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 대기업 내부거래 실태 (29)현대백화점그룹-현대그린푸드

2011.11.23 10:50:00 호수 0호

일거리 모아모아 한입에 ‘쏘옥∼’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대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오너일가 대주주 회사에 매년 수천억씩 밀어줘
짭짤한 배당 잔치…‘안방 거래’더 늘어날 듯

재계 순위 30위(공기업 제외)인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1일 기준 총 24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현대그린푸드’다. 이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1968년 설립된 현대그린푸드는 푸드서비스사업을 하는 종합식품업체다. 식자재 구매 대행을 비롯해 판촉용품, 부동산임대, 시스템 구축·운영 등도 영위하고 있다. 1989년 코스피시장에 상장했고, 이듬해 현대그룹에서 분리된데 이어 2002년 백화점 부문을 인적분할해 현대백화점이 신설됐다.



20개사 달라붙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그린푸드는 ‘정씨’오너일가가 지분 32.26%(2906만10주)를 보유하고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현대그린푸드 대표이사)이 13.74%(1238만270주)를, 그의 동생 정교선 현대홈쇼핑 사장이 16.57%(1492만7100주)를 각각 갖고 있다. 이들 형제의 부친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도 1.95%(175만2640주)의 지분이 있다.

문제는 현대그린푸드의 자생 능력이다.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해 매출 3949억원 가운데 36%인 1414억원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현대그린푸드에 일거리를 넘겨준 곳은 현대푸드시스템(893억원), 현대백화점(238억원), 현대홈쇼핑(124억원), 한무쇼핑(47억원), 현대HCN(15억원), 현대에프앤지(12억원), 현대쇼핑(11억원) 등 무려 20개사에 이른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가 모두 24개란 점을 감안하면 ‘식구’들이 대부분 동원된 셈이다. 이들 회사는 식자재 공급, 부동산 임대, 시스템 구축 및 운영 등을 현대그린푸드에 맡겼다.

2009년엔 더 심했다. 현대푸드시스템(1711억원), 현대백화점(225억원), 현대홈쇼핑(113억원), 한무쇼핑(26억원), HCN새로넷방송(13억원), HCN동작방송(12억원), 현대HCN(11억원) 등 역시 20여개 계열사들이 달라붙어 총매출 2945억원 중 2180억원(74%)에 달하는 ‘일감’을 퍼줬다.

현대그린푸드의 관계사 의존도가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2002년까지만 해도 총매출 대비 내부거래율은 평균 10%대 수준에 머물다가 현대백화점의 분할 이후 급증했다.

현대그린푸드가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0년 19%(총매출 1조6682억원-내부거래 3090억원), 2001년 15%(1조7898억원-2755억원), 2002년 15%(1조7301억원-2665억원)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이 분리된 것은 2002년 11월.

이후 기존의 계열사 거래를 유지하고 현대백화점 매출이 1조원 넘게 빠지면서 ▲2003년 60%(3396억원-2026억원) ▲2004년 62%(3545억원-2207억원) ▲2005년 35%(3610억원-1248억원) ▲2006년 43%(4048억원-1740억원) ▲2007년 47%(4602억원-2181억원) ▲2008년 51%(4631억원-2360억원)로 내부거래율이 올라갔다.

오너일가는 계열사들을 등에 업고 거둔 실적을 바탕으로 짭짤한 배당금을 챙기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해 주주들에게 42억원을 배당했다. 이에 따라 정씨 부자는 13억원 가량을 나눠가졌다. 현대그린푸드는 2000년 63억원, 2001년 83억원, 2002년 93억원, 2003년 11억원, 2004년 20억원, 2005년 20억원, 2006년 20억원, 2007년 21억원, 2008년 26억원, 2009년 26억원 등 매년 배당을 실시해왔다.

현대그린푸드의 관계사 의존도는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경영효율 및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흡수합병한 현대에프앤지의 내부거래 비중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1990년 설립된 식품유통업체 현대에프앤지도 매출의 절반 이상이 ‘집안’에서 나왔다.

현대에프앤지는 지난해 관계사 매출이 54%나 됐다. 총매출 3615억원에서 내부거래로 거둔 금액이 1960억원에 달했다. 이 회사와 거래한 곳은 현대백화점(1032억원), 한무쇼핑(481억원), 현대홈쇼핑(183억원), 현대DSF(68억원), 현대그린푸드(60억원), 현대H&S(42억원), 현대푸드시스템(5억원) 등이다. 이들 계열사는 현대에프앤지로부터 공산품, 생식품, 식자재 등을 납품받았다.

매출 절반 의존

그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매년 평균 50%대를 유지해왔다. 현대에프앤지의 내부거래율은 ▲2000년 69%(2245억원-1547억원) ▲2001년 61%(2594억원-1582억원) ▲2002년 56%(3203억원-1803억원) ▲2003년 52%(3456억원-1801억원) ▲2004년 44%(3105억원-1359억원) ▲2005년 59%(2863억원-1678억원) ▲2006년 56%(3101억원-1748억원) ▲2007년 65%(3367억원-2172억원) ▲2008년 53%(3628억원-1920억원) ▲2009년 54%(3956억원-2128억원)를 기록했다.

현대에프앤지 역시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정 명예회장은 이 회사 지분 10.2%(346만6680주)를 보유한 대주주였다. 현대에프앤지가 현대그린푸드에 흡수될 당시 합병비율은 현대그린푸드 1주당 현대에프앤지 0.2235245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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