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재벌가 로열패밀리 골목 점령 백태④보광훼미리마트-훼미리에프앤비

2012.03.07 10:13:44 호수 0호

편의점으로 장악하고 내부거래로 빨아들이고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국내 유통대기업 2, 3세들의 골목상권 장악이 점입가경이다. 제빵과 커피는 물론, 심지어 순대와 떡볶이로까지 무차별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문어발이 따로 없다. 특히 이들은 탄탄한 자본력과 유통망을 앞세워 골목상권을 빠르게 점령해 나가고 있다. 힘없는 소상공인들로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밥그릇이 줄어드는 걸 망연히 바라 볼 뿐이다. 소상공인들의 밥상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기업은 대체 어딜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소상공인들의 피눈물을 짜내고 있는 ‘못된 재벌’들을 짚어봤다.

지난 한 해만 1300개 점포 확장…일반 편의점 ‘휘청’
훼미리에프앤비 신선제품 독점 공급해 중소기업 울상



보광그룹은 지난 1999년 삼성에서 계열분리된 회사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의 넷째동생 홍석규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보광그룹의 주력사업은 계열사인 보광훼미리마트가 운영하는 훼미리마트다. 이 회사는 지난 2007년부터 홍 관장의 둘째동생인 홍석조씨가 회장을 맡아왔다.

‘보여주기식’ 상생

훼미리마트는 현재 국내편의점업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점포수는 모두 6900여개. 지난해만 무려 1300여개 점포를 늘렸다. 당연히 일반 편의점 사업자들은 생계를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 사업을 접은 이들도 부지기수다.

그 동안 일반 편의점 사업자들이 훼미리마트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보광훼미리마트가 33m²(10평)미만의 가맹점인 ‘훼미리마트 미니’라는 브랜드로 동네 구멍가게까지 진출을 시도하면서 일반 편의점 사업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가열됐다. 그제야 보광훼미리마트는 기존 점포와 50m 이내에는 신규 점포 출점을 금지한다는 기준을 정했다.


그러나 편의점 개인사업자들은 여전히 따가운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50m 이내 신규 출점 금지는 편의점업계에서 정설로 통하기 때문이다. 담배판매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행법상 담배 판매는 상점당 50m씩 거리를 두고 판매할 수 있게 돼 있다. 담배는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게는 20%, 많게는 40%에 달하는 효자 상품이다. 이를 포기하고 신규 점포를 낼 점주는 거의 없다. 게다가 50m이내에 신규 점포 출점을 하지 않는 건 이미 경쟁업체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기준이다. 결국 이는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는 게 편의점 개인사업자들의 설명이다.

그룹 내 식품 제조 회사인 훼미리에프앤비도 도마에 올랐다. 보광그룹은 지난 2002년 신세계와 함께 훼미리푸드를 세웠다 매각한 뒤 지난 2008년 다시 훼미리에프앤비를 세웠다. 또 제주에는 2010년 제주에프앤비의 문을 열었다.

훼미리에프앤비의 성장은 빨랐다. 훼미리에프앤비의 매출은 지난 2009년 141억원에서 이듬해 18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고속성장의 비밀은 ‘내부 거래’에 있었다. 훼미리에프앤비의 매출 대부분은 삼각김밥을 비롯해 김밥, 햄버거, 샌드위치, 도시락 등을 훼미리마트에 공급해 벌어들인 것이다.

훼미리에프앤비의 ‘독식’은 신선식품을 생산하는 중소업체들에겐 ‘재앙’이다. 납품할 곳을 찾지 못해서다. 사정은 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훼미리마트의 점포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일반 편의점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중소기업들의 설 자리는 줄어들었다. 대기업의 자본력과 영업망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 결국 중소기업들은 줄어드는 일반 편의점을 상대로 나눠먹어야 하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중소상인들은 생계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른 기업 손 뗐는데

물론 경쟁업체에서도 식품제조 사업에 진출해 내부거래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훼미리에프앤비를 향한 중소기업들의 시선은 유독 싸늘하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재벌의 문어발식 사업확장과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가열되면서 많은 대기업들은 골목 상권과 관련한 사업을 접기로 했다. 특히 GS그룹은 삼각김밥 등 식료품 제조업체인 후레쉬서브를 정리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훼미리에프앤비는 여전히 이 사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결국 보광그룹은 상생을 강조하는 여론에도 아랑곳 않고 무분별하게 사업을 벌이며 소상공인들의 밥줄을 죄고 있다. 어느 것 하나도 놓칠 수 없다는 각오가 비장하다. 그 사이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들은 적어지는 밥그릇을 붙들고 당장 목에 풀칠할 걱정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