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문재인 대통령의 임계점

2019.05.13 10:32:45 호수 1218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실린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해산과 관련해 정청래 전 의원이 한 방송에 출연해 언급한 내용을 인용해본다.



“한국당이 워낙 막무가내다 보니 참던 국민도 이제 임계점이 넘어버린 것으로, 한국당이 전략·전술을 잘못 쓰고 있다.”

이 대목서 임계점이란 단어가 등장한다. 임계점은 물리학 용어로 저온상서 고온상으로 상변화할 때 저온상으로 존재할 수 있는 한계 온도와 압력을 의미하는데, 정 전 의원은 아마도 경계선의 의미로 임계점을 언급한 듯 보인다. 즉 한국당에 대한 국민들의 참을성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의미로 말이다.

여하튼 그의 말의 진위는 차치하고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서 열린 사회원로 초청 오찬서 언급한 내용을 간추려본다.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주요 골자는 ‘선(先) 적폐청산, 후(後) 협치’로 요약할 수 있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대목으로 문 대통령의 의식 세계를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의도하는 게 정치보복이 아닌 진정한 적폐 청산이라면, 적폐 청산과 협치 중 어느 사안이 우선돼야 하느냐에 대한 문제다. 아무리 양보해 바라봐도 적폐 청산은 협치 후에 가능해보이기 때문이다.

적폐는 우리 사회에 오랜 기간에 걸쳐 쌓이고 쌓인 관행·부패·비리 등 모든 폐단을 말한다. 아울러 적폐를 청산하고자 한다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전면적 개조가 수반돼야 한다. 적폐 청산은 단기간에 이루어질 사안이 결코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필자만 그리 생각할까. 이를 위해 조선조 석학 중의 한 사람인 율곡(栗谷) 이이(李珥)의 적폐 청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의 일기(석담 일기) 중 1569년(선조 2) 기록으로 임금인 선조에게 아뢴 내용이다.

『지금 선정(善政)은 시행되지 않고 온갖 법도는 허물어지고 해이해져 있으니, 만일 분연히 진작하여 일대의 법도를 새롭게 하지 않고 단지 상례에 얽매이고 전체만 지킨다면, 어떻게 적폐(積弊)를 제거하고 크게 훌륭한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상기 기록을 살피면 율곡은 적폐 제거, 즉 적폐 청산과 관련한 선결조건으로 선정과 올바른 법도를 지적했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면 적폐 제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먼저 선정에 대해 살펴보자. 선정은 백성을 바르고 어질게 잘 다스리는 정치를 의미한다. 이 시점에 국민들이 정신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풍요를 만끽하고 있느냐에 대한 문제다. 아무리 곱씹어봐도 현재의 상태를 선정으로 규정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다음은 올바른 법도가 세워졌느냐에 대한 문제다. 필자가 그동안 <일요시사>를 통해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우리의 경우 헌법을 필두로 여러 제도들이 정상 궤도에서 벗어나 있다. 새롭게 바꿔야 할 법도가 부지기수다.

광의로 바라보면 선정과 올바른 법도는 협치의 산물이다. 즉 협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선 적폐청산, 후 협치를 고집하고 있다. 이를 돌려 이야기하면 적폐 청산 없이는 협치도 없다는 말이다. 결국 협치는 안중에도 없고 적폐 청산에 오로지 매진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 누누이 언급했지만 경쟁력은 눈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협치는 언감생심으로, 결국 적폐청산을 빙자한 정치보복으로 국민들의 이목을 끌겠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나라 국민들이 그렇게 어리석을까!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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