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사소한 기념일’ 유소라

2018.11.12 10:16:08 호수 1192호

바느질로 일상을 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유소라 작가는 바느질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작품을 만든다. 그는 바느질을 통해 일상의 시간을 기억하려 한다. 롯데갤러리는 바느질 드로잉 평면, 오브제, 공간 설치 등 유소라의 작품 100여점을 전시한다. 관람객들은 사색의 계절 가을을 맞아 일상을 반추하는 감성 전시를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 유소라 책상 위의 물건들_2011_2018_각 실물과 동일 사이즈(8_10점)_mixed media


유소라 작가는 홍익대 섬유미술 패션디자인학과와 조소과를 졸업하고 현재 일본 동경예술대 조각과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인 젊은 작가다. 롯데갤러리는 오는 25일까지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서 유소라의 개인전 사소한 기념일을 선보인다. 유소라는 지난달 3일부터 28일까지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서 동명의 전시를 소개한 바 있다.

아날로그 방식

유소라는 바느질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이용해 사물을 재현한다. 실과 바늘로 평범한 물건을 그리거나 오브제 자체를 채집해 다시 제시하는 과정을 통해 일상의 순간을 꼼꼼히, 좀 더 오랫동안 기억하고자 한다. 또 개인의 이야기를 사회적 영역 안에 놓음으로써 작가의 소소한 순간이 관람객들의 일상 속 기억과 맞닿기를 바란다.

유소라는 재봉틀은 전공 때문에 가장 다루기 쉬운 기계여서 자연스럽게 작품에 사용하게 됐다며 바느질 방식으로 작품을 표현하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면서 스쳐가는 일상을 기록하는데 사진이나 영상과 같은 매체와 비교해, 시간을 들여 꼼꼼히 관찰해야 하는 드로잉이라는 아날로그적 방식이 나에게 더 적합한 것 같다고 밝혔다.

어렸을 때부터 재봉틀로
솜과 천 고정 , 실로 누벼


유소라는 사물의 이미지를 종이 위에 드로잉한 후 그림이 그려진 종이를 솜과 천 위에 고정시켜 다시 실로 누비는 방식을 사용한다. 재봉틀과 바느질은 어렸을 때부터 즐기던 취미이기 때문에 유소라에게 익숙한 도구다. 그는 재봉틀로 누비고 손바느질로 마무리하면서 같은 장면을 여러 번 곱씹는 시간을 보낸다.

이 과정서 사소한 장면이 특별한 순간으로 남게 되고 일상에 조금 더 애착을 갖게 된다고 고백한다. 금방 사라질 것 같은 찰나의 순간들, 특별할 것 없이 흘러가 버리는 기억을 유소라는 바느질이라는 아날로그적 방식을 통해 물질화시킨다. 관념으로 남아있던 시간의 흔적은 바느질의 과정을 거치면서 서서히 작가에게 체화되고 응축돼 좀 더 오랫동안 곁에 남는다.

유소라는 바느질을 통해 작품을 만들 때 느끼는 특별함이나 일상에 대한 애착이 관람객들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다관람객들은 내가 그린 일상을 보며 자기 자신에 대한 것을 떠올리고, 또 자신 안에서의 어떤 변화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 유소라 조금 전 까지_2014_112x112cm_재봉틀로 드로잉

유소라의 사물은 개인적 환경서 수집된 것들이다. 그의 그림은 물건과 장소에 대한 일기와도 같다. 유소라의 물건은 실루엣의 형태로 단순화되고 고유색을 벗으면서 일반적인 사물이 된다. 그것은 누구의 것도 될 수 있다. 유소라가 너무 일상적이어서 오히려 눈에 띄지 않는 사물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것이 삶의 모습을 닮았기 때문이다.

유소라는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살아감’”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보고) 자신의 일상을 연상했으면 하는데, 색이 입혀진 경우에는 그게 좀 제한되는 느낌이 있다. 작품의 소재가 지나치게 나의 취향이 반영된 물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살아있음’을 소중히

이어 인간에게 익숙한 소재인 천과 실로 그림을 그리는데, 솜을 더해 약간의 볼륨감을 표현할 수 있다. 그림에 따라서는 꽤 사실적인 입체감이 드러나기도 한다부드럽고 따뜻한 인상의 흰색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원단을 써보고 실 색깔도 바꿔보고 실험을 한 끝에 나온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유소라는 자신이 가진 물건이나 일상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리다 보니 사람들이 보고 공감할 수 있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 같은 고민 끝에 좀 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일상을 연구하는 과정서 나온 요소들이 열쇠, 이불, 양말, 설거지, 빨래 등이다.
 

▲ 유소라 보통이 된 날_2017_160x160cm_재봉틀로 드로잉

그는 열쇠는 사라져가는 추세지만 가능한 한 많음을 전제로 찾은 요소고, 설거지는 문화나 사람에 따라 먹는 음식은 달라도 빈 그릇을 포개놓는 설거지감은 모두 비슷한 모습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절실한 마음


유소라는 작품을 통해 살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관람객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살아있음을 소중히 여기도록 하는 게 나의 소명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니 작품을 좀 더 절실한 마음으로 해나가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은 절실한 마음으로 사소한 순간을 작품으로 기록하고 있다사람들이 작품을 통해 각자의 일상을 되돌아 봤으면 한다. 또 각자 살아있음을 되돌아보고 순간을 소중히 했으면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유소라는?]

학력

홍익대학교 섬유미술 패션디자인과, 조소과 졸업(2011)
일본 동경예술대학교 조각과 석사과정 재학(2018)

개인전

사소한 기념일롯데갤러리 영등포점/청량리점, 서울(2018)
보통날’ Stay Gold, 서울(2017)
이사’ YCC Gallery, 요코하마(2017)
별거 아닌 얘기지만갤러리 키스, 서울(2015)
서울 살이갤러리 이앙, 서울(2015)
순간을 놓치지 않기사이아트스페이스, 서울(2014)
잘 어질러진 방갤러리 41, 서울(2013)
H.P.FRANCE WINDOW Gallery,
도쿄(2012)
‘y place’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부천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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