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재벌가 로열패밀리 골목점령⑧동양그룹-미러스

2012.04.04 17:05:48 호수 0호

다들 손 터는 MRO 양손으로 꽉 “후계작업 때문?”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국내 유통대기업 2, 3세들의 골목상권 장악이 점입가경이다. 제빵과 커피는 물론, 심지어 순대와 떡볶이로까지 무차별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문어발이 따로 없다. 특히 이들은 탄탄한 자본력과 유통망을 앞세워 골목상권을 빠르게 점령해 나가고 있다. 힘없는 소상공인들로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밥그릇이 줄어드는 걸 망연자실 바라볼 뿐이다. 소상공인들의 밥상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기업은 대체 어딜까. <일요시사>는 연속기획으로 소상공인들의 피눈물을 짜내고 있는 ‘못된 재벌’들을 짚어봤다.



반발 커지자 대기업들 사업철수…미러스 미동도 안 해
오너일가가 100% 지분 보유한 개인회사…후계작업용?

동양그룹은 골목침해 논란에 호되게 당한 바 있다. 화근은 계열사인 미러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비상장 기업이다. 문제는 미러스가 동양그룹 내에서 소모성 자재 구매(MRO)를 전담하는 회사라는 점이다. MRO사업은 기업체 유지·보수·운영에 필요한 소모성 자재의 구매와 관리를 대행하는 것으로 필기구와 복사용지, 프린터 토너 등 사무용품과 청소용품 등 수만개 제품을 망라한다.

대기업이 필기구?

대기업의 MRO사업은 지난해 논란에 휩싸인바 있다. 그룹 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중소기업의 판로를 막는다는 지적이었다. 대기업이 사소한 물품까지 MRO 계열사를 통해 구입하다 보니 MRO와 연을 맺지 못한 영세업체는 살 길이 없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당장 중소기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앞 다퉈 재벌 그룹이 MRO사업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했다. 정부 역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방안을 강구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사회적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MRO사업을 벌이고 있는 대기업 대부분은 일제히 사업 정리를 선언했다. 한화는 네트워크 구축 및 컨설팅 계열사 한화S&C의 MRO 사업을 매각했고, 삼성도 아이마켓코리아(IMK)를 철수했다. SK그룹의 MRO코리아는 사회적 기업 행복나래로 전환해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동양그룹은 아직까지도 미러스를 손에 꼭 쥐고 있다. 당연히 미러스를 보는 시선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 다른 대기업에선 사업을 철수하는 추세 속에서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 모습이 괘씸하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에도 동양이 미러스를 놓지 않고 있는 까닭은 뭘까. 그 이유에 대해 재계에선 동양그룹의 후계구도와 연관 짓는 목소리가 많다. 미러스가 오너일가의 후계작업에 이용되고 있어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당초 미러스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였다. 그러나 설립 6개월 후인 지난해 1월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현 회장의  등 네 자녀(정담-승담-경담-행담)가 각각 5억원씩을 투자해 지분 14.3%를 확보했다. 나머지 지분 42.96%는 이 부회장이 갖고 있다.

외견상 모친보유 지분이 자녀 몫으로 이동하면서 자녀들이 계열사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게 된 셈이다. 미러스가 향후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매년 급성장이 예고됐다. 실제 미러스는 지난 2010년 매출액은 170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3200억원의 구매대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전년의 16배에 달하는 규모다.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를 통해 내부거래를 확대하면서 경영권 강화ㆍ승계 재원을 마련하는 건 재벌가의 트렌드였다. 지금 미러스의 행보와 정확히 들어맞는다. 재계에서 현 회장 일가가 그룹 후계 작업에 미러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도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미러스는 잇따라 회사를 사들이며 덩치를 불리고 있어 ‘후계작업설’엔 더욱 무게가 실린다. 미러스는 지난해 2월 최근 온천개발 및 관리를 주요사업으로 하는 금진생명과학을 인수한 데 이어 같은해 11월에는 해외구매대행쇼핑몰 엔조이뉴욕을 매입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2세들에 그룹의 차세대 사업을 추진하게 하려 한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후계 작업 무관”

이와 관련, 동양그룹은 후계 작업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동양그룹 측 관계자는 “MRO 사업은 구매효율화를 위해 시작한 사업으로 수익이 거의 안 나오는 구조”라며 “후계 작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그룹 내 계열사들이 큰 규모 손실로 미러스에 지분 참여를 못해 오너가가 운영비조로 투자한 것 뿐”이라며 “향후 회사가 커지게 되면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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