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패밀리 창업’으로 극복한다

2012.06.11 11:53:37 호수 0호

공사 구분하고 이익분배 원칙 등세워야 성공

창업 전문가들에게 자영업 창업의 성공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단연코 ‘주인의식’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정(情)의 문화가 지배하기 때문에 점포창업은 고객밀착형 영업을 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종 특성상 종업원 이직률이 높고, 노동 강도가 높아 주인이 웬만큼 잘 해줘도 종업원이 주인의식을 갖기는 쉽지 않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최근 자영업 시장에 가족끼리 창업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부모자식 간, 형제자매 간, 부부 간 등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가족과 함께 함으로써 창업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덜고,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다.



특히 불황이 지속되면서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데에도 가족 창업만큼 좋은 전략도 없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퇴직 및 실직, 청년실업 등 가족 중에 실업자가 한두 명 있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가족 간 동업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부모의 자본과
자식의 노동력의 결합

부천시 중동 GS스퀘어 구내식당가에서 194㎡ 규모의 베트남쌀국수전문점 ‘호아빈’을 운영하고 있는 박진환(38)씨는 어머니와 함께 창업, 성공하고 있는 사례다. 창업자금이 턱없이 모자라 어머니의 도움을 받고 함께 운영하고 있다. 주방 일에 익숙한 어머니가 맛이나 위생, 주방직원 관리 등 주방운영을 책임지기 때문에 박씨 본인은 홀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어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좋다. 박씨는 “역할분담 하여 주인의식으로 일하는 것이 가족창업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시 망포동에서 숯불바비큐치킨 전문점 ‘훌랄라’를 운영하고 있는 함영만(60)씨는 두 아들과 함께 창업한 사례. 운전 일을 했던 함씨는 나이가 들면서 좀 더 안전하고 수입도 나은 일거리를 찾다가 외식 창업에 도전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부담감도 컸다. “창업에는 초보자였던 데다 나이도 적지 않았던 터라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누군가와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그는 두 아들에게 함께 할 것을 권유했다. 내 가족만큼 믿을 수 있고 의지가 되는 든든한 동업자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평소 창업에 뜻이 있었던 큰 아들 경훈(32)씨와 대학을 졸업한 작은 아들 혁(28)씨는 아버지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이들 세 부자는 점포 운영에 있어서 가족창업의 장점을 십분 살리고 있다. 아버지는 주방, 큰 아들은 홀, 작은 아들은 배달을 맡으면서 외부 인력을 전혀 쓰지 않고 세 부자만의 힘으로 점포를 운영함으로써 인건비를 절약하고 있다.


이처럼 부모 자식 간 창업은 가족창업 중에서도 가장 성공률이 높다. 우선 서로 간의 이해관계가 크지 않은 데다, 세대 차이에서 오는 역할분담도 명확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부모는 육체적으로 조금 쉬운 일을 하고, 자식은 배달이나 밤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다소 힘든 역할을 분담하면 매출의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다.

부부창업의 경우
돈 벌고 애정 멀어짐에 주의

나한욱(42세)씨와 유은영(30세)씨 부부는 경기 광명시 하안동에서 팬시문구복합편의점 ‘색연필’ 안현사랑점을 운영하고 있다. 건설회사직원이었던 남편과 은행원이었던 아내는 자기 사업을 하기 위한 업종을 찾다가 가진 자본에 맞춰 점포를 먼저 구했다. 유씨는 “초등학교 앞이라 문구점을 해야 할 위치였다”며 “1층 43㎡ 규모의 점포를 오픈하는데 창업비로 시설비 4500만원에 권리금 4000만원, 보증금 5000만원 등 총 1억5000만원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픈할 때는 문구가 70%를 차지했으나, 지금은 문구 50%, 완구 30% 팬시 20%로 상품 구색을 맞추고 있다. 학교 앞이다 보니 문구가 제일 잘 나간다. 그 밖에도 복사, 코팅, 팩스 서비스도 하고 있고, 잉크충전은 대행으로 한다.

유씨는 “남편과 함께 출근해 오전과 오후 유동인구가 밀리는 등하교 시간에는 매장을 돌보고 나머지 시간은 가사 일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건구매는 부인이 하고, 전반적인 관리 및 세무관리 등은 남편이 담당한다. 유씨는 “부부가 함께 운영해서 좋은 점은 인건비가 안 나간다는 것과 눈치 볼 일이 없다는 점”이라며 “단점은 부부가 오랜 시간 같이 붙어 있다 보니 공과 사의 구별이 모호해져 이성보다는 감성에 좌우되어 감정싸움이 잦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10년 2월 오픈한 색연필 안현사랑점은 부부가 오전 7시30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해서 월평균 15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순이익은 500만원 정도다.

부부창업은 가장 흔한 유형의 가족창업이다. 대부분 부부 둘이서 점포를 운영한다. 그러다보니 일에 치여 서로에게 소홀해지는 경우도 발생하기 마련. 이럴수록 수시로 상대방을 격려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점포 일은 물론이고 가사일도 서로 분담해 협력하도록 한다. 또 한 달에 한 번이나 두 번 정기적으로 쉬는 날을 정하고, 가족끼리 여행을 가는 등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형제자매 간 동업은
‘화합’이 중요

경기도 분당구 운중동에서 화덕피자&파스타전문점 ‘루나리치’ 서판교점을 운영하는 구경모(38)씨는 사촌누나와 함께 레스토랑과 카페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10년 넘게 자영업으로 카페, 바 등을 운영해왔던 구씨는 서판교로 이사를 하면서 새롭게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창업했다. 수도권과 가까운 신도시다 보니 가족 단위 고객이 많아 패밀리 레스토랑이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구씨는 “신도시다보니 아이를 가진 젊은 부부가 많은데, 가족의 건강을 챙기는 주부들이 많은 만큼 웰빙 슬로우 푸드인 화덕피자를 주 메뉴로 하는 루나리치로 가맹 창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구씨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나 카페의 경우 맛과 서비스 못지않게 점포의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미술을 전공한 누나가 양쪽 매장의 인테리어 등을 도맡아 매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관리하고, 자영업으로 노하우를 쌓은 내가 고객 영업 및 직원 관리 등을 도맡아 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신도시다보니 주차시설이 부족해 주차에 어려움을 느끼는 고객들을 위해 구씨가 직접 발렛주차를 해주고, 사촌 누나는 매장 테라스 등에 화단을 꾸미는 등 각종 소품으로 분위기를 더했다. ‘루나리치’ 서판교점은 132㎡ 매장에서 월 평균 4500~5000만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중 순수익은 1500~2000만원 선이다.

형제자매 간 동업이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검토와 명확한 합의를 보고 시작해야 한다. 서로 간의 성격상 조금이라도 의심의 여지가 있으면 섣불리 시작해서는 안 된다. 또한 일단 시작하면 무엇보다 공사(公私)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 가족 점포라고 해서 주먹구구식으로 대충 운영하려 해서는 안 되며, 분명한 원칙과 기준을 갖고 시작해야 한다. 이익 배분에 대한 원칙을 확실히 정해 두는 것은 필수적이다.

특히 돈 문제는 민감한 것이기 때문에 대충 넘어가면 나중 불화의 불씨가 돼 가족 간 우애에 금이 갈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투자 지분에 따라 이익을 배당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업무에 따라 적정한 인건비를 책정해 보상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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