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 (49)한라그룹-한라아이앤씨-한라엔컴

2012.04.26 09:37:32 호수 0호

옛 영광 재현…서두르다 체할라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재계 순위 45위(공기업 제외)인 한라그룹은 총 23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한라아이앤씨’와 ‘한라엔컴’이다. 두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2005년 6월 설립된 한라아이앤씨(I&C)는 기업투자, 인수·합병(M&A), 구조조정, 경영상담, 부동산개발 등의 자문을 해주는 경영컨설팅 업체다. 보험 대리 및 중개업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33.3%(75만주)의 지분으로 한라아이앤씨 대주주로 있다.

2년 전부터 급증

한라그룹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바로 아랫동생인 고 정인영 명예회장이 일궈낸 그룹이다. 1962년 창립 이후 한때 2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재계 순위 1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정 명예회장의 차남 정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와 미국 남가주대(USC)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치고 1978년 한라해운에 입사한 이후 30년간 만도기계, 한라공조, 한라건설 등 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근무하다 1997년 회장에 올랐다.

그러나 곧바로 IMF 외환위기란 암초에 걸려 주력 계열사인 한라건설을 제외하고 그룹이 해체되는 비운을 겪었다. 부도 직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형 정몽국 엠티인더스트리 회장과 재산싸움을 벌이기도 한 정 회장은 절치부심 끝에 2008년 외국계 회사에 팔았던 만도를 되찾는 등 과거의 영광 재현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제는 한라아이앤씨의 자생력이다.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처지가 됐다. 지난해 매출의 90%에 가까운 금액이 계열사에서 나왔다.


한라아이앤씨의 관계사 의존도가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2008년까지만 해도 1%대를 밑돌다 이듬해부터 거래 금액과 그 비중이 늘기 시작했다.

한라아이앤씨가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5년 0%(총매출 7억원-내부거래 0원) ▲2006년 0.5%(20억원-1000만원) ▲2007년 0.4%(48억원-2000만원) ▲2008년 1%(60억원-6000만원)로 낮았다. 이후 2009년 4%(82억원-3억원)에서 2010년 21%(48억원-10억원)로 올라가더니 지난해 86%(94억원-81억원)까지 치솟았다.

한라아이앤씨는 공시를 통해 “지난해 한라건설과 그 종속회사들을 비롯해 한라엔컴, 와이드, 현대메디스, 에이엠티엔지니어링, 만도신소재 등 특수관계사들과 거래했다”고 밝혔다.

내부거래 비중이 심상찮은 한라 계열사는 또 있다. 바로 한라엔컴이다. 1989년 설립된 한라엔컴은 레미콘 제조업체다. 1995년 한라레미콘에서 한라콘크리트로, 2009년 다시 한라엔컴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정몽원 회장 지분 33%…지난해 집안 매출 86%
정 회장 개인회사…600∼700억씩 계열사서 올려

한라엔컴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계열사 매출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다. 한라엔컴의 내부거래율은 ▲2004∼2006년 1% ▲2007년 3% ▲2008년 12% ▲2009년 13% ▲2010년 24% ▲지난해 26%로 나타났다.

그러나 거래 금액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라엔컴은 지난해 매출 2647억원 가운데 685억원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한라엔컴에 일거리를 준 ‘식구’들은 특수관계사(671억원)들과 종속기업(14억원)들이다. 특수관계사는 한라건설과 만도 등이며, 종속기업은 대련한라레미콘, 심양한라레미콘, 천진대한한라레미콘, 대한산업, 대일미석, 한라웰스텍 등이다.

한라엔컴의 매출은 2004년 2328억원, 2005년 2230억원, 2006년 2363억원, 2007년 2882억원에서 2008년 3474억원, 2009년 3009억원, 2010년 3006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집안 매출’도 28억원, 24억원, 20억원, 95억원에서 412억원, 379억원, 717억원으로 뛰었다.

한라엔컴의 내부거래 금액이 갑자기 불어난 것은 잇단 M&A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라엔컴은 2008년 풍산산업과 동원레미콘의 레미콘 사업을 양수한데 이어 2009년 한라웰스텍 건설물자사업부를, 2010년엔 대아레미콘을 흡수 합병했다.

한라엔컴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정 회장이다. 정 회장은 한라엔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한라엔컴이 사실상 정 회장의 개인회사인 셈이다.

갑자기 불어나


한라그룹은 그동안 내부거래 실태가 노출된 적이 없다.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앞으로 상황이 달라지게 됐다. 최근 ‘재벌 대기업’명단에 새롭게 오른 탓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2일 교보생명보험, 태영, 한국타이어, 이랜드그룹 등과 함께 한라그룹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했다.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계열사 간 상호출자와 채무보증이 금지된다.

특히 계열사 간 거래를 정기적으로 공시하는 등 세부적인 내부거래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이를 어길시 법적으로 제재 받을 수 있다.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대기업들의 내부거래 실태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