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 (51)남양유업-서울광고

2012.05.11 20:20:38 호수 0호

계열사 아닌데…유별난 ‘핏줄 챙기기’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우유, 분유, 이유식 등 유가공 전문기업인 남양유업은 금양흥업, 남양에프앤비, 미래맵스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없다. 그러나 시선을 돌려보면 전혀 엉뚱한 곳에서 일감 몰아주기가 발견된다. 남양유업과 별도로 운영되는 방계기업인 ‘서울광고’에서다. 이 회사는 남양유업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



오너 100% 소유

1980년 4월 설립된 서울광고는 각종 광고물을 제작·판매하는 광고 대행업체다. 처음 서울에이젠시란 회사였다가 2003년 현 상호로 변경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서울광고 최대주주는 89.9%(8만9900주)의 지분을 소유한 이 회사의 홍우식 대표이사다. 나머지 지분 10.1%(1만100주)는 홍 대표의 딸 서현씨 등 특수관계인들이 갖고 있다. ‘홍씨일가’가 100% 소유한 사실상 가족회사인 셈이다.

문제는 서울광고의 자생력이다. 남양유업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처지다. 서울광고는 지난해 매출 84억원 가운데 무려 99%인 83억원을 남양유업과의 거래로 올렸다. 남양유업은 자사의 광고물 제작(38억원)과 광고 대행(45억원)을 서울광고에 맡겼다.

서울광고는 2010년에도 총매출 81억원 중 80억원(99%)에 달하는 ‘일감’을 남양유업으로부터 수주했다. 역시 마찬가지로 광고물 제작(47억원)과 광고 대행(33억원)을 맡았다.

서울광고의 남양유업 의존도가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2003년까지만 해도 총매출 대비 거래율은 평균 50%대 수준에 머물다 오너일가의 지분 확대 이후 급증하기 시작했다.


서울광고가 남양유업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0년 53%(총매출 162억원-내부거래 86억원) ▲2001년 51%(146억원-75억원) ▲2002년 54%(136억원-73억원) ▲2003년 58%(110억원-64억원)로 나타났다.

서울광고는 당초 미국 투자기업인 더맥매너스그룹이 지분 40%를 소유하다 2003년 6월 홍 대표 등 오너일가가 이 지분을 양수했다. 이후 남양유업과의 기존 거래를 그대로 유지하고 외부 매출이 줄면서 ‘남양 거래율’은 ▲2004년 83%(92억원-76억원) ▲2005년 90%(88억원-79억원) ▲2006년 93%(86억원-80억원)로 오르더니 ▲2007년 98%(81억원-79억원) ▲2008년 97%(70억원-68억원) ▲2009년 99%(80억원-79억원)까지 치솟았다.

독립한 동생 회사에 남양 광고 물량 몰아주기
매년 60∼80억 고정 매출…지난해 거래율 99%

서울광고는 남양유업을 등에 업고 거둔 실적을 바탕으로 거의 매년 배당을 실시해왔다. 2009년 1주당 6000원씩 총 6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배당성향만 무려 84.97%의 초고배당이었다. 물론 오너일가가 이 돈을 모두 챙겼다.

2007년과 2008년엔 4억원, 3억원씩 배당했다. 앞서 2000∼2006년의 경우 각각 20억원, 16억원, 40억원, 10억원, 10억원, 5억원, 9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그렇다면 남양유업과 서울광고는 어떤 관계일까.

서울광고는 감사보고서에서 “매출 대부분은 남양유업의 광고제작 및 광고대행과 관련돼 있다”며 “당사의 특수관계자 중 남양유업은 해당 회사의 경영진이 당사 경영진의 친인척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고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는 부인 지송죽 여사와의 사이에서 3남2녀(원식-우식-명식-영서-영혜)를 두고 있다. 이중 장남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가업을 물려받았다.

홍 회장은 경복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4년 기획실 부장으로 입사해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 등을 거쳐 1990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홍 창업주가 명예회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2003년부터 회장직을 맡고 있다. 홍 회장은 부인 이운경(고 이학철 고려해운 창업주 장녀)씨와 사이에서 2남(진석-범석)을 두고 있다.

홍 회장의 동생이 바로 홍 대표다. 홍 대표는 서울고와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나와 미국 산타클라라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배당금 ‘쏠쏠’

한국IBM에서 근무하다 1980년 남양유업에 합류해 1985년까지 과장 업무를 수행했다. 그해 남양유업 광고 부문을 들고 나와 독립한 홍 대표는 서울광고로 자리를 옮겨 상무, 전무 부사장 등을 거쳐 1993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홍 사장은 부인 최수진씨와 사이에서 1남1녀(인석-서현)를 두고 있다.


홍 대표는 남양유업 지분(0.77%·5568주)도 있다. 남양유업의 최대주주는 지분 25.11%(18만771주)를 소유한 홍 회장이다. 한편 홍 창업주의 3남 홍명식 사장은 이탈리아 레스토랑 ‘일 치프리아니’, 오리엔탈 레스토랑 ‘미세스마이’, 회전초밥집 ‘사까나야’등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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