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풀무원 여행사기 당한 사연

2012.03.20 10:32:34 호수 0호

싼값에 워크숍 가려다…경비 다 날렸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두 중견기업이 어처구니없게도 여행사기를 당했다. 풀무원과 코리아나화장품의 임직원 수백명이 뒤통수를 맞았다. 너무 싼값에 홀딱 넘어갔다. 의심 없이 덜컥 계약해 버린 게 화근이었다. 여행사 대표의 구속으로 드러난 여행사기 전말을 공개한다.

‘헐값상품’으로 관광객 등친 S여행사 대표 구속기소
직원 270명 ‘뒤통수’…코리아나화장품도 20명 피해



풀무원과 코리아나화장품이 여행사기를 당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직원 수백명이 국내외로 워크숍 등을 떠났다가 여행사 대표가 경비를 떼먹는 바람에 큰 곤욕을 겪어야 했다. 두 기업의 피해자들은 여행사 대표를 검찰에 고소했고, 검찰은 이 대표를 구속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1부는 지난달 1일 단체여행 상품을 판매한 뒤 수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S여행사 대표 이모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낮은 가격에 단체여행 상품을 판 뒤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수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싸서 덜컥 계약

이씨는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국내외로 워크숍이나 행사를 떠나는 회사·단체 등을 상대로 상품계약을 하고 2억9000여만원을 챙긴 뒤 6000만원만 경비로 지출하는 수법으로 돈을 챙겼다. 이씨는 경쟁업체보다 낮은 가격인 헐값을 제시해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고객들에게 편도 항공권만 끊어주거나 현지 업체에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돌려막기’식으로 영업을 해온 이씨는 빼돌린 돈으로 빚을 갚거나 생활비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검찰에서 “빚을 갚고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씨에게 당한 피해자는 모두 366명. 검찰의 조사 결과 이들 중 2/3 이상이 풀무원 임직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와 피해자들의 진술 등에 따르면 풀무원은 지난해 8월 S여행사와 임직원 270여명의 단체여행 상품을 계약했다. 태국으로 워크숍을 떠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S여행사가 제시한 상품 금액은 총 2억3400만원. 1인당 87만원 꼴로, 물론 여기엔 비행기값과 숙박비 등이 포함됐다.

일반 구매시 왕복 항공권(직항)만 1인당 60만원 안팎이란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한 상품이라고 판단한 풀무원 측은 바로 ‘도장’을 찍었다. 다른 여행사들의 태국 여행상품도 보통 1인당(성인) 100만원씩 한다는 사실에서도 매력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풀무원 임직원 270여명은 태국으로 워크숍을 떠났다. 회사 업무의 연장인 워크숍이었지만, 중간중간 관광 스케줄도 잡혀있어 직원들은 한껏 들떠있었다는 게 풀무원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태국행 비행기를 탈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고 한다.

그러나 이도 잠시. 태국에 도착한 이들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현지 가이드가 “아직 S여행사로부터 돈을 넘겨받지 못했다”며 숙박 등의 안내를 거부한 것. 가이드의 말을 듣고 사기를 당한 사실을 감지한 풀무원 임직원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S여행사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두 명도 아니고 당장 270여명이 짐을 풀 마땅한 숙박시설이 문제였다. 발을 동동 구르던 풀무원 측은 결국 현지에서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는 방법으로 숙박 문제를 해결했다. 이후 새 프로그램을 짜는 등 워크숍 일정은 엉망진창이 됐다고 한다. 금전 손해도 막대했다.

이씨에게 당한 기업은 풀무원뿐만이 아니다. 코리아나화장품도 직원 20여명이 단체여행 사기를 당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S여행사에 제주도 여행상품을 문의했다. S여행사는 540만원을 요구했다. 1인당 20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었다. 파격적인 조건이라 판단한 코리아나화장품 직원들은 S여행사와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제주도로 단체여행을 갔던 이들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씨는 “서울로 돌아오는 항공권을 제주공항에서 넘겨주겠다”고 했다. 편도 항공권만 끊어준 것이다. 그 뒤로 이씨는 나타나지 않았고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코리아나화장품 직원들은 각자 알아서 상경했다는 후문이다.

풀무원과 코리아나화장품이 여행사기를 당한 내용이 회자되자 업계엔 이런저런 뒷말이 나돌고 있다. 먼저 200명 넘는 직원이 해외로 떠나는 대형 워크숍을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허술했다는 지적이다. 검찰의 조사 결과 2008년 10월 S여행사를 차린 이씨는 2009년에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같은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가 6회에 걸쳐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후에도 비슷한 혐의로 또 다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풀무원과 코리아나화장품 직원들이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이씨에게 ‘낚인’셈이다. 좀 더 세심하게 검토하고 확인했다면 피해를 입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씨는 두 회사를 등친 직후인 지난해 10월 강남구 역삼동 ○○○○타워에서 중구 무교동 △△빌딩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확인만 했다면…


또 너무 비용을 아끼려다 화를 자초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른 여행사들과 비교해 터무니없이 싼값이면 한번쯤 의심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무조건 싸다고 덜컥 계약을 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고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여기에 모두 여행사에 맡긴 채 자체적인 점검을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다.

구설을 우려해서일까. 두 회사는 피해 사실을 딱 잡아뗐다. 풀무원 측은 여행사기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회사 전체의 워크숍이 아닌 부서, 모임, 지역별로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고 둘러댔다. 코리아나화장품도 “잘 모른다. 직원 몇몇이 개인적으로 여행간 것을 어찌 알겠냐”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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