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30)

2012.06.18 11:05:23 호수 0호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 잡아 패 죽일 것”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자네의 자식일은 자네가 책임져야”
범죄자 습성 역으로 이용“알리겠다 협박”

“지금 이 방을 나가는 순간부터 고속버스 터미널과 이곳 사당동 인근에는 얼씬도 하지 마. 알았어? 그리고 조금 전 왜 우리가 당신 사진을 찍었는지 알아? 만약 이 시간 이후 저 아가씨가 누군가로부터 조그마한 해를 당해도 모두 당신이 저지른 일이거나 아니면, 당신이 누군가에게 사주하여 시킨 짓으로 알고 당신의 전신사진을 전국 경찰서에 돌려 신고 할 거야. 알겠어? 그뿐만 아니야. 전국에 있는 우리 애들을 풀어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 널 잡아 패 죽이라고 할 거야. 그리고 신문에 현상금을 걸고, 네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도배하고 싶지 않으면, 이곳과 반포 쪽에는 얼씬도 하지 마. 알겠어? 네놈은 여기 아가씨가 다른 어떤 사고라도 당하지 않도록 매일 하나님께 기도드리는 것이 네 신상에 이로울 거야. 알겠지! 내 말 명심해!”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예예, 알겠습니다. 지금 다른 곳으로 가겠습니다.”
“어이, 동생! 지금 즉시 사진을 모두 크게 수백 장 현상하지? 그리고 우리 애들에게 돌려 줘 이놈이 나타나면 무조건 잡아서 조져버리라고 해.”

내가 후배에게 마치 조직원이 수백 명 있는 것처럼 위장하여 말했다. 후배 역시 일부러 그놈에게 보여 주기 위해 그렇게 말하는 걸 알아차리고 시원하게 “예, 형님! 알겠습니다”하고 조폭 부하처럼 90도로 절하며 대답을 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잔뜩 긴장하고 있는 그놈에게 한 번 더 다짐해 두었다. “내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설령 저 아가씨가 네 눈에 보인다 해도 피해 다녀. 알겠어? 그럼 지금 당장 나가!”하고 명령하듯 말했다. 그러자 그가 방안에 흩어져 있던 속옷과 양말을 가방 속에 집어넣어 어깨에 걸치고는 연신 죄송하다며 도망치듯 잽싸게 달아나버렸다.


도망가는 놈을 지켜보던 김 사장 부인이 심경이 복잡한 듯 한마디 했다.
“에이, 그놈 멀쩡하게 생겨가지고는….”
내 얘기를 열심히 들은 친구 윤 전무가 얘기가 끝나자마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하고 있었다.
“하!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구만, 정말 김 사장인가 하는 분에게 자네가 큰 은인이겠네. 그날 이후로 별 일은 없었던가?”
“물론! 김 사장으로부터 그놈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네.”

“아무튼 대단하이. 그 김 사장님이 정말 자네에게 큰 신세를 졌군.”
“신세는 무슨. 서로 어려운 일 당하면 도움을 주는 게 더불어 사는 사회가 아니겠나.”
“허, 그야 자네 말이 맞긴 하네만 세상 사람들이 어디 자네 마음 같겠나? 그건 그렇고, 사진을 찍어서 그놈이 다시는 그 아가씨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 건 정말 잘한 방책이라고 생각해.”

“김 사장은 그놈에게 강간이라도 당했으면 어쩌나 고민이었지. 다행이 그놈이 성추행만 하고 강간은 하지 않았기에 혼을 내서 두 번 다시 딸애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목적을 두었던 거지. 그냥 단순히 혼만 내서 돌려보낸다 해도 나중에 다시 접근해서 보복이라도 한다면 큰일 아니겠나? 허나 그놈이 아무리 나쁜 놈이라도 자신이 공개적으로 노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리석게 같은 범행을 저지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네. 그리고 사실 말이야. 내가 그놈에게 한 게 법적으로는 정당한 일이 아니란 말이야. 당연히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지만 어쩌겠나 부모와 가족들이 모두 신고를 거부하는 것을, 하여간 일이 별 무리 없이 잘 처리되어 기분이 개운했다네.”

“그렇군. 그렇다면 우리 아들 녀석이 당한 경우와 그 아가씨가 당한 경우를 모두 같은 맥락에서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겠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친구 윤 전무는 뭔가 해결점을 찾았다는 듯 말했다.
“물론이야. 자네 막내가 그 불량학생들을 다시 만날 확률이 상당할 거야. 그렇다면 그놈들을 잡아 모두 사진을 찍어두고 두 번 다시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막내 뒤에는 범과 같은 힘세고 무서운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각인시킨다면 아마 다시는 괴롭히지 못할 거네. 대개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 행위에 대해서 노출시키지 않고 감추려고 하는 습성이 있네. 아마 그것은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르지. 더욱이 불량학생들이 자네 아들에게 저지른 행위에 대해 경고하고 사진을 찍어 보관하고 있다는 것은 그들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되겠지. 왜, 수사관들은 어떠한 사건이 벌어지면 동일 전과범을 제일 먼저 의심하지 않는가? 그와 같이 자신이 가장 먼저 의심을 받게 되어 용의선상에 올라 갈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리석게 같은 행동을 하여 수사의 표적이 되는 바보 같은 사람은 아마 없을 걸세.”

“그래 맞네. 자네의 설명을 듣고 보니 그 방법 외에는 우리애가 그 녀석들로부터 먹이의 표적이나 보복을 피할 방법이 없는 것 같네. 내 집에 돌아가면 집사람과 아들을 불러 상의해 보고 결정해야겠네. 만약 필요할 경우 자네에게 도움을 요청하겠네. 내 이놈들, 한번만 더 우리애를 괴롭히면 가만두지 않겠네.”
친구가 주먹을 불끈 쥐고 허공을 향해 휘둘러보였다.

“에이, 이 사람아. 성추행한 도둑놈하고는 다르네. 어떤 경우라도 학생들을 두들겨 패면 큰일 나네. 절대 손은 대지 말게. 왜?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된다는 말도 못 들었나?”
“아, 임 이사! 걱정하지 말게나. 설마하니 내가 자식 같은 놈들을 두들겨 패기야 하겠는가? 겁을 좀 준다는 것이지. 만약 곤란하면 내 자네에게 도움을 요청하겠네.”
“이사람, 절대로 나를 부르지 말게. 자네의 자식일은 자네가 책임을 져야 자식 놈도 아비에 대한 존재의 필요성과 고마움을 알지 않겠는가?”

“그도 그래.”
“하하하.”
“허허.”
우리는 마주보고 웃으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관악산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설악산이나 도봉산만큼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산등성이가 몇 번 굽이쳐 펼쳐진 풍경은 힘겹게 올라온 모든 이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 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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