도 가늘고 길게 간 케이스다. 시청률 10%를 한 번도 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평소 자신의 블로그와 커뮤니티 사이트에 주기적으로 시청률을 기반으로 한 예능 관련해 글을 게시했다. 예능PD가 꿈인 김씨는 예능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전자·전기공학부를 선택했다. 김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수학을 잘해서 이과를 선택했다. 이후 성적에 맞춰 취업 잘 되는 과를 선택해 진학한 것이다. 수험생 대부분이 대학교 간판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처럼 나도 그랬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떤 계기로 PD의 꿈을 키우게 됐을까.

열정이 스펙

그는 “예전부터 조금씩 생각해봤지만, 예능PD는 어릴 때부터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 같아서 도전하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지난해 10월 군 제대 후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서 나보다 예능을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고 느꼈다. 당시 ‘세상에 예능을 아는 사람이 이렇게 없나? 그럼 PD는 누가 해? 나 같은 사람이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이 자신감으로 바뀌면서 관련된 동아리나 대외활동에 지원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직업으로 되길 희망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깊이 좋아하는 관심사를 취미로 두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면 직업으로 도전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