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 (52)범 효성가-디에스아이브이

2012.05.16 13:14:36 호수 0호

250억 세금폭탄 뇌관 알고 보니…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범 효성가’ 조욱래 회장이 경영하고 있는 디에스아이브이(DSIV)는 디에스디엘(DSDL)이란 자회사를 두고 있다. 보통 기업들의 내부거래는 모회사에서 자회사로 일감을 내려주기 마련. 그런데 이 두 회사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인다. 오너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디에스아이브이는 디에스디엘이 일거리를 올려줘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다.

지분 100% 소유

1963년 12월 설립된 디에스디엘은 비주거용 건물 임대업체로, 서울 중구 의주로에 있는 레지던스호텔인 프레이저 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 동성개발이란 회사였다가 2006년 4월 현 상호로 변경했다. 매년 60억원대를 올리던 매출은 2007년 150억원을 찍고 2010년 200억원이 넘었다. 지난해의 경우 231억원을 기록했다.

디에스디엘의 최대주주는 지분 93.3%(61만5793주)를 소유한 디에스아이브이다. 2007년까지 조 회장의 지분(78.05%·51만5104주)이 있다가 디에스아이브이로 넘어갔다. 당시 매매가는 480억원이었다.

1995년 5월 설립된 디에스아이브이도 디에스디엘과 사업 영역이 겹친다. 비주거용 건물 임대업체로 호텔업도 하고 있다. 당초 광문무역에서 1998년 10월 광문타워로, 2008년 3월 다시 현 상호로 변경됐다.


디에스아이브이는 오너일가가 100% 소유한 회사다. 더 정확하게는 조 회장의 자녀들 개인회사다. 조 회장의 장·차남 현강씨와 현우씨는 각각 45%(108만주), 35%(84만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딸 윤경씨는 20%(48만주)를 갖고 있다.

문제는 디에스아이브이의 자생력이다. 디에스디엘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처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디에스아이브이는 매출을 전부 ‘집안’에서 올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 19억2000만원을 모두 디에스디엘과의 거래로 올렸다. 2008년과 2009년, 그리고 2010년에도 각각 같은 금액인 19억2000만원씩의 매출이 디에스디엘에서 나왔다.

조욱래 회장 세자녀 개인회사…매출 100% 의존
모회사 지분 넘겨 승계 “편법증여 추징금 부과”

그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100%에 달하는 ‘일감’을 디에스디엘로부터 수주했다. 2006년과 2007년 디에스아이브이의 매출은 각각 5억7600만원, 15억8600만원이었다.

디에스아이브이는 디에스디엘의 일감을 몰아 받은 결과 정상궤도에 안착한 것은 물론 몸집을 크게 불릴 수 있었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2006년 -2억원에서 이듬해 흑자로 전환, 지난해 13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2억원에서 매년 20억∼30억원의 흑자를 내고 있다. 2007년의 경우 무려 35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총자산은 191억원에서 765억원으로 5년 만에 4배 불었다. 2억원이던 총자본은 602억원으로 늘어 300배 이상 커졌다. 그동안 직원이 4∼6명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이룬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는 슬하에 3남2녀(석래-양래-욱래-명숙-명률)를 뒀는데, 1984년 작고하기 전 삼형제에게 각각 사업체를 물려줬다. 장남 조석래 회장에겐 효성그룹을, 차남 조양래 회장에겐 한국타이어를, 3남 조욱래 회장에겐 대전피혁(효성기계공업)을 맡겼다.

조욱래 회장은 28세였던 1977년부터 대전피혁을 맡아 10년 만에 계열사를 8개로 늘렸지만, 피혁산업이 사양산업으로 전락하고 채산성 악화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끝에 1997년 결국 폐업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디에스디엘을 내세운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조 회장은 2남1녀(현강-현우-윤경)를 두고 있다. 두 아들은 프레이저 플레이스에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딸 윤경씨는 홍준기 삼공개발(신라컨트리클럽) 회장의 아들 석융씨와 결혼했다.


조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했다. 자신이 갖고 있던 디에스디엘 지분을 자녀들 회사인 디에스아이브이에 넘겼기 때문이다. 당시 조 회장 일가는 120억원의 법인세를 냈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지난해 조 회장의 세 자녀들에게 각각 116억원, 89억원, 49억원 등 총 254억원의 증여세 부과를 통보했다. 변칙증여 수법을 동원했다고 판단한 것. 조 회장이 자녀들에게 직접 지분을 증여하지 않았어도 실질적으로 넘긴 거나 다름없다는 게 국세청의 입장이다.

매출 전부 지원

국세청은 “‘실질과세 원칙’(법적 실질보다 경제적 실질에 따라 과세하는 규정)과 ‘포괄주의 과세’(법률에 규정돼 있지 않더라도 편법과 유사한 증여 또는 상속 행위 발생시 과세하는 제도)를 엄격하게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에 세 자녀는 “이미 법인세를 낸데다 이중과세라 국세청의 과세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해 7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판원은 최근 “국세청의 과세 처분은 정당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254억원의 증여세를 조 회장 자녀들에게 부과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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