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출생지 대신 출신고

2019.03.25 09:55:37 호수 1211호

필자가 일전에 <일요시사>에 게재했던 칼럼 ‘문재인정권의 지향점은 사회주의인가’의 도입부를 인용해본다.



『문재인 대통령, 아니 문재인정권이 지금까지 보인 행태를 자세하게 관찰해보면 무능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건지, 혹은 치밀한 계산에 의한 행동인지 쉽사리 판단하기 힘들다. 그들이 내놓는, 그리고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정책들이 대한민국의 현실과 아울러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이 지니고 있는 보편적 상식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데, 이러한 행태가 일관되게 동일한 범주서 벗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최근 청와대가 개각명단을 발표하며 출생지를 제외하고 출신고를 발표한 건에 대해 살펴보자. 이와 관련 청와대는 “지연 중심 문화를 탈피해야 한다는 데 사회의 공감대가 있다”며 “출신지라는 게 객관적이지 않아서 그곳서 태어나 오랫동안 성장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출생만 하고 성장은 다른 곳에서 해온 분들도 있다. 불필요한 논란을 끌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고등학교 중심으로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도대체 문재인정권의 행태는 필자의 언급을 뒷받침해주기라도 하듯 황당하다. 무슨 말인지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청와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지연(地緣) 중심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출생지가 아닌 출신 고등학교(이하 출신고)로 대체했다는 게 그 요지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게 정말 제대로 사고하는 사람들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왜냐, 출신지나 출생지를 기록하는 이유는 바로 지연을 타파하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 인재를 등용하는 과정서 출신 지역을 안배하자는 의도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출신고를 들먹였다. 출신고가 무슨 의미를 주는지 아연하기만 하다. 


이를 위해 필자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필자는 서울 노원서 출생하고 성장했다. 그곳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하고 1975년에 당시 변경된 고교입학제도, 속칭 뺑뺑이로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고등학교에 입학해 3년간 다녔다. 그런데 현재의 필자를 판단하는 데 고등학교는 어떤 의미를 줄까.

물론 고등학교 입학시험 제도가 폐지되기 전까지 출신고는 출신 대학과 더불어 인재를 선발하는 데 주요한 바로미터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 고등학교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처럼 그저 교육과정에 등장하는 의례적 단계에 불과할 뿐으로 출신고서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사립학교 혹은 특수학교와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말이다.

이제 국무위원, 즉 공인 중의 공인으로 대표되는 각부 장관에 대해 살펴보자. 국무위원과 관련해 임명권자의 권리와 맞물려 국민들은 그들에 대해 소상하게 알 권리가 존재한다. 아니 당연히 알아야 한다. 그런데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하는 출신고를 내세웠으니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차라리 출신 초등학교를 거론하느니만 못 하다.

그렇다면 문정권은 왜 이런 황당한 행태를 보인 걸까.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형국, 즉 국민 알기를 ‘뭣’같이 알고 깔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무위원들의 출생지를 살피면 바로 답이 나온다. 종전 출생지 기준으로 명단에 오른 7명을 분류하면 전북이 3명, 광주 1명, 부산 1명, 경남 1명, 강원 1명의 분포를 이룬다. 한눈에 살펴봐도 호남에 편중된 인사임을 알아챌 수 있다. 즉 문정권이 출신고를 내세운 이유는 바로 이를 호도하기 위해 부린 꼼수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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