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 (41)두산그룹-동현엔지니어링

2012.02.22 14:02:17 호수 0호

얼렁뚱땅 묻힌 박씨네 ‘사제금고’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100% 오너일가 소유…매출 70∼80% 지원성 거래
갑자기 두산모터스에 흡수합병 “논란 피하기 꼼수”



재계 순위 12위(공기업 제외)인 두산그룹은 지난달 기준 총 24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동현엔지니어링’이다. 이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동현엔지니어링은 지난해 3월 자동차 수입 계열인 두산모터스에 흡수 합병됐다. 그룹 측은 합병 목적에 대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지원성 내부거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그동안 동현엔지니어링이 두산그룹 내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 사례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계열사 사업장 관리

1986년 10월 설립된 동현엔지니어링은 시설, 미화, 보안 등의 건물관리 용역을 제공하는 부동산 관리업체다. 당초 독자적인 회사로 운영되다 2005년 검찰이 두산일가의 ‘형제의 난’을 수사하던 과정에서 위장계열사로 밝혀지면서 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동현엔지니어링이 관리 중인 사업장은 두산타워, 두산빌딩, 연강재단, 교원비전센터, 교원드림센터, 잠실야구장, 두산인재기술원, 춘천콘도미니엄, 춘천컨트리클럽 등이다. 대부분 두산그룹과 관련된 곳이다. 이들 사업장과 경비, 청소, 주차장 관리, 각종 설비의 운전, 보수 및 제반시설 유지 등을 주계약으로 하는 관리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매출이 거의 ‘집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 두산그룹 계열사들은 건물 관리 용역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동현엔지니어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동현엔지니어링은 내부 물량이 없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할 정도로 계열사들에 기대고 있다.

동현엔지니어링은 2009년 매출 266억원 가운데 74%인 197억원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동현엔지니어링에 일거리를 준 곳은 그룹 지주회사인 ㈜두산(23억원)을 비롯해 두산인프라코어(61억원), 두산타워(52억원), 두산건설(21억원), 두산큐벡스(6억원), 오리콤(6억원), 두산베어스(5억원), 두산DST(4억원), 두산메카텍(4억원), 두산캐피탈(3억원), 두산엔진(2억원), 두산중공업(2억원) 등 무려 20개사에 이른다. 그룹 계열사가 모두 24개란 점을 감안하면 ‘식구’들이 대거 달라붙어 밀어준 셈이다.

2008년엔 더 심했다. ㈜두산과 두산건설, 오리콤, 에스알에스코리아,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캐피탈, 연강재단 등 관계사들이 총매출 211억원 중 174억원(82%)에 달하는 ‘일감’을 퍼줬다. 동현엔지니어링은 2007년에도 내부거래 매출 비중이 84%나 됐다. 총매출 192억원에서 계열사와 거래로 거둔 금액이 162억원에 달했다. 마찬가지로 10여개가 넘는 계열사들이 밀어줬다.

당시 외부 회계법인은 동현엔지니어링의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계열사와의 거래를 부각하기도 했다. 삼일회계법인은 “회사의 총 매출액 대비 특수관계자에 대한 매출액 비율은 당기(2008년)와 전기 각각 82%와 84%였다”며 “이처럼 회사의 영업은 동 회사들과의 영업관계에 중요하게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영업관계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동현엔지니어링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동현엔지니어링은 지분 100%를 쥐고 있는 ‘박씨 형제’들의 개인회사나 다름없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현엔지니어링은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지분 37.19%(3만7189주)로 최대주주였다. 이어 그의 동생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과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이 각각 24.79%(2만4794주)씩, 박용만 ㈜두산 회장이 13.22%(1만3223주)를 보유했다. 2009년 11월 자살한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도 이들 형제들과 같이 동현엔지니어링 지분(19.87%·1만9868주)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형제의 난’이 터지고 그룹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2008년 6월 두산가 형제들에게 모두 매각했다.

이들 오너일가는 동현엔지니어링이 계열사를 등에 업고 거둔 실적을 바탕으로 짭짤한 ‘용돈(?)’도 챙겼다. 동현엔지니어링은 2008년 중간배당 50억원, 연차배당 15억원 등 총 65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배당성향이 무려 354%의 초고배당이었다. 물론 이 돈은 모두 두산가 형제들이 나눠가졌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내부거래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동현엔지니어링은 두산모터스와의 합병으로 두 회사의 매출이 합산되면서 올해부터 계열사 매출 의존도가 대폭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양사 간 합병 배경엔 지원성거래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숨긴다고 숨겨지나

동현엔지니어링처럼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던 두산 계열사는 또 있다. 바로 세계물류다. 1996년 1월 설립된 세계물류는 복합 운송업체로 2008년 6월 법인이 해산됐다. 그룹 측은 “회사의 사업 부진”을 이유로 댔으나, 내부거래 해소 차원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세계물류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내부거래로 채웠다. 이 회사의 계열사 의존도는 ▲2005년 59%(총매출 457억원-계열사 거래 271억원) ▲2006년 61%(425억원-258억원) ▲2007년 64%(414억원-265억원) ▲2008년 50%(301억원-150억원)로 나타났다.


지분도 동현엔지니어링과 비슷한 형태를 띠었다. 박용곤 명예회장 29.8%(2만9800주), 박용오 전 회장 19.87%(1만9868주), 박용성 회장 19.87%(1만9868주), 박용현 회장 19.87%(1만9868주), 박용만 회장 10.59%(1만596주) 등 100%를 두산 오너일가가 소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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