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9)

2012.01.19 15:22:53 호수 0호

웃음으로 속내를 감추고 방심한 적을 공격하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법 조치 못하도록 미끼 던져주고 시효 넘기기
채권 소멸시효 이용해 보증 책임 면할 수도

그녀는 내가 이것저것 캐물어가자 뭔가 해결할 실마리라도 잡았다고 느꼈는지, 조금 전까지 수심에 찬 얼굴에 밝은 빛을 띠며 대답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어음지급 일자를 정확하게 알 수 있을까?”
“지급일자가 그렇게 중요해?”
“물론이지. 잘하면 보증 책임을 면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
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며 다급히 물었다.
“아니 그게 정말이야? 그런 방법이 있어?”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게 마련이고, 문제가 있으면 답이 있기 마련이야. 받을 채권역시 소멸시효가 있어요. 돈을 빌려준 일반 채권은 상환하기로 한 일자로부터 10년간 민사소송을 청구한다든지, 아니면 가압류 등과 같은 보전 조치를 해놓지 않으면, 시효에 걸려 돈을 받을 권리를 소멸 당하게 돼. 이번 같은 약속어음은 최종소지인이 발행자에게 청구할 기한은 3년이고 배서인에게는 1년, 또한 배서인이 어음금을 상환하고 자신보다 전배서인에게 청구할 기한은 6개월을 넘기지 말아야 해요. 만약 이 기한을 넘기게 되면 채권자에게 주어진 청구기한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서 약속어음상에 있는 모든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보아 청구권을 상실하게 되는 거야.”
내말을 귀담아 듣고 있던 그녀는 소지인이 발행인에 대한 청구권리 소멸시효가 3년이라는 말에 회심의 미소를 띠며 말했다.

얼굴에 밝은 빛

“내가 잘은 모르지만, 우리 이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알 것 같기도 해. 가만있자, 지금 수첩에 지급 일자를 적어놓은 것이 있을 거야.”
그러면서 자신이 들고 온 큼직한 가방 속을 뒤져 오래된 수첩을 끄집어냈다.
“어디보자.”
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수첩을 한 장씩 넘겨 찾기 시작했다.
“분명히 어딘가 적어놓은 것 같은데……. 아! 여기 있네.”
아이들이 잊어버렸던 장난감이라도 찾은 것처럼 좋아라하는 표정으로 펼친 수첩을 내게 보여주었다.
“어디 봅시다.”


나는 그녀가 건네준 수첩을 가까이 당겨 여러 가지 복잡하게 메모돼 있는 내용을 들여다보았다.
여러 메모 속에는 죽었다는 친구가 발행한 약속어음의 금액, 발행일자, 지급일자가 기록되어 있었고, 그 부분을 볼펜으로 둥글게 원을 그리며 표시해 두고 있었다.
“해가 바뀔 때마다 수첩을 바꾸어 옮겨 적기가 귀찮아서 수년 전부터 지금까지 바꾸지 않고 사용하고 있는 거야. 혼란스럽지?”
복잡한 메모에 대한 변명이라도 하듯 멋쩍은 웃음을 띠며 그녀가 말했다.
“뭐, 나도 그래요. 그래도 다행히 이렇게 기록해두었네. 잘 했어.”

“그 당시에는 기록하지 않았는데, 낯선 그 남자들이 전화 올 때부터 그 사람들에게 되물어서 기록해 둔거야.”
“잘했어요.”
나는 그녀가 기록해 둔 것을 보며 발행일자와 지급일자를 곰곰이 따져보며 소멸시효 일자를 계산해보았다. 따져보니 오늘로 계산한다고 해도 약1개월 정도가 남아 있었다. 정확히 약속어음이 소멸시효를 적용받기에는 34일이 부족했다.
그녀는 내가 뭔가 계산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궁금하듯 물었다.
“어때? 시효란 것이 종료되었어?”

“아니. 시효가 완성되려면 아직 34일이 남아있네.”
“아직 34일이나? 그럼, 어떡해? 그 사람들은 매일같이 전화를 걸어와 집에 찾아온다는 등, 남편을 만나겠다고 협박하고 하는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해결방법을 찾았다고 좋아하던 모습이 이내 사라지고, 다시 낙담하는 표정이 되어 나를 쳐다보았다.
“그 정도는 감수 해야죠. 그렇다고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 다만 상대방이 눈치를 채지 않는다면 말이야.”

희생 감수해야

그녀는 내말에 다시 희망의 빛을 띠며 다급히 물었다.
“아니 무슨 방법? 빨리 말해 봐요?”
“소멸시효가 3년인데 아직 34일이 남았으니까, 간단히 말하자면 34일 이상 동안 시간을 끌어야 한다는 거지.”
“어떻게?”
그녀가 조심스레 방안을 캐물었다.
“글쎄, 으음…….”
나는 해결점을 찾아내기 위해 잠시 고민을 했다. 그녀는 바짝 긴장된 얼굴로 내가 어떻게 말할지 기다리고 있었다.

“차 사장! 삼십육계 병법 중에 소리장도(笑裏藏刀)라는 계책이 있어요. 이 계책은 웃음으로 자신의 깊은 뜻을 감추고, 상대방이 믿고 의심치 않은 채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서 공격하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다는 뜻이야.”
“아니 손자병법에 그런 것이 있어?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하겠어. 좀 쉽게 얘기 해주면 안 되나?”
“하긴 쉽게 이해 할 수 없겠지. 지금부터 내말을 잘 들어 봐요. 무슨 말이냐 하면, 그 남자들이 우리 차 여사님을 상대로 법 조치나 내용증명을 보내지 못하도록 그럴 듯하게 미끼를 던져주고 연막을 쳐 믿게 만들어 보자는 거야. 그렇게 해서 34일간의 기일을 벌어 약속어음 소멸시효를 넘기자는 거지.”
“아니 보통 사람들이 아닌, 그 남자들이 가만히 있겠어? 그리고 어떻게 34일을 넘길 수 있어?”
“그러니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지, 세상에 그저 공짜로 되는 것이 있겠어? 자신의 억울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희생을 감수해야할 각오를 가져야 하지 않겠어?”
“하긴 그래. 요즘 정말 억울해 잠도 자지 못할 지경이야.”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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