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습관

2019.06.10 09:36:26 호수 1222호

“그의 속임수는 최고 수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칼럼니스트였던 릭 라일리가 <속임수 대장: 골프를 보면 트럼프가 보인다>(Commander in Cheat: How Golf Explains Trump)를 펴냈다. 책 저자인 릭 라일리는 2015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주최한 골프대회에서 저지른 농간들을 일간신문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해 폭로했던 인물이다.



“그렇게 배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라일리에 대해 “늘 그가 끔찍한 작자라고 생각했어. 매우 정직하지 못한 작자라고 말해야겠군”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를 치는 모습은 자주 목격된다. 비밀경호국 요원들을 달리게 하고 본인은 카트를 몰고 다녀서다. 스코틀랜드의 트럼프 툰베리 등 소유한 골프장만 열네 군데나 된다. 하지만 라일리는 책에서 “그와 라운딩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등 뒤를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저격은 이게 다가 아니다.

“그의 속임수는 최고 수준이다.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도 속임수를 쓰고, 보지 않아도 쓴다. 당신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없이 속인다. 골프를 그렇게 배웠기 때문에 속인다. 심지어 당신이 그와 플레이하지 않을 때에도 그는 속이려 든다.”

골프는 선수들이 스스로 파울을 부르는 것이 관습이 되다시피 한 신사 스포츠다. 안 되면 심판의 판단이라도 요청하는 것이 정도다. 하지만 라일리가 대통령과 함께 골프를 쳐본 프로 선수와 아마추어 애호가들을 만나본 결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평판은 좋지 않았다. 로커 앨리스 쿠퍼와 은퇴한 복싱 챔피언 오스카 델라 호야도 트럼프와 함께한 좋지 않은 골프 경험을 늘어놓은 적이 있다고. 


할리우드 배우 사무엘 잭슨은 2016년 한 인터뷰를 통해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골프클럽)에서 우리는 그가 호수 위에 공을 던져놓는 것을 똑똑히 봤는데, 캐디는 그가 공을 찾아냈다고 얘기하더라”라며 어이없어했다.

릭 라일리 <속임수 대장…> 출간
골프대회 농간들 언론에 폭로도

특히 지난 2017년 트럼프가 타이거 우즈,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인 더스틴 존슨(이상 미국)과 함께 골프를 쳤을 때 한 홀에서 두 차례나 공을 물에 빠트린 것을 타수에서 누락시킨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라운딩을 함께했던 폭스 스포츠의 골프 담당 기자 브래드 팩슨이 지적해 입길에 올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스타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조차 트럼프의 캐디와 저열한 술책에 황당해했다. 지난해 페테르센은 노르웨이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때린 공이 얼마나 숲속 저 멀리 떨어졌든 간에 우리가 페어웨이에 이르면 공은 늘 정중앙에 떡하니 놓여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사람 볼에도 손을 댔다. ESPN 아나운서 출신인 마이크 트리코가 핀에 붙은 샷을 날렸는데, 그린에 올라가자 볼이 없어진 것이다. 볼은 그린에서 15m나 떨어진 벙커에서 발견됐다. 당시 캐디는 트리코에게 “당신이 친 볼이 2m 옆에 붙었는데 트럼프가 그린에 먼저 올라와 볼을 벙커로 집어던졌다”고 귀띔했다.

“숲속 날아간 공이 정중앙에 떡하니”
“경호원은 뛰고 트럼프는 그린 질주”

라일리에 따르면 트럼프는 오랜 골프 전통을 보란 듯이 무시했다. 악수를 하려면 클럽하우스 안이라도 모자를 벗어야 하는데 그는 따르지 않는다. 심지어 카트를 몰고 그린 위까지 들어간다. 트럼프는 골퍼들이 자신의 핸디캡을 신고하는 웹사이트에 버젓이 2.8이라고 올려놓았는데, 8살 연상이며 18차례나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잭 니클라우스(3.4)보다 훨씬 빼어난 수준이다. 

라일리는 “만약 트럼프가 2.8이라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장대높이뛰기를 한다는 얘기”라고 어이없어했다.

그가 소유한 골프장도 마찬가지다. 로드아일랜드의 트럼프 워싱턴 골프장 14번홀과 15번홀 사이에는 남북전쟁 때 많은 군인이 전사한 곳이란 설명과 함께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역사가들은 이곳에서는 어떤 전투도 벌어진 적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룰 무시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에는 세계적인 골프 코스 디자이너 톰 파지오가 “내가 설계한 최고의 골프장”이라고 말했다는 명판이 있다. 하지만 파지오는 라일리에게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밝혔다. 라일리는 “정치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하지만 골프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유권자나 시민으로서가 아니라 골프를 치는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의 속임수는 정말 날 못 견디게 한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에 대해 라일리가 정의한 한마디는 ‘규칙을 지키면서 골프를 칠 수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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