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13)

2012.02.20 11:08:38 호수 0호

“뱀을 잡기 위해선 머리를 잘라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직접 출고 받지 않은 제품 가져와 환불 요구
반품 받아들여 지지 않자 취재하겠다고 협박

그렇게 하고는 이번에는 그 여성에게 물었다.
“실례지만 이분들과는 어떤 관계이신지?”
“아, 이분은 동생뻘 되고, 저분은 서울에서 만난 분이에요.”
“동생뻘이라고 하신다면 친동생 되시는 분은 아니네요.”
내가 말꼬리를 잡으며 사내들과 여성을 갈라놓는 투로 말했다. 그러자 키 큰 남자가 마치 도둑질하다 들킨 것처럼 긴장하며 얼버무렸다.

“친누님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그 여성에게 다시 물었다.
“혹시 방송국 P보도국장이라는 사람을 알고 있습니까?”
예리한 질문에 그녀가 흠칫하고 있었다.
“아, 예에……. 몰, 몰라요.”
그녀가 고개를 돌리며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말을 더듬으며 당황해 하는 모습이 왠지 연관성이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친동생도 아닌데

“이사님, 싣고 온 제품을 반품하고 오늘 대금을 받아갈 수 있지요?”
동생이라고 주장하는 키 큰 사내가 마치 맡겨 놓은 돈이라도 있는 듯 당연하다는 투로 물었다.
“검토하는 시간이 있는데 당장 그렇게 많은 돈을 지불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는 중에 노 차장이 서류를 파일 철에 넣어 들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테이블에 파일을 펼쳐놓았다.
“이사님, 모두 파악된 자료입니다.”
“그래, 수고했네. 이제 여기 계신 분들에게 파악한 내용을 알 수 있게 설명해 보게.”
“제품 중에 이분께서 실제로 출고해간 것은 모두 20개이고, 그 중 12개는 이미 반품해서 그 대금을 모두 환불해 간 것입니다.”


노 차장이 정확한 수치와 금액까지 또렷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노 차장이 파악한 내역을 보고하는 동안 그 여성과 키 큰 남자의 표정이 잔뜩 굳어지는 게 느껴졌다. 나는 개의치 않고 노 차장에게 재차 확인하며 물었다.
“노 차장, 이분들께서 트럭으로 싣고 온 제품 목록의 수량과 금액은 모두 얼마인가?”
“예, 이분들이 가져온 제품은 60개로 소비자 가격 100만원으로 계산하면 모두 6000만원 상당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분께서 직접 출고하여 반품한 것을 제하고 나머지 반품 가능한 제품은 모두 8개로 금액은 800만원 상당이 됩니다.”
대화가 여기에 이르자 묵묵히 듣고 있던 그 여성이 인상이 구겨지면서 벌떡 일어섰다.
“뭐라고요? 반품 가능한 게 800만원뿐이라고요?”

그녀가 흥분하자 동행한 사내들이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느꼈는지 표정이 굳어지면서 그녀를 따라 일어섰다. 키 큰 사내가 나서면서 한 마디 했다.
“아니, 지금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왜 전부를 반품할 수 없다는 겁니까?”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그가 씩씩거렸다. 나는 더 이상 방치하다간 뭔 일이 나겠다 싶어서 그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선생님은 동생 되신다고 했는데, 실제 친동생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회사와 판매원 간의 사정도 잘 알지 못하면서 일방적으로 끼어드시면 안 되죠. 지금부터는 대화에 나서지 말기 바랍니다. 아니면 제삼자 개입으로 여기겠습니다.”

궁색한 변명만

내 말에 그가 기분 잡친다는 표정을 짓더니 자신이 들고 온 다이어리 노트를 펼치며 볼펜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마치 기자가 취재를 하는 것처럼 뭔가 메모를 하려는 자세를 취했다.
나는 그의 행동에 불쾌감을 느꼈다. 아무래도 이번 건은 키 큰 남자가 모든 것을 주도하며 그 여성을 부추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뱀을 잡기 위해서는 뱀 대가리를 자르라는 말이 있지.’
나는 이 남자부터 처리해야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약간 톤을 높여 말했다.
“아니, 지금 무엇 하자는 겁니까?”
그러자 그가 안주머니에서 패스포트를 꺼내어 그 속에 들어 있는 기자증을 내 얼굴에 바싹 내밀었다.
“나는 모 주간지 기자인데 이번 반품과 관련해서 기획취재를 하려고 합니다.”
“기획취재라니요. 우리 회사가 무슨 범죄라도 저질렀다는 겁니까? 아니면 제가 현행범이라도 된다는 말입니까?”
나는 그가 내민 기자증을 슬쩍 훑어보면서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회사가 영업사원들에게 강매를 하고 상품을 보관케 하여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하는 것에 대한 취재입니다.”
그는 마치 회사의 큰 비리라도 잡은 양 목에 힘주며 말했다. 나는 기자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오냐, 너 잘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반품 건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도리어 협박하는 사이비기자가 있으니 오히려 잘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 이 자가 기자라면 자신이 궁지에 몰리게 될 경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나서서 도리어 여성을 설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병법에서 말하는 ‘이이제이’ 계책이다. 적을 이용해 적을 다스린다는 계책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다면 강공책으로 밀고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니 뭐요? 강매를 했다고요? 그 말씀 책임져야합니다. 우리 회사에서 강매한 증거를 대세요! 그리고 여기 가져온 제품목록을 보니 모두 3년 전에 이미 생산판매가 중단된 제품들입니다. 더욱이 가져온 제품 중에 이분 명의로 출고한 제품은 불과 20개 미만으로 2000만원도 되지 않은 걸로 파악되는데, 어떻게 우리가 강매를 했다는 겁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 여성을 향해 다시 물었다.
“지금 가져온 제품이 본인께서 실제로 직접 출고한 제품이 맞습니까?”
“……”
그녀는 이렇다 할 대답거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뭔가 일이 잘못 풀려간다고 생각되는지 잔뜩 찡그린 채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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