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다시 생각해봐야 할 직장 내 괴롭힘

2019.04.15 10:44:06 호수 1214호

2019년 7월16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기존 노동관계법은 업무상 관계서 발생하는 폭행이나 성희롱을 금지하는 데 그쳤고, 교묘한 방법으로 부하직원이나 직장 동료를 괴롭히는 것은 도덕적 문제로 치부됐다. 심지어 성과를 올리기 위한 필요악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는 자신의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나름의 이유를 대며 합리화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피해자는 스트레스로 인해 삶이 피폐해 지고 우울증과 같은 질환을 겪기도 한다. 심지어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도 있다.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신설됐다. 다른 법률과 마찬가지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도 법을 준수하고자 하는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무엇보다 법률의 내용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자신이 직장 내 괴롭힘과 관계가 없다고 여길 것이다. 필자가 직장 내 괴롭힘의 사례를 설명하면 많은 이들이 ‘그런 것까지도 직장 내 괴롭힘이냐’고 반문한다. 집단 따돌림, 노골적인 욕설이나 비난, 협박, 사적인 심부름 등이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것은 과거에도 익히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직원의 능력에 크게 못 미치는 업무를 부여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업무를 주는 것, 술자리서 다른 직원의 험담을 하거나 과도하게 술을 권하는 것도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하면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직장 동료나 부하직원의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한 것이다. 

사실 이번 법 조항 신설은 폭행, 욕설, 협박 같은 괴롭힘을 염두한 것이 아니다. 그런 행위들은 형법으로도 충분히 다스릴 수 있다. 알게 모르게 자행되는 은근한 괴롭힘을 예방하고자 하는 취지로 만든 것이다.


우리는 과거 성희롱에 둔감했다가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성희롱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최근의 ‘미투’에 이르렀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 신설은 우리 사회서 직장 내 인권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같은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구태를 답습한다면 성희롱 미투로 인해 기껏 일궈놓은 인생을 망쳐버린 이들과 같은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농담처럼 하는 말이 상대에게는 비수가 되어 박힌다. ‘잘 되라고 했다’는 그 말이 화풀이에 불과한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회사의 목표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았는지 돌이켜보자. 희생정신과 희생을 시키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외양을 꾸미는 것부터 인생관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하직원에게 조언을 빙자한 간섭을 일삼는 이들도 있다. 

어느 누구를 탓하기보다는 자신의 언행을 뒤돌아봐야 한다. 피해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 않고 지내다가는 졸지에 많은 것을 잃게 될 수 있다. 이번 법 개정으로 사업장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교육이 시행될 것이다.

법 개정에 발맞춰 많은 언론서도 이를 다룰 것이다. 이번 기회에 직장 내 괴롭힘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 나와 직장 동료들의 인권을 지켜야 할 것이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이 우리나라의 인권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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