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조국의 출사표

2019.08.19 10:46:52 호수 1232호

조선 후기 문신인 한장석(韓章錫, 1832~1894)의 ‘충무공 이순신 치제문’ 중 일부를 인용해본다.



『誓海盟山(서해맹산) 바다와 산에 맹세하니
壁壘變彩(벽루변채) 성벽과 보루 광채 새롭게 변하고 
以少敵衆(이소적중) 적은 수로 많은 왜군 대적해
每戰必凱(매전필개) 싸움마다 반드시 승리했네』

임진란 당시 파죽지세로 조선 영토를 유린하던 왜군이 해상서 이순신 장군이 지휘하는 수군에게 발목을 잡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에 직면한 왜가 해전에의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병력을 증강해 맞서자 이순신 장군은 소수의 병력과 함선으로 적을 한산도로 유인해 대파한다. 

상기 작품에 등장하는 誓海盟山(서해맹산)은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에 머물 당시 지은 작품 중에 등장하는 誓海魚龍動, 盟山草木知(서해어룡동, 맹산초목지 : 바다에 서약하니 어룡이 꿈틀대고, 산에 맹세하니 초목이 알아주네)를 응용한 표현이다.

이순신 장군은 상기 시구로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상기 작품 내용대로 해전서 연승을 거두게 된다. 즉 상기 시구는 중요한 일전을 앞둔 이순신 장군의 일련의 출사의 변으로 ‘죽음을 불사하고 조선의 산하를 지켜내겠다’는 의미다. 

상기 시구와 관련해 조선시대 최고의 개혁이라 일컫는 대동법의 대명사인 김육(金堉, 1580∼1658)의 변을 들어보자. 


『공이 일찍이 지은 시가 있으니, 그 시에 이르기를 “바다에 맹세함에 어룡이 동하고, 산에 맹세함에 초목이 아는 도다[誓海魚龍動 盟山草木知].” 했는데, 이 시를 외우는 자들 가운데 눈물을 지으면서 격동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이순신 장군의 상기 시구는 그의 생애와 맞물려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 법무부장관에 지명된 조국 전 민정수석이 이순신 장군의 상기 시구를 인용하면서 포부를 밝혔다. 그의 변을 인용해보자.  

“인사청문회를 거쳐 문재인정부의 법무부 장관이 된다면 서해맹산의 정신으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 개혁, 법무부 혁신 등 소명을 완수하겠다.” 

임명직인 장관에 지명된 인간의 말치고 참으로 웃기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장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에 대해 이순신 장군의 비장한 마음을 인용한 모습은 나가도 한참 나가보인다. 

역시 경계를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토해내는 조국답다. 그런 조국이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이어지는 진술이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 대한민국의 국무위원이 된다면, 헌법정신 구현과 주권수호,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며 “품 넓은 강물이 되고자 한다. 세상 여러 물과 만나고 내리는 비와 눈도 함께 하며 멀리 가는 강물이 되고자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점입가경이다. 그가 사용한 어휘, 그리고 거창한 포부를 살피면 그의 원대한 욕심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즉 차기 대통령에 출마하기 위한 출사의 변으로 비쳐진다는 말이다.

이는 이순신 장군, 나아가 우리 역사에 대한 모독이다. 그런 조국에게 어울리는 출사의 변을 들려주자. 삼국지에 등장하는 제갈량의 후출사표에 등장하는 대목인 鞠躬盡瘁(국궁진췌)다. 이는 ‘몸을 굽혀 모든 힘을 다한다’는 의미로 조국은 그저 함구하고 이를 실현함이 지당하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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